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끝판왕, 마고 로비 안내서

우영현

‘천의 얼굴’이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마고 로비를 보라.

바비

‘살아있는 바비 인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마고 로비에게 그야말로 완벽한 역할이다. 바비 인형의 세계관을 구현한 실사 영화에 마고 로비가 캐스팅됐을 때 이견은 없다시피 했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싱크로율 100%’라는 댓글이 복사되듯 달렸다. <바비>는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바비랜드에서 쫓겨난 바비가 인간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를 이끄는 마고 로비는 인형 미소만 앵무새처럼 반복하지 않을 거다. 전작들에서 입증했듯 연기 잘하는 마고 로비의 매력적인 외모는 세상사의 다양한 감정을 담기에도 좋다. 짐작컨대 마고 로비는 <바비>에서 ‘천의 얼굴’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기세다.

할리 퀸

창백한 피부와 양갈래 머리, 주체 못하는 웃음과 닥치는 대로 휘두르는 야구 방망이. 마고 로비 하면 번뜩 떠올리게 되는 캐릭터, 바로 할리 퀸이다. 2016년작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마고 로비가 연기한 할리 퀸은 ‘만화를 찢고 나왔다”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비주얼만 말하는 게 아니다. 광기 어린 캐릭터에 잘 녹아든 마고 로비의 열연은 할리 퀸의 예측 불가능한 ‘똘끼’를 매력적으로 각인시켰다. 이후 마고 로비는 <버즈 오브 프레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인생 캐릭터를 연거푸 연기했다. ‘할리 퀸은 마고 로비’ 공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엘리자베스 1세

2018년작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의 촬영 현장 사진이 공개되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훤하게 드러낸 이마, 헝클어진 붉은 머리, 울긋불긋한 피부. 마고 로비의 모습은 그녀에게서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었다. 이는 철저한 고증에 입각한 분장이었다. 16세기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시얼샤 로넌)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에서 마고 로비는 천연두를 앓고 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 역을 온전히 재현했다. 가장 높은 자리에 필연적인 강단과 욕망, 고독과 불안을 농밀하게 표현한 마고 로비의 연기가 특기할 만하다.

토냐 하딩

근본적으로 <아이, 토냐>는 마고 로비에게 전환점 같은 작품이다. 영화는 라이벌의 무릎을 박살낸 사건으로 스캔들에 휘말린 피겨 스케이터 토냐 하딩의 일대기를 다뤘다. 일상화된 폭력, 기이한 열정, 압박감에 매몰된 은반 위의 악녀를 소름 돋게 연기한 마고 로비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특히 경기에 나서기 전 독기와 슬픔 같은 양극단의 감정이 표정으로 일렁이는 장면은 이전까지 봤던 마고 로비의 얼굴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건 마냥 예쁘고 매력적인 배우로 머물지 않겠다는 마고 로비의 다부진 선언처럼 보일 정도다. 마고 로비의 얼굴이 비로소 이야기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었다.

‘오겜2’에 합류한 박규영, 조유리, 원지안은 누구?

이준혁에게 반하지 않으면 범죄

프리랜스 에디터
우영현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유니버셜 픽쳐스, 영화사 진진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