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entino 2023 F/W Haute Couture Collection

명수진

발렌티노 2023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파리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19세기의 성 샹티이 성(Château de Chantilly). 러시아워가 한창인 시간에 발렌티노 2023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초청받은 이들을 나르는 검은 승용차의 행렬이 이어졌다. 게스트는 잔디와 돌길이 섞인 미로 같은 구조의 정원을 통해 베뉴에 도착했다. 중앙 분수 주변으로 런웨이가 놓였다.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춀리는 샹티에 성을 ‘공간이나 시대에 얽매이지 않고 삶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장소’로서 선택했다며 ‘한때 성은 일부 특권층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현재는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고 밝혔다.

좌석에 놓인 쇼 노트에는 루마니아의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의 유명한 어록 ‘심플함은 해결된 복잡성(Simplicity is complexity resolved)’이 적혀 있었다. 네온 컬러, 스팽글, 울트라 미니스커트가 폭발적으로 선보였던 지난 시즌의 ‘클럽 쿠튀르(Club Couture)’ 컬렉션과 비교하면 확연한 변화다. 모델 카이아 거버가 화이트 셔츠와 데님 팬츠를 입고 오프닝을 열었다. 현대의 공주는 데님을 입는다는 선언과도 같은 등장! 데님은 이번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가장 핫한 소재인데, 발렌티노 역시 이번 시즌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인 ‘쿠튀르의 일상화’를 지향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데님은 아니다. 카이아 거버가 입은 데님 팬츠는 80가지의 서로 다른 인디고 컬러의 마이크로 비드로 빼곡하게 수놓은 실크 가자르 소재로 만든 것이고 이후에 등장한 데님 팬츠는 1966년에 생산된 빈티지 리바이스에 골드 아플리케를 장식해서 업사이클한 것이었다.

심플하고 일상적인 느낌의 전반부 이후에는 발렌티노 다운 피치를 높여 드라마틱한 버블 드레스, 볼 가운, 캐시미어 망토, 실크 가운 등이 등장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소재는 보다 가벼워지고 구조는 한결 비정형적이었으며 볼륨감은 다소 축소됐다. 드레스에 주머니를 달아 캐주얼함을 더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피엘파올로 피춀리의 감각적인 컬러 믹스도 눈길을 끌었다. 발렌티노 핑크와 레드는 물론 다크 그레이와 블루, 그린 컬러 등 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컬러들이 시선을 사로잡은 것. 이 때문일까?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아마도 내가 만든 것 중 가장 덜 공주스러운 컬렉션’이라고 유머러스하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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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Valen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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