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의 첫 솔로 앨범을 제대로 음미하고 싶다면
Singularity
방탄소년단 정규 3집 <LOVE YOURSELF 戰 ‘Tear’>의 트레일러 영상으로 처음 공개된 뷔의 솔로곡이다. 실로 평단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유수의 글로벌 매체들은 주저없이 ‘Singularity’를 그해의 ‘베스트 송’ 중 하나로 선정했고 “K-팝의 지평을 넓힌 수준 높은 곡”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입이 떡 벌어지는 뮤직비디오는 또 어떻고. 그런 거창한 설명 없이도 ‘Singularity’를 들으면 슬로우 잼 스타일의 느릿한 템포와 뷔의 안개처럼 깊고 자욱한 음색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맞다. 뷔의 목소리는 안개처럼 느껴진다. 나른하게 퍼지고 아늑하게 귀를 감싸 그대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니까. 기꺼이 벗어나고 싶지도 않다.
Inner Child
“네게 내 손을 맞닿으면 / 그 손을 잡아줄 수 있니 / 내가 너가 될 테니 / 넌 나의 / 은하수들을 보면 돼 / 저 별들을 맞으면 돼 / 나의 세상을 네게 줄게” 브릿팝을 연상시키는 솔로곡으로 격렬한 소용돌이와 굴곡을 뚫고 온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더더욱 뭉클하다. 이런 가운데 경쾌하고 극적인 사운드를 박차고 나오는 목소리가 특기할 만하다. ‘Inner Child’는 뷔의 보컬이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강력히 방점을 찍는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Stigma
뷔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첫 솔로곡이다. 가장 낮은 음역대부터 가장 높은 톤까지, 뷔의 목소리 면면이 충만하게 담겨 있다. 매혹 그 자체인 중저음은 명불허전이고, 그에 못지않은 고음을 능란하게 구사하며 또 다른 감흥을 준다. 널리 알려진 자신의 소울풀한 저음 톤에 대항하듯 팔세토 창법으로 쭉쭉 밀어낸 고음이 놀랍다. 역시나 뷔가 출중한 보컬리스트라는 사실이 더욱 명징해진다. “되돌릴 수 없는 깨진 유리 조각 같아 / 더 깊이 매일이 가슴만 아파져 / 내 죄를 대신 받던 / 연약하기만 했던 너 / I’m sorry, I’m sorry” 뷔의 설명에 따르면 ‘Stigma’에서 성장통을 울부짖은 청춘은 ‘Singularity’와 ‘Inner Child’를 거치면서 성장했다고 한다.
Le Jazz de V
뷔의 음악적 취향은 재즈에 머문다. 그는 재즈에 대한 애정을 곧잘 드러냈다. 전설이 된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트럼펫을 배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재즈풍의 자작곡 ‘Snow Flower’를 선보였다. 또 얼마 전에는 ‘BTS 10주년 페스타’에 맞춰 ‘Le Jazz de V’ 라이브 클립을 공개했다. 재즈 보컬리스트로서 뷔의 역량을 기분 좋게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여기에 더해, 영상 속 눈을 뗄 수 없는 뷔의 얼굴을 탐험하다 ‘재즈 눈빛’이란 보물도 발견 가능하다. 한편 뷔는 곧 선보일 첫 솔로 앨범에 대해 “제 취향이 고스란히 들어간 앨범이다”라고 예고했다. 뷔가 타고난 ‘재즈 눈빛’을 다시 지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Winter Bear
쓸쓸함과 여백 속에서 더욱 빛나는 소리가 세상에 존재한다. 자작곡 ‘Winter Bear’에 잔잔하게 일렁이는 뷔의 목소리가 그렇다. 뷔는 불필요한 사운드는 걷어내고,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듯이 특유의 깊고 짙은 저음을 불어넣어 이 곡에 어떤 독창적인 분위기를 냈다. 낮보다는 밤의 온기를 함축한 듯한 그 무드는 또 다른 자작곡 ‘네시’와 ‘풍경’, 드라마 <그 해 우리는> OST ‘Christmas Tree’에도 공통적으로 드리운다. 깊은 애잔함 또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서정성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보다는 ‘뷔스러운’ 무드라고 해야 적절할 듯하다. 그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 @th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