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대표팀이 진짜 대단한 이유

우영현

우리의 고강도 응원이 더더더 필요하다.

값진 1승

우리나라 여자축구 대표팀은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이 4번째 월드컵 출전이다. 역대 9번의 여자월드컵에서 절반쯤 본선 무대를 밟았다. 앞서 2003년 미국, 2015년 캐나다, 2019년 프랑스 대회에 참가했다. 2015년에 거둔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으로 조별 리그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이때의 1승이 여자월드컵에서 거둔 유일하고 값진 승리다.

2010년의 불씨

세계 무대에서 한국 여자축구가 경쟁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당시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 나선 22명의 선수들이 아주 큰일을 냈다.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일본을 꺾고 정상에 우뚝 선 것이다. 한국 축구의 유일한 국제축구연맹(FIFA) 대회 우승 기록이다. 그게 다가 아니다. 그해 20살 이하 여자월드컵에서는 3위라는 쾌거를 이뤘다.

라스트 댄스

2010년 황금세대의 주축들이 이번 월드컵에도 출동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소연, 잉글랜드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금민, 남녀 통틀어 국가대표 최다 출전 중인 조소현, 왼쪽 수비의 장슬기 등이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준다. 어느덧, 이번 월드컵은 축구밖에 모르는 언니들의 ‘라스트 댄스’로 점쳐진다. 응원의 기세를 더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다.

강철 체력

여자축구 대표팀의 슬로건은 ‘고강도 축구’다. 국제 무대에서 약점으로 지목되는 피지컬 격차를 왕성한 활동량과 기동력으로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밀리지 않고 버티다 차츰 체력이 떨어진 상대를 공략하는 것이다. 2019년 부임한 영국 출신의 콜린 벨 감독은 직접 한국어로 ‘고강도’를 외쳤는데,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대표팀에 강철 체력을 이식했다.

완전 새로운 유니폼

여자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유니폼에도 사연이 있다. 이전까지 남녀 공용 유니폼을 착용했다면 여성 선수만을 위한 유니폼이 처음으로 제작됐다. 공식 후원사인 나이키는 여성 선수들의 움직임과 체형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선수들의 고충과 의견을 취합해 신상 유니폼에 세밀하게 반영했다. 덕분에 보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기량을 펼치게 됐다. 최고의 무대에 어울리는 최적의 의상이다.

여전히 가능한 16강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여자축구 대표팀은 콜롬비아, 모로코, 독일과 한 조에 묶였다. FIFA 랭킹 17위의 한국은 지난 25일, 1차전 상대인 콜롬비아에 전반 연속 실점으로 패했다. 30일, 한 수 아래 평가를 받는 모로코를 무조건 잡은 뒤 8월 3일 독일전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FIFA 랭킹 2위 독일은 우승 후보로 꼽히지만, 틀림없이 축구공은 둥글다. 베테랑 공격수 박은선의 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16강에 갈 수 있다”.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프리랜스 에디터
우영현
사진
@thekfa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