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m Browne 2023 F/W Haute Couture Collection

명수진

톰 브라운 2023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톰 브라운이 오트 쿠튀르 무대에 입성했다! 월요일 저녁 파리 9구에 있는 19세기 바로크 양식의 오페라 하우스인 팔레 가르니에(Palais Garnier)에서 미국 디자이너이자 CFDA(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 회장인 톰 브라운이 첫 오트 쿠튀르 무대를 선보였다. 이는 톰 브라운이 자신의 데뷔 20주년을 자축하는 특별한 방식이기도 했다. 톰 브라운은 “미국 스포츠 웨어의 전통과 테일러링을 쿠튀르로 가져온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특별하다. 미국 패션을 대표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톰 브라운은 팔레 가르니에의 객석을 골판지로 만든 사람 모형 2,000명으로 꽉 채웠다(톰 브라운과 거의 20년 동안 함께 해온 프로덕션 팀의 ‘피땀눈물’이었다는 후문). 그리고 열정적인 관객의 박수 소리도 녹음으로 준비해둔 톰 브라운의 여전한 장난기와 위트! 300여 개의 실제 객석은 팔레 가르니에의 무대 위에 마련되었다. 프런트로 자리에는 톰 브라운 리본으로 묶인 작은 두루마리가 있었는데, 그 위에는 ‘손안의 새…(A bird in the hand…)’라는, 앞으로 가지게 될지 모르는 것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의 영국 속담이 절반만 인쇄되어 있었다. 이는 앞으로 펼쳐질 드라마틱한 컬렉션 플롯에 대한 일종의 힌트였다.

영국 뉴웨이브 밴드인 비지지(Visage)가 1980년에 발표한 곡 <Fade to Grey>가 흘러나오고 밀레니엄 시절을 풍미한 모델 알렉 웩(Alek Wek)이 등장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그레이 재킷과 킬트는 톰 브라운 성공 신화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톰 브라운은 자신의 첫 오트 쿠튀르 무대에 톰 브라인의 시그니처인 그레이 슈트를 오프닝으로 올렸다. 무대 위에는 여러 개의 트렁크가 놓였고 비둘기와 커다란 종 장치는 바로 기차역 플랫폼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이후 그레이 슈트와 재킷은 프린스 오브 웨일스 체크, 골드와 실버 스팽글로 장식한 슈트, 작은 시골 마을의 풍경이 새겨진 조각보, 정교한 브로케이드 등 다양한 소재와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해체되고 조합되고 과장되었다. 톰 브라운은 이번 컬렉션이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진 그레이 슈트를 살펴보는 자리라며 ‘벌써 20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마지막 58번째 룩은 브라이덜 컬렉션이 등장했고, 보통의 패션쇼보다 2배 넘는 시간인 31분 동안의 드라마틱한 컬렉션이 마무리됐다. 톰 브라운은 첫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통해 자신의 작업이 이미 쿠튀르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2022년 멧 갈라에서 가수 리조에게 입힌 코트가 무려 22,000 시간 동안 수작업한 것을 떠올려보면 이런 생각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2018년 제냐가 인수한 톰 브라운의 매출은 2억 6400만 유로에서 2022년 3억 3000만 유로로 증가했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데뷔 20주년이다.

Dior 2023 F/W Haute Couture Collection

Chanel 2023 F/W Haute Couture Collection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Thom Brow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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