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한껏 즐긴 후, 그 여운을 더더욱 길게 이어줄 갤러리 근처 바 및 레스토랑은 어디?
프리즈 서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프리즈 위크 프로그램’은 늦은 밤까지 예술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나 반가운 행사다. 9월 5일 한남 나이트, 6일 청담 나이트, 7일 삼청 나이트가 진행되며 세 지역에 위치한 갤러리가 늦게까지 전시장 문을 열어 관객을 맞이한다. 그리하여 12명의 갤러리스트에게 던진 질문 하나. ‘전시를 한껏 즐긴 후, 그 여운을 더더욱 길게 이어줄 갤러리 근처 바 및 레스토랑은 어디?’ 예술과 술은 어쩌면 닮은꼴, 둘을 사랑하는 갤러리스트들이 추천한 12곳이 여기 있다.
9/5 한남 나이트
EXHIBITION 데이비드 살레 <World People>, 9월 5일부터 10월 28일까지
리만머핀 서울 → 차량 10분 → 바 빅라이츠
“한남더힐 근방 맛집들이 모여 있는 골목을 따라 깊숙이 들어가면 길을 잘못 든 게 아닐까 당황스러울 즈음 ‘바 빅라이츠’를 만나게 된다. 나름 이 동네 직장인이자 주민이라 웬만한 곳은 안다고 자신하지만 워낙 골목 안쪽에 위치해 일부러 찾아가지 않고선 알기 힘든 곳이라 최근에야 가보게 됐다. 하지만 첫 방문 이후, 한남동 바 중 단연 베스트로 꼽게 만든 곳이 바로 이곳이다. 정갈하지만 아늑한 내부와 따뜻한 조명은 마치 친한 친구 집에 초대받은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국내 1세대 내추럴 와인바답게 와인 리스트 역시 탄탄한 데다 웬만한 맛집 못지않게 메뉴 하나하나가 훌륭하다. 추천 메뉴는 브라운 소스와 헤이즐넛을 가미한 구운 사보이 양배추. 좌석이 넉넉하지 않으니 방문 시 꼭 사전 연락을 권한다.”
–정지은(리만머핀 서울 세일즈 어시스턴트)
EXHIBITION 에이메이 카네야마 <Future Days>, 9월 23일까지
휘슬갤러리 → 도보 12분 → 힐즈앤유로파
“휘슬갤러리에서 해방촌 방향으로 걸어 10분이면 닿는 ‘힐즈앤유로파’. 술꾼들과 함께 이곳에서 숱한 밤을 지새웠는데, 어쩐지 이곳은 1차로 방문하기보다 식후 디저트 찾듯 2차로 닿게 되는 곳이다. 간단히 칵테일을 홀짝이고 싶다면 시소가 들어가 개운한 ‘쉬즈 소 사워’를 추천한다(바텐더에게 알코올 ‘씨게’ 타달라고 하면 제대로 한 잔 말아주니 참고할 것). 와인 보틀을 주문할 경우, 이곳 바투에 자리한 ‘와일드덕칸틴’에서 직접 와인이 배달되기도 한다.”
– 조소영(휘슬갤러리 매니저)
EXHIBITION 류성실 <대왕에어 엔진복구기금 마련전>, 9월 2일부터 10월 1일까지
실린더 투 → 도보 7분 → 사랑이 뭐길래, 새드클럽
“용산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이 근방의 거리가 드라마틱하게 변모해가는 모습은 언제나 신기하면서도 동시에 낯설다. 그중 나에게 가장 크게 각인되어 있는 것은 아무래도 아모레퍼시픽 본사일 거다. 출근길에도, 갤러리에서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와도, 퇴근길에도 밝게 빛나고 있는 큐브 형태의 건물은 주변과 홀로 뚝 떨어져 마치 나의 하루를 관통하는 이정표처럼 작용한다. 퇴근 후 종종 친구나 작가들과 갤러리 근처 와인바에 가는데, 가끔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소소히 수다를 떨고 싶을 때가 있다. 최근 들어 그럴 때면 ‘사랑이 뭐길래, 새드클럽’에 간다. 이곳에서 우리는 와인과 구운 어란, 성게알 치자국수 등을 먹으며 창 너머 낮게 위치한 야경을 바라본다. 왠지 모르게 세기말적인 공간은 유년 시절 이 동네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조금은 뒤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한두 잔씩 천천히 와인을 넘기게 한다.” – 노두용(실린더 대표)
EXHIBITION 안젤라 블록 <Slapping Pythagoras>, 9월 5일부터 10월 28일까지
에스더쉬퍼 서울 → 차량 9분 → 볼레로
“한남동의 숨겨진 디제잉 와인바 ‘볼레로’. 계단 입구에서부터 들리는 음악은 들어서는 이의 기분을 들뜨게 한다. 어둑하면서도 붉은 톤의 포인트 조명은 노을을 연상시키고, 그 덕에 사람들은 플래시를 터트리며 사진 찍기 바쁘다. 비주얼은 물론, 음식 맛도 훌륭하다. 이곳의 특별함은 디제잉 부스가 있어 밤에는 클럽으로 변신해 각종 파티가 열린다는 점. 매번 인기 있는 디제이를 초대해 트렌디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 김선일 (에스더쉬퍼 서울 디렉터)
9/6 청담 나이트
EXHIBITION 타바레스 스트라찬 <Do And Be>, 9월 2일부터 10월 7일까지
페로탕 서울 → 도보 12분 → 빈호
“술과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도 와인은 매력적이다. 라벨 디자인만 보고 와인을 고르는 나 같은 사람은 그래서, 좋은 술을 알아보고 추천해주는 사람이 늘 필요하다. 파인 다이닝이 있을 거라곤 예상하기 어려운 논현동 골목에 컨템퍼러리 다이닝 바 ‘빈호’가 있다. 신선한 재료로 완성한 요리 하나하나가 수준급인 것은 물론, 와인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소믈리에의 추천이 다이닝 경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와인과 미식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가보길 추천한다.” – 박혜미(페로탕 서울 PR&커뮤니케이션 담당)
EXHIBITION 제라시모스 플로라토스, 켈티 패리스, 크리스 요한슨 <Physical Spiritual Gesture>, 9월 1일부터 23일까지
지갤러리 → 차량 5분 → 제스트
“2021년 오픈한 ‘제스트’는 올해 ‘아시아 베스타 바 50’ 5위에 오른, 국내의 떠오르는 바 중 한 곳이다. 4명의 오너 바텐더가 만드는 이곳의 칵테일은 전날 과음으로 숙취에 허덕이더라도 다시 입맛을 돌게 만드는 맛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첫 방문 시엔 과연 바가 맞는지 의아할 수 있다. 한식 파인 다이닝이라 착각할 정도로 군더더기 없이 세련되고 모던한 인테리어로 술맛은 제대로 ‘업’된다. 전시 감상 후 이대로 집에 가기엔 아쉽고 사뭇 ‘칠아웃’한 분위기에서 완벽한 칵테일을 마시기 원하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참, 이곳은 단체보다는 2~3명씩 소규모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 이다경(지갤러리 디렉터)
EXHIBITION 박미나 <집>, 9월 1일부터 10월 22일까지
원앤제이 갤러리 → 도보 7분 → 올리버바이쇼텐
“맛집이 즐비한 선릉로에서 휴대폰만 보며 고개를 떨군 채 걷다가는 발견할 수 없고, 동네를 탐방한다는 느낌으로 두리번거리다 보면 베이지와 블랙의 체크 천막을 단 이자카야 ‘올리버바이쇼텐’이 등장한다. 제철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가 주력 메뉴인데, 그중에서도 이 집의 시그너처인 감자 고등어 마끼를 제일 좋아한다. 사케를 좋아한다면 해산물과 궁합이 좋은 은은한 감귤 향의 다이나 초카라구치 준마이슈를 곁들이길 권한다. 일본 현지 이자카야 부럽지 않은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거다.”
– 차은아(원앤제이 갤러리 어시스턴트)
EXHIBITION 권혜인 등 15인 <Panorama>, 10월 28일까지
송은 → 도보 13분 → 카와세미
“송은에서 빠져나와 정원 뒤쪽으로 향하면 청담의 맛집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프렌치와 이탤리언 퀴진 레스토랑, 그리고 뜨끈한 곰탕이 있는 ‘우정’까지 한데 섞인 거리. 유혹을 쉽사리 뿌리칠 순 없지만, 조금만 버텨 발길을 재촉하면 압구정 로데오, 도산공원 맛집들이 줄지어 우리를 맞이한다. 언제든 실패 없는 ‘묵전’의 배추전과 ‘이치에’의 멘치카츠는 로데오의 오랜 전통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화려한 로데오 맛집들 가운데 청담 씨네시티 뒷골목으로 걷다 보면 이자카야 한 곳을 발견하게 된다. 네이버 지도에 따르면 ‘사시미가 맛있는 압구정 술집’인 ’카와세미’는 누구든 들어서면 마치 경성으로 타임슬립한 느낌을 받는다. 고즈넉함과 모던함이 절로 느껴지는 인테리어와 함께 사시미, 나폴리탄을 시켜놓고 분위기에 한 번, 맛에 한 번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게 된다.”
– 김민지(송은 홍보 담당, ㈜로렌스 제프리스 대리)
9/7 삼청 나이트
EXHIBITION 성능경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8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갤러리현대 → 도보 11분 → 기사
“어수선한 분위기가 싫고 혼자이고 싶을 때, 세상의 모퉁이에 돌처럼 놓여 있고 싶을 때, 혼자인 채로 마음껏 취하고 싶을 때, 취해서 독서하고 싶을 때, 취한 채로 주인장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벽에 걸려 있는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린 미야모토 무사시를 보고 싶을 때,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세계를 홀로 방랑하고 있다는 고독에 빠졌을 때, 또는 애인이나 친구와 단둘이 현실로부터 벗어나 밀애를 즐기고 싶을 때 찾는 이곳. ‘영업 시간은 매일 스토리로 공지합니다. 예약이 없고 세 분까지만 입장 가능합니다. 당신의 첫 혼술 집(이길 바라며)’. 기사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의 문구다. 프리즈 위크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하루가 혼잡했다면, 훌훌 털어내고 온전해지고 싶다면 기사를 찾길 바란다.”
– 김민수(갤러리현대 PR 매니저)
EXHIBITION 구정아 <공중부양>, 9월 6일부터 10월 14일까지
PKM 갤러리 → 차량 9분 → 코블러
“삼청동 갤러리 투어 후 청와대를 지나는 긴 호흡의 산책을 하다 보면 어느새 발길은 내자동으로 향한다. 두세 명이서 어깨를 맞닿고 걸어야 하는 비좁은 골목길을 지나야 닿을 수 있는 ‘코블러’. 구구절절한 메뉴판이 없는 대신 “어떤 향을 좋아하세요”로 시작되는 바텐더와의 대화로 주문한다. 그러면 기록된 취향과 기록되지 않은 그날의 기분, 컨디션에 맞춘 위스키 혹은 칵테일을 추천해준다. 문장에서 쉼표는 대개 앞뒤 문장의 반전이 일어날 때 사용된다. 긴 산책에 지쳐도 ‘코블러’에 들러, 삶의 필수재인 쉼표를 얻고 나면 다시금 활기찬 기분으로 나설 수 있다.” – 이준기(PKM 갤러리 홍보 담당)
EXHIBITION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 8월 30일부터 10월 22일까지
국제갤러리 → 도보 6분 → 공간
“집 근처 단골 바에서 근무하던 바텐더의 추천으로 방문하게 된 곳이다. 평소 좋아하는 스프링뱅크, 브룩라디, 아란 등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를 이곳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은 술을 마시지 않는 날에도 괜히 위로가 된다. 옥수수, 오미자, 배 등 다양한 열매와 과일, 그리고 때때로 전통주를 결합한 시그너처 칵테일이 유명하니 칵테일 애호가에게도 완벽한 목적지이지 않을까 싶다. ‘공간’의 중심에는 계절에 따라 변하는 정원이 자리 잡고 있는데, 깔끔한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와 대조되는 이러한 자연이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면 술자리 분위기에 운치를 더한다. 돌이켜보니 첫 방문 이후 지난 몇 년간 이곳은 퇴근길 번개, 저녁 후 2차, 혼술 등 내게 다양한 기억을 남겨준 ‘공간’이 된 것 같다.”
– 이승민(국제갤러리 어소시에이트 디렉터)
EXHIBITION 엄유정 <Three Shapes>, 8월 24일부터 9월 16일까지
에이라운지 → 도보 9분 → 아트포라이프
“20세기 예술 운동의 강령을 표방하는 듯한 이름을 가진 이곳은, 한때 오보에를 전공한 사장님의 아지트다. 맛있는 요리와 와인은 물론, 예술이 깃든 사장님의 삶도 엿들을 수 있는 곳. 운이 좋다면 사장님이 찍어주는 멋진 프로필 사진도 얻을 수 있다. 작은 철문을 열고 들어가 아담한 중정을 지나면 비로소 펼쳐지는 ‘아트포라이프’는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가을밤 환상의 세계로 잠깐 빠져들 수 있는 부암동의 원더랜드가 아닐까.”
– 최하림(에이라운지 어시스턴트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