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바칸자(La Vacanza)’ 컬렉션이라는 절대적이고도 현대적인 우아함에 관하여
도나텔라 베르사체와 두아 리파. 이름만으로 영감을 주는 두 아이콘이 만들어낸 황홀한 휴가, ‘라 바칸자(La Vacanza)’ 컬렉션이라는 절대적이고도 현대적인 우아함에 관하여
전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인 칸 영화제가 한창인 5월, 팝스타 두아 리파와 공동 디자인 작업임을 알리는 베르사체 컬렉션의 티저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었다. 세 개의 게시물에는 이번 컬렉션의 힌트처럼 나비가 등장했다. 두아의 팬이 라면 그의 뜨거운 나비 사랑을 알고 있을 터. 칸 영화제 기간에 단독 쇼를 선보인 베르사체 컬렉션에 두아 리파의 참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쇼 시작 전, 마지막으로 공개한 포스팅은 함께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는 도나텔라와 두아의 뒷모습이었다. 이 컬렉션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아이코닉한 패션 하우스가 공동 작업자에게 디자인 프로세스를 공개한 최초의 사례다.
이 완벽한 듀오가 유대감을 형성한 것은 한 해 중 가장 좋은 시기, 휴가를 의미하는 ‘La Vacanza’에 대한 애정이었다. “저는 여름을 사랑하고 이 컬렉션은 1년 중 가장 좋은 시기를 기념합니다. 화려한 색상, 재미있는 프린트, 그리고 가벼운 실루엣. 유쾌하고 명랑한 프린트의 비키니를 입고 수영장 옆에 누워 있는 것 부터, 무더운 여름날 저녁 완벽한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기 위해 드레스 업하는 것까지, 완벽한 여름 컬렉션이죠. 이 옷들은 제가 휴가를 보내며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을 바로 떠올리게 합니다.” 도나텔라는 말했다. 저물녘 칸만을 둘러싼 언덕 위에 위치한 빌라에서, 칸의 바다와 하늘의 고요한 라인을 가르며 걸어 나오는 모델들의 모습은 숨 막히는 풍경과 어우러져 휴가를 보내는 듯 착각하기에 충분했다. “도나텔라와 저는 이 컬렉션을 만들면서 한 해 중 이맘때에 대한 애정으로 통했고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했습니다. 아카이브를 열심히 찾아보며 무수히 많은 동일한 레퍼런스에 끌렸다는 것을 알았죠. 그건 무척이나 영감 넘치고 성취감을 주는 과정이었습니다.” 영화 <바비>의 인어 바비 역할로 등장하는 두아 리파에게 영향을 받은 듯, 바비를 연상시키는 핑크빛 룩과 빅 헤어로 시작한 라 바칸자 컬렉션. 이어서 완벽하게 커팅된 테일러링과 이브닝 가운부터, 비키니와 테리 코튼 비치웨어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두아와 도나는 베르사체 1995 S/S 컬렉션에 처음 등장한 아이코닉한 나비와 무당벌레 프린트를 도트 무늬와 함께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손으로 그린 시그너처 메두사와 그레카 주얼리, 크리스털 장식 나비와 무당벌레 주얼리로 화려함을 더했다. 스윔웨어와 브라렛 톱 위에 레이어링한 테일러링은 여름 내내 라 바칸자를 입고 낮과 밤을 보내기에 충분해 보였다.
“우리는 이 컬렉션을 함께 디자인하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가 휴가 중인 것처럼 느꼈고, 그게 바로 사람들이 우리 옷을 입을 때 느꼈으면 하는 정신입니다.” 베르사체 코드를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과정이 두 작업자에게 즐거운 휴가 같은 일이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일까. 마지막 모델이 런웨이를 마치고 손을 맞잡고 피날레를 장식한 두아 리파와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모습에서 둘의 뜨거운 우정이 느껴졌다. 패션을 사랑하는 팝스타와 음악을 사랑하는 디자이너의 만남. 많은 여성들에게 진정으로 영감을 주는, 두 여성 공동 작업자가 만들어낸 베르사체의 창의성, 협업, 우정, 그리고 충만한 삶의 무한한 기회로 가득 찬 축제.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두 아이콘의 만남은 운명이자 필연이라 할 수밖에.
“우리는 이 컬렉션을 함께 디자인하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가 휴가 중인 것처럼 느꼈고, 그게 바로 사람들이 우리 옷을 입을 때 느꼈으면 하는 정신입니다.”
- 에디터
-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