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공 커지는 애니 실사판 근황

우영현

진짜 실화입니까?

원피스

 

“난 해적왕이 될 거야!” 무려 5억 1천만 부 이상 발행된 글로벌 인기작 <원피스> 실사 작품의 첫 예고편이 마침내 공개됐다. 해적왕을 꿈꾸는 주인공 루피와 주요 캐릭터들이 소개됐는데, 그보다는 루피가 “고무고무 피스톨”이라고 기술 이름을 외치며 한쪽 팔을 쭉 늘려 펀치를 날리는 장면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강렬했다.

SF 느와르 명작 <카우보이 비밥>을 실사화해 온갖 혹평을 받은 넷플릭스가 <원피스>도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한다고 공언했을 때 상당수 팬들은 원작 훼손에 대한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첫 예고편은 그런 팬심을 달래지 못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물론 본편은 다를 수 있다. 일부러 숨겨둔 것처럼 환상적인 영상미와 퀄리티를 꺼내 등 돌린 이들을 단박에 동료로 만들지도 모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꼭 그렇게 해 주길 바란다, 제발.

어쨌든 엇갈린 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실사 리메이크는 가속화되고 있다. 다음의 작품들은 해피 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기대와 흥분, 혹은 우려와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실사화 라인업을 소개한다.

모아나

흥행 참패를 겪은 <인어공주>와 내년에 공개되는 <백설공주>는 캐스팅 단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디즈니의 다양성 정책에 따라 주인공을 흑인과 라틴계 캐릭터로 변경해 원작 훼손이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2025년 개봉 예정인 디즈니의 또 다른 실사화 프로젝트 <모아나>의 상황은 정반대다. 주인공 캐스팅에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분위기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소녀 ‘모아나’가 저주에 걸린 섬을 구하기 위해 반인반신 영웅 ‘마우이’와 함께 벌이는 모험을 그렸다. ‘마우이’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드웨인 존슨이 실사판 영화에도 그대로 캐스팅됐다. 설명이 필요 없다. 우락부락한 원작 캐릭터를 보면 드웨인 존슨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가발만 씌우면 된다.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 흥행을 통해 국내 팬덤을 재확인시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 중 하나인 <너의 이름은.>도 실사화 소식이 있다. 예전부터 들려왔는데 흥미롭게도 할리우드 버전이다. 원작은 도시 소년과 시골 소녀가 느닷없이 서로 몸이 바뀌는 꿈을 반복해서 꾸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적 같은 이야기가 뛰어난 영상미, 특유의 감성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고유한 존재처럼 각인됐다.

그런 요소가 실사로 변환되는 것도 몹시 도전적인데, 배경이 미국으로 바뀐다고 하니 어떤 그림이 나올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제작진도 골머리를 앓는 중일까? <500일의 썸머>의 마크 웹,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가 차례로 하차했다. 망작이 아닌, 명작이 나오기까지 겪는 우여곡절이길 바란다.

유유백서

지난 1월 넷플릭스가 공개한 2023 글로벌 대표 라인업을 본 만화 팬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1990년대 ‘드래곤볼’, ‘슬램덩크’와 나란히 만화계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유유백서> 실사 작품이 여기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유유백서>는 차도에 뛰어든 아이를 구하다가 대신 죽게 된 불량아 ‘유스케’가 환생을 위해 ‘영계 탐정’ 임무를 맡게 되는 판타지 액션 추리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실사화된다. 이 역시도 환생 아닌 환생.

주인공 ‘유스케’ 역에는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도쿄 리벤저스>로 국내에도 꽤 알려진 키타무라 타쿠미가 발탁됐다. 사실 지난해 공식 SNS에 캐릭터 분장을 한 배우들의 사진이 공개되자 원작 팬들의 동공이 바로 커졌다. 아니, 마구 흔들렸다. 배우와 캐릭터 간의 싱크로율은 문제가 아니었다. 헤어와 의상 등 만화적 스타일을 그대로 구현해 어쩔 수 없는 어색함과 ‘만화처럼 유치한’ 기운이 차고 넘쳐 보였던 것이다. <진격의 거인>, <블리치>, <강철의 연금술사> 등 혹평에 시달린 애니메이션 실사 작품의 운명을 계승할지, 실사화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바람의 검심> 시리즈와 나란히 할지 올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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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우영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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