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하고 가벼운 낙관주의, 24SS 토리 버치 컬렉션

명수진

TORY BURCH 2024 S/S 컬렉션.

토리 버치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내 새롭게 지은 길더 센터(Gilder Center) 아트리움에서 2024 S/S 컬렉션을 열었다. 시카고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스튜디오 갱(Studio Gang)의 잔느 갱(Jeanne Gang)이 디자인한 유기적 형태의 동굴 같은 공간은 무척이나 포토제닉 했고, 뉴욕의 유명 인사들이 모여 우아한 사교계 파티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간의 독특함과 더불어 토리 버치도 특유의 단정함에서 일탈한 모습이었다. 디자이너 토리 버치는 ‘혼돈의 세계에서 침착함을 원했지만 미니멀리즘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컬렉션은 별이 가득한 밤하늘처럼 반짝거리는 인디고 컬러의 블레이저로 시작해 차분하고 고요한 매력의 에메랄드, 카키, 그레이, 베이지 컬러 팔레트로 이어졌다. 오간자, 태피터, 크로셰, 스트레치 크레이프, 저지, 나일론 등 공기가 잘 통하는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새로운 구조를 창조했다. 고대 조각품 같은 드레이핑의 미니 원피스, 비스코스의 탄성을 활용한 크리놀린 디테일의 니트 드레스, 그물을 이중으로 레이어링 하며 보디라인을 드러내는 드레스가 새로웠다. 한편으로는 깊게 파인 U 형태의 네크라인 튜닉, 네크라인을 살짝 들어 올린 코트, 스포츠 고글, 안장처럼 생긴 곡선형 클러치 백, 라운드형 플랫 슈즈, 실버 드롭 이어링 등은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이 1960년대에 선보였던 스페이스 에이지 스타일을 연상케 했다. 큰 고민 없이 가볍게 입고 낙관적인 분위기를 내고 싶다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잘 전달되었고, 이를 통해 토리 버치의 새로운 챕터를 엿볼 수 있었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Tory B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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