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가야섬에 위치한 ‘가야 일랜드 리조트’에서 보낸 하루
자연 속에서 걷는 것이 곧 수천 개의 기적을 마주하는 일이라면, 코타키나발루 가야섬에 위치한 ‘가야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그 기적들을 한 아름 끌어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날 나는 해가 지는 걸 마흔네 번이나 보았어.” 이것은 소설 <어린 왕자>에서 사랑했던 많은 문장 중 하나. 초여름을 앞둔 때,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면 어린 왕자가 좋아하는 일몰을 끝도 없이 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무렵 당도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는 마침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섬과 함께 세계 3대 석양을 눈앞에 둘 수 있는 곳이었다. 오로지 석양 하나만을 마음에 품고 찾은 코타키나발루, 이곳의 첫인상은 어쩐지 ‘냄새’로 기억에 남는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끼치던, 공기에 실린 열대 우림 특유의 들큰한 향취. 그 냄새를 코끝에 달고 숙소를 찾기 위해 공항에서 차로 20분 달려 석양 명소로 알려진 선착장 ‘제셀톤 포인트’로 향했다.
제셀톤 포인트에서 다시 쾌속선에 몸을 싣고 15분 항해하면 가야섬에 닿는다. 가야섬은 자연 보호 지역인 툰쿠 압둘 라만 해양국립공원을 이루는 다섯 군도 중 가장 큰 섬으로, 섬의 등뼈를 따라 300m 넘는 해발고도의 산이 이어진다. 이곳에 개장한 ‘가야 아일랜드 리조트’는 그곳에 발을 디디기도 전, 멀리 바다 한가운데 쾌속선에 몸을 실은 여행객을 맞았다. 고대 열대우림 사이, 비밀스러운 요새처럼 둥지를 튼 리조트. 사바 전통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은 한껏 이국의 분위기를 풍겼다. 도착 후 실링팬 너머로 불어오는 다정한 바람을 맞으며, 이름 모를 열대 과일을 갈아 만든 웰컴 주스를 한 모금 넘기며 로비에 시선을 던지다 보면 손 글씨로 빼곡한 칠판을 발견하게 된다. 칠판엔 그날그날 리조트에서 누릴 수 있는 갖가지 액티비티가 소개되어 있는데, 자세히 살피면 코타키나발루의 수많은 리조트 중에서 이곳을 부러 선택해 찾은 이들의 취향을 짐작할 수 있다. 스노클링과 트레킹, 선셋 크루즈 프로그램부터 야생 거북이 구조와 산호초 복원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인 ‘Water Sports Centre’, 카약을 타고 맹그로브 생태를 탐험하는 ‘Mangrove Kayaking’, 반딧불이를 비롯해 섬에 서식하는 야행성 동물을 만나는 ‘Night Walk’ 등에 이르기까지. 해양국립공원 내 리조트가 자리한만큼, 과학적으로 알려진 종들 중 75% 이상에 이르는 다양한 해양 동식물이 서식하는 이곳은 탐험을 즐기고 대자연에서 누리는 휴양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완벽한 선택지가 될 거란 인상이 스쳤다.
울창한 숲길 사이, 총 121개 객실이 듬성듬성 자리한다. 풍성하게 우거진 맹그로브 숲 전망의 ‘바유 빌라’, 부드럽게 경사진 언덕 위에 자리해 해변가 모래사장을 내다볼 수 있는 ‘캐노피 빌라’, 남중국해를 가로지르는 탁 트인 전망을 가져 맑은 날엔 멀리 키나발루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키나발루 빌라’, 거실과 주방, 2개의 침실 등을 갖춘 ‘수리아 스위트’까지 총 4개 타입으로 나뉜 객실은 공통적으로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가 깃들어 있다. 어디로 시선을 던져도 마주하는 무성한 수풀, 이름 모를 새의 지저귐, 먼바다에서 실려온 소금기 밴 향취 따위는 이곳 객실에 머물며 매일같이 마주할 수 있는 선물이다. 객실에 머물며 여행자의 특권인 한량의 시간을 보내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객실 밖으로 나서면 3개의 레스토랑을 만나게 된다. 일식, 한식, 동남아, 서양식 등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피스트 빌리지’부터 옥상에 위치해 멀리 키나발루산의 전망을 눈요기 삼아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피셔맨즈 코브’, 열대우림에 둘러싸인 2층 규모의 일본식 레스토랑에서 철판 구이, 샤부샤부, 나베 요리를 선보이는 ‘오마카세’까지. 배를 두둑이 채운 후엔 리조트의 프라이빗 비치인 타바준 베이 혹은 해변 바투에 위치한 40m 길이의 인피니티 풀로 향하거나 보르네오 문학 및 잡지를 구비한 라이브러리, 사바 토착민의 전통 치유 방식에 기초한 다양한 스파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스파 빌리지’ 등을 경험하면 빈틈없이 꽉 채워진 하루가 완성된다.
어쩌면 가야 아일랜드 리조트에선 부지런을 떠는 자가 승자다. 드넓은 리조트의 지리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즈음, 리조트가 개장한 2012년부터 손님을 맞아온 박물학자 저스틴과 함께하는 정글 산책 ‘Guided Nature Walk’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른 아침 산책로 앞으로 투숙객이 삼삼오오 모였고, 저스틴은 말했다. “저희 가족은 자연, 야생동물 애호가였어요. 어린 시절 농장에서 꼬박 하루를 보내기 부지기수였고 세 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보르네오의 열대우림을 탐험하기 시작했죠. 오늘 트레킹은 여러분이 직접 거리와 난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여정에서도 신비로운 고대 열대우림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죠. 지난 2년 동안, 세상에 팬데믹이 닥쳤을 시기 저는 동료들과 함께 이 산책로를 직접 가꾸기로 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만나게 될 계단, 다리, 쉼터 등은 모두 제가 동료들과 직접 자재를 산까지 실어 만든 것들이죠.” 그렇게 나선 트레킹, 저스틴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 나뭇잎을 피리처럼 접어 새소리를 흉내 내는 방법, 반딧불이의 숙주 식물, 뱀의 모양과 색깔에 따라 독사를 구별하는 방법, 우울증 치료에 탁월한 식물인 일랑일랑 등. 트레킹을 마치자 산책로 앞 표지판에 적혀 있던 한 문구가 떠올랐다. “자연 속에서 걷는다는 것은 곧 수천 개의 기적을 목격하는 것이다.”
쾌속선에 승선했을 때의 흥분되는 기분, 리조트를 거닐 때 발밑으로 툭 떨어지곤 했던 손바닥만 한 꽃잎들, 마사지 베드에 누웠을 때 풍겨온 코코넛 오일의 냄새, 스노클링 가이드를 통해 알게 된 암호명과도 같던 산호초의 이름들. 가야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보낸 나날 사이엔 이 모든 장면들이 책갈피처럼 자리한다. 그리고 마치 영원히 끊이지 않는 배경음악처럼, 그림 같은 석양이 그 사이사이에서 펼쳐지곤 했다. 이곳은 어쩌면 리조트이기 전에 대자연을 배경 삼은 무대와도 같다. 마치 리조트를 보호하며 감싸 안고 있는 맹그로브숲, 심해의 비밀을 간직한 툰쿠 압둘 라만 해양국립공원, 이러한 자연을 지키고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한 리조트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 지친 몸을 자연에 누이고 싶을 때면, 문득 이곳에서 보낸 나날이 해상도 낮은 옛 사진처럼 떠오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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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전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