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영역에서 가능성의 한계를 넘어 일상에까지 침투한 오트 쿠튀르
개인의 신체에 맞는 아름다운 맞춤복으로 시작한 쿠튀르 웨어. 우리의 상상력을 환상의 영역으로, 실험과 가능성의 한계를 넘어 일상에까지 빠르게 침투하는 2023 F/W 오트 쿠튀르 스토리.
톰의 아름답고 경이로운 시간
톰 브라운이 브랜드 론칭 20주년을 맞아 첫 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였다. 무대의 커튼이 열리자 회색 유니폼 차림의 객석을 가득 메운 톰의 후예들이 등장했고, 기차역을 찾는 듯한 승객, 커다란 트래블 백을 든 포터가 쇼의 시작을 알렸다. 쿠튀르 터치를 더한 클래식 아메리칸 스포츠웨어는 오버사이즈 칼라와 어깨 장식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고래, 거북이, 조개 자수를 입은 승객과 금색 종을 바라보는 헥터까지 함께한 여정에는 크로슈 모자를 쓴 종소리가 이어진다. 찬사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쿠튀르를 향한 그의 순수한 열망이 돋보인 쇼.
자극과 관능의 아이콘
시스루, 코르셋, 트롱프뢰유, 하이레그 등 이번 시즌 유난히 많이 엿보인 보디컨셔스 룩.
듀오의 날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빅터 앤 롤프. 쿠튀르 하우스에 유머를 주입하는 이 네덜란드 듀오의 엉뚱하고 기발한 정신은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우리는 가장 작은 옷인 수영복에 대한 축하 행사를 원했습니다.” 수영복은 그들이 사랑하는 러플과 리본 장식, NO, DREAM 등 타이포 플레이, 하이컷 보디슈트 등 다채로운 방식의 변주로 이어진다. 특히 모델의 등과 어깨, 허리에 매달린 턱시도 차림의 마네킹은 상상을 초월하는 판타지!
상상마당
쇼의 감동과 판타지를 좌우하는 무대 장치. 압도적인 스케일과 연출로 우리의 꿈과 기대를 현실화한 공간. 톰 브라운의 회색 유니폼을 입은 페이퍼 장식 관객은 오페라 가르니에의 객석을 가득 메웠고, 샤넬은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라 콩페랑스 선착장으로 초대했으며, 디올은 늘 쇼가 열리는 로뎅 박물관의 한쪽 공간에 한땀 한땀 수놓은 자수 패널을 세웠다. 또 엘리 사브는 루브르 박물관에, 발렌티노는 고풍스러운 성과 정원이 어우러진 샹티이에 오트 쿠튀르 무대를 세웠다.
웨딩 로맨스
오트 쿠튀르의 꽃, 신부의 웨딩드레스는 디자이너의 웨딩 판타지를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샤넬 쿠튀르 쇼의 피날레는 항상 웨딩드레스로 끝난다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 숭고하면서도 우아한, 하우스의 개성과 쿠튀리에 정신을 살린 웨딩드레스는 선망의 대상이자 꿈의 옷이다.
파리지앵의 하루
파리지앵의 낭만성은 꽃에서 비롯한 걸까. 꽃바구니와 꽃다발, 꽃이 그려진 종이를 가방에 넣고 다니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목격되었다.
이상하게 생겼네
어둡고 날카로운 것을 만들고자 했던 20대 후반의 젊은 청년, 샤를 드 빌모랭. 그는 하나의 조각품처럼 보이는 조형적인 피스를 헤드피스로 활용하거나 옷으로 입히고, 소매에 장식하는 등 독보적인 방식의 배치로 시선을 끌었다.
옷의, 옷에 의한, 옷을 위한
쿠튀르 스토어이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살롱쇼를 선보인 역사적 장소, 10 애비뉴 조지 생크에서 뎀나의 3번째 오트 쿠튀르 쇼이자 발렌시아가 하우스의 52번째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열렸다. 오프닝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시절 뮤즈이자 모델로 선 다니엘 슬라빅. 그 시절의 블랙 벨벳 드레스를 오마주한 작품을 입고 등장해 쇼의 무게감을 더했다. 클래식과 유산을 강조하는 아이코닉한 옷들은 뎀나의 파격과 실험을 거친 다양한 소재와 실루엣으로 이어졌고, 트롱프뢰유 기법을 더한(장인들의 핸드메이드 터치로 완성된) 슈트와 팬츠, 그리고 거리 행위 예술가의 퍼포먼스인 양 코트와 머플러가 얼어붙은 모양의 독창적인 작품이 줄지어 나왔다. 뎀나의 뮤즈, 엘리자 더글라스가 피날레 룩으로 입은 3D 프린팅 벨 스커트 갑옷은 단연 쇼의 하이라이트!
오 놀라워라
“최고의 오트 쿠튀르는 본질적으로 초현실적입니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인간의 손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거의 믿을 수 없을 때 일어나는 마법입니다.” 스키아파렐리의 다니엘 로즈베리가 말한다. 지난 시즌 박제 사자머리로 논란이 된 그는 다시 하우스의 아카이브에 그의 개념적인 단서를 섞어 회화적 터치가 깃든 쿠튀르 기법을 선보였다. 오트 쿠튀르를 지키는 또 하나의 하우스, 이리스 판 헤르펀은? 물속 생물이 풀밭 위의 요정으로 환생한 듯한 섬세한 장식성으로 시선을 모았다.
그리스 여신
쿠튀르 기법의 드레이프와 형태의 변주로 그려낸 여신들.
눈부신 파열음
다채로운 스팽글, 컬러 스톤, 크리스털, 블랙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등을 활용해 옷이 주얼리가 되는 아이디어. 극적인 화려함과 자수 기술을 드러내며 쿠튀리에의 끝없는 러브콜을 받는다.
부풀어
소매를 크게 부풀리거나 마치 공처럼 둥그스름하게 헴라인을 잡은 볼스커트 형식의 커다랗고 풍성한 드레스는 오트 쿠튀르의 판타지와 로망을 꿈꾸게 한다.
구와 현의 앙상블
장 폴 고티에의 게스트 디자이너는 이제 쿠튀르 컬렉션의 특별한 즐거움이 됐다. 이번 시즌 파트너는 파코 라반의 줄리아 도세나. 미래적인 소재와 메탈릭 룩에 심취한 그와 맥시멀리스트의 왕이 선보일 합작은 큰 기대를 모았다. 고티에의 아이코닉 의상을 재해석한 실버 체인 소재의 뾰족하게 솟은 브라 드레스, 허리 라인이 강조된 플레어 헴라인 재킷, 타이를 패치워크한 오프숄더 드레스, 벼룩시장을 뒤져서 찾은 듯한 빈티지한 레이스가 오트 쿠튀르 버전의 월계관과 적절하게 융화됐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 관찰하고 그것을 쇼에서 표현합니다.”
- 에디터
- 이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