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기타 리프가 흐르는 셀린느의 음악적 무드에 몸을 맡긴 블랙핑크 리사
<W Korea> 오늘 촬영장에 이처럼 하드한 록 음악이 흐르긴 처음이네요. 작년 LA 월턴 극장에서 열린 셀린느 여성 겨울 23 컬렉션 현장을 그대로 옮겨온 듯도 했어요. 당시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Hello Operator’로 런웨이가 시작됐죠?
리사 어쩐지 매번 제 촬영 때면 록 음악을 틀어주는 것 같아요. 오늘 특히 더 그랬죠? 촬영 너무 재미있었어요. 진짜 오랜만에 스키니진을 입었거든요. 너무 타이트해서 무릎도 제대로 굽히지 못했지만(웃음). 이렇게 드레스업하는 게 참 오랜만이에요. 그래서 새로워요. 이런저런 착장을 소화하는 내내 에디 슬리먼이 이번 컬렉션에서 말하고자 했던 게 무엇인지 피부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언젠가 이런 말을 했죠. 셀린느를 입을 때면 런웨이를 산책하는 고양이 같은 기분이 든다고. 정말!
(웃음) 좀 전에도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걷는 폼부터 저절로 달라졌어요. 나도 모르게 ‘쿨키드’가 되어버리는 거죠. 티셔츠 한 장, 청바지 한 벌이라 할지라도 옷에 담긴 힘이 굉장히 강한 것 같아요. 입는 사람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나’다운 기분이 들게 만들어줘요.
리사의 생애 첫 셀린느는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나요?
검은색 벨트 백이었어요. 데뷔 전이니까 10대 후반에 산 가방일 거예요. 당시 첫 디자이너 백으로 무엇을 장만할지 한창 고민 중이었거든요. 돈 아낄 생각 없이 평생 들고 다닐 만한 것을 찾고 있었어요. 그러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촌 언니가 셀린느를 추천해준 거죠. 언니의 말을 듣고 셀린느의 가방을 봤는데 첫눈에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 같아요.
그래서 엄마 손 잡고 매장으로 향했나요?
아니요. 혼자 갔어요. 아침에 택시 타고. 쇼핑몰 열자마자(웃음).
설마 오픈런?
정말 제가 그날 첫 손님이었을 거예요(웃음). 웬 애기가 와서 벨트 백을 달라니 다들 의아해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때 당시 짐을 잔뜩 들고 다니는 제 성향을 고려해서 넉넉한 크기의 가방으로 골랐어요. 첫 디자이너 백이라 정말 아껴요. 잘 들지 않아요. 보관용으로 두고 있어요.
리사와 셀린느의 에디 슬리먼 사이 공통점이 하나 있죠? 리사는 벌써 2권의 사진집을 발간했고 에디 슬리먼은 직접 광고 캠페인을 촬영할 정도로, 둘 다 사진에 애정이 무척 커요.
정말 카메라가 가방보다 많은 것 같아요. 콘탁스, 라이카 할 것 없이 두루 두루 쓰는 편이에요. 막 데뷔했을 무렵 한창 SNS가 유행하기 시작했거든요. 핸드폰 대신 진짜 좋은 카메라를 써서 평생 남을 예쁜 사진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시작이었어요.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 대로 쓰다 보니 제 취향의 카메라 기종이나 필름도 어렴풋이 알게 됐고요. 그런데 에디와 사진 말고 또 하나 공통점이 있어요. 둘 다 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만날 때면 그렇게 사진으로 서로의 강아지 자랑을 해요(웃음). 에디의 반려견 ‘엘비스’는 생트로페나 니스에서 한껏 휴양을 즐기고 있는 반면, 저의 반려견 ‘러브’는 한결같이 소파에 누워 있는 게 정말 웃겼어요. 강아지 얘기를 할 때면 정말 대화가 끊기지 않는 것 같아요.
사진의 좋은 점은 오래도록 기억하고픈 순간이 프레임 안에 고스란히 박제된다는 거죠. 올해를 돌이켜 리사에게도 영원히 기억 속에 남았으면 싶을 순간이 있었나요?
역시 코첼라죠. 2019년 처음 코첼라에 섰을 땐 큰 걱정이 없었어요. 부담 없이 평소처럼 무대를 하고 내려오자는 마음이었는데, 이젠 알잖아요. 무대에 오르면 관중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게다가 올해는 영광스럽게도 헤드라이너이기도 했고요. 무대를 마치고 내려왔는데 계속,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코첼라에 서기 전까지 줄곧 기분 좋은 프레셔를 느끼고 있었어요. 공연 한 달 전엔 ‘와, 곧 코첼라다’ 싶었다면 2주 전엔 ‘와, 어떡하지?’ 생각했으니까요. 그런 시간을 거쳐 무대를 잘 끝마치고 내려오니까 물론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 정말 안도했고, 무엇보다 행복했어요.
비록 몇 시간의 공연이었지만, 엄청난 성장을 맛본 시간이었던 셈이네요.
그렇죠. 영감도 많이 받고 좋은 에너지로 가득 충전되는 시간이었어요. 다른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면서 ‘나도 좀 더 이렇게 해야겠다’는 새로운 방향성을 엿보기도 했고요.
유독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하는 말이 있죠. “24시간 완벽할 수 없다. 그래도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자.” 어떤 의미인가요?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에 나를 놓아두지 않으려는 편인 것 같아요. ‘오늘 왜 기분이 안 좋을까’, ‘오늘 컨디션이 좋았다면 일이 잘 풀렸을 텐데’ 같은 생각에 몰두하지 않으려고 해요. 설령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오늘 같은 날도 있을 수 있는 거지’, ‘다음에 잘하면 되겠다’ 생각하며 넘겨요. 말 그대로 ‘Let It Be’의 마음인거죠. 저는 이런 사고방식이 오히려 편하다고 느껴져요.
그런 긍정적인 바이브가 리사의 무대를 보는 사람에게도 전해지는 듯해요.
설령 기분이 다운되어 있을 때도 빨리 나아지게끔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편이에요. 일상에서도 나의 좋지 않은 기분이 타인에게 전해져 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걸 싫어해요. 그러면 오히려 제가 더 불편해하는 스타일이라.
지난 시간을 돌이켜 가장 크게 도약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콕 집어 어느 순간이었다기보다 시간이 흐르며 점점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아요. 자신감의 총량이 커지니까 무대에서의 애티튜드도 달라졌고요. 물론 첫 코첼라도 큰 몫을 했죠. 코첼라는 단순히 하나의 페스티벌이라기보다 인생이 달라진 계기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전까지는 컴백과 활동, 활동 후 연습, 그 후 또다시 컴백하는 사이클을 어떻게 해야 좀 더 즐길 수 있을까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코첼라를 계기로 사고가 확 트였고 온전히 즐기면서 무대에 서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요. 이건 저뿐만 아니라 멤버 모두가 느낀 바일 거예요.
스물여섯의 리사는 어떤 사람인가요?
사람들이 ‘뮤지션 리사’ 했을 때 떠올리는 여러 시각이 있겠지만 저는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사람인 것 같아요. 생각보다 가리는 음식도 없고, 그다지 예민한 구석도 없어요. 저를 설명하라 했을 때 ‘Super Free’라는 표현이 딱 떠오르는 것 같아요.
‘뮤지션 리사’와 ‘라리사 마노반’은 서로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가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블링크(팬덤명)는 아마 알거예요. 저는 어떤 면에서 보이는 그대로의, 투명한 사람이거든요. 생각에도, 행동에도 꾸밈이 없는 편이에요. 처음 누군가를 만나는 자리에서도 있는 그대로의 저를 꺼내 보여줘요. 굳이 타인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나를 꾸미려 들지 않아요. ‘이게 나 자신인데 어떡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너 생각보다 너무 편하게 다닌다.’ 정말 평상시엔 화장기 거의 없는 채로 잠옷만 걸치고 친구들을 보는 경우가 많거든요(웃음).
최근 1년 사이 리사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요즘 몰두하는 생각이 있어요. 나이대마다 할 수 있는 것이 정해져 있잖아요. 요즘엔 지금 나이가 아니라면 절대 하지 못할 것들을 생각해요. 그래서 하고 싶은 게 있고, 말하고 싶은 게 생기면 꼭 하려고 해요. 그게 무엇일지라도 ‘아니야, 괜찮아’가 아니라 ‘그래, 꼭 했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해요. 비로소 저 자신에게 솔직해진 거죠.
리사가 품고 있는 가장 큰 야망은 무엇인가요?
행복해지는 것. 요새 그 누구보다 나만의 행복을 많이 챙기려 해요.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나의 행복에 충실해지기로 한 거죠.
스물여섯의 리사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과감해지기로 결심했군요.
정말 나 자신을 위해 한번 살아보고 싶은 마음인 거죠. 모르겠어요. 갑자기 사춘기가 왔나 봐요. 이런 걸 오춘기라고 하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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