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 귀신은 정말 존재할까? 귀신을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여름이라 그런지, 추천작으로 공포물이 자주 보인다. 드라마 <악귀>가 시청률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귀신은 언제나 스토리텔링 관점에서도 매력적이며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다. 하지만 내가 귀신을 만나게 될 거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종종 피곤하면 가위에 잘 눌리곤 했고 그 때마다 형체나 사운드로 귀신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귀신과의 동침이 시작된 건 이사를 가고 나서부터였다. 나의 첫 독립은 그렇게 악몽이 되고야 말았다.
내가 살던 집은 5층에 위치한 작은 오피스텔로 처음엔 큰 문제가 없었다. 점점 이상함을 감지한 것은 한 달이 지난 후부터였다. 평소와는 다른 강도의 가위눌림이 시작되었고 심한 날에는 마치 영화관에서 3D로 체험하는 것처럼 기묘한 존재가 눈앞에 서 있었다. 그들은 때때로 야광처럼 반짝이는 섬광과 함께 찾아오기도 했다. 비주얼적으로도 정말이지 쇼킹한 경험이었다. 공포심은 오히려 눈보다는 귀로 극대화되곤했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상태에서 때로는 귓가에 소름 돋는 사운드가 들리기도 했으니까. 주술 혹은 소음에 가까운 날카로운 음성이 나를 괴롭혔다.
너무 무서운 날에는 주기도문을 외우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주기도문을 따라 외운다는 공포 신화가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귀신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선 사전적으로 정의하는 귀신이란 ‘사람이 죽은 뒤에 남는다는 넋, 사람에게 화와 복을 내려준다는 신령’으로 나온다. 귀신은 언제나 뜬금없는 순간에 등장하여 일상을 낯설게 만들고 끔찍한 장면으로 전환시킨다. 일주일에 2-3번 가위를 눌리고 귀신을 보며 점점 일상이 망가져가고 있음을 경험했다. 어떤 날엔 ‘그래 너 또 왔구나, 어디 네(귀신)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담판을 지어보자.’며 고통을 넘어서 귀신과 ‘맞짱’을 뜨겠다는 대담한 나를 마주하기도 했다. 나는 귀신과 대화를 시도해보고도 싶었다. ‘왜 나한테 찾아오는 거냐!’고 말이다. 하지만 끝끝내 나는 귀신을 이길 수 없었고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그 집으로부터 야반도주하고야 말았다.
드라마 <악귀> 포스터
이제는 비교적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무용담이 되었지만 당시에 내가 느낀 트라우마는 상당했다. 매일 밤 잠드는 것이 두려웠고, 때로는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몽롱하게 집 앞을 배회하는 몽유병 비슷한 것을 겪기도 했었다. 몇 백 만원을 손해 보고도 그 집을 빠져나온 것은 정말이지 현명한선택이었다. 내가 겪은 미스터리하고 불가사의하며 공포스러운 경험을 어떻게 이성적으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 삶 가운데 귀신이라 불리는 존재, 영혼, 초월적인 그 무언가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섬뜩함을 느낀다! )
귀신이 두려운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우선 귀신의 원초적 속성은 파괴, 괴롭힘, 일상의 붕괴라는 점이 가장 큰 것 같다. 귀신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요소, 이를테면 건강한 신체와 정신, 마음, 안정감, 관계 등을 파괴하는 존재다. 귀신은 트라우마와 깊은 관련이 있기도 하다. 또한 귀신의 배경에는 언제나 어떤 세계를 향한 두려움과 불안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귀신은 불안 상태에서 빚어진 인간의 분열된 도플갱어’라고 말이다. 귀신은 무의식적 속성과 상상된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다행히도 공포스러운 지난 3년 전의 경험 후 다시 내 눈앞에 귀신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귀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둡고 습하고 침침한 공간에 발을 딛는 순간 느껴지는 서늘함, 소름 돋음, 어떤 강렬한 기운이 뒤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통해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사는 존재가 그 순간 그 공기에 함께 존재함을 느낀다. 초월적이며 두려운 사후 세계의 존재를 끊임없이 의식하며 산다는 것은 반대로 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조심하게 되고 인간의 무한함을 깨닫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불멸의 존재를 피할 수 없다면 기꺼이 맞이해라, 그리고 생각해라! 내가 느끼고 있는 불안과 두려움,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투명하게! 귀신과 몇 번 만나고 소통하며(?) 내가 깨달은 진리다.
- 프리랜스 에디터
- 김소라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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