다크한 반전 매력, 24SS 디올 컬렉션

김자혜

Dior 2024 S/S 컬렉션

지난 7년 동안 디올의 아트디렉터로서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이번 디올 2024 SS 시즌에는‘ 마녀적 ’여성에게 찬사를 보내는 컬렉션을 완성했다. 대규모 런웨이의 LED 배경에는 아티스트 엘레나 벨란토니(Elena Bellantoni)의 비디오 콜라주 작품 <낫 허(NOT HER)>가 플레이됐다. 옛 광고 속에서 이상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콜라주한 영상을 통해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불평등을 환기시켰고, ‘자본주의는 그녀를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지 않을 것이다(Capitalism won’t take her where she really wants to go)’, ‘나는 엄마, 아내, 딸이 아닌 여성이다(I’m not only a mother, wife, daughter. I’m a woman) ’등 수많은 슬로건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디올이 선보인 78개 룩 중 대부분은 블랙, 화이트, 베이지 등 무채색 컬러로 일관됐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디올이 1949년에 선보인 관능적인 드레스를 해체한 뒤 이를 매니시한 버튼다운셔츠, 블레이저와 재구성하거나 니트 소재로 비틀어 새롭게 내보였다. 블랙 재킷과 코트에 프린트된 흑백 이미지는 안개 낀 에펠탑의 몽환적 풍경을 담은 것으로 디올과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온 포토그래퍼 브리짓 니데르마이르(Brigitte Niedermair)의 작품. 디올의 아이코닉한 밀플뢰르(Mille-fleurs) 프린트는 꽃을 엑스레이로 찍은 듯 블랙과 화이트 컬러로 탈바꿈됐다.

셔츠와 드레스를 블랙과 화이트로 매치한 심플한 룩은 포토그래퍼 리차드 아베돈(Richard Avedon)이나 어빙 펜(Irving Penn)에 등장한 여성의 도발적 포트레이트를 떠오르게 했다. 바이커 점퍼, 집업 베스트, 레더 재킷과 데님 셋업이 터프한 인상을 남겼고, 빛바랜 듯한 아이보리 컬러의 크로셰 시리즈는 빈티지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다. 리틀 블랙 드레스에 두꺼운 프린지 디테일을 적용한 룩 또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인상적으로 자리 잡았을 듯.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지금 우리 시대에 답이 될 수 있는 컬렉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소신을 밝히며, 패션이 여성의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도록 도울 책임이 있다고 했다. 시대를 거듭하며 ‘새로운 여성상’을 만들어온 디올의 다음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Christian Dior 2023 S/S Collection

Dior 2023 F/W Haute Couture Collection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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