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지심과 이별하기

김소라

오랫동안 나 스스로를 괴롭혀온 자격지심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격지심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는 다양하다. 첫 번째, 자기 마음을 스스로 위로함. 두 번째,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 세 번째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 우리는 주로 마지막처럼 부정적인 의미로 자격지심을 대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지나친 경쟁과 비교하는 환경 속에 놓여있고, 그럴 때마다 자기 자신에게로 화살을 돌리는 것이 가장 쉬운 방어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쟁에 치이는 삶을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씩 불어난 좌절감과 패배의식이 자격지심이란 어두운 덩어리를 더 강력하게 키우곤 한다.

나에게도 여러 가지 형태의 자격지심이 있다. 외모, 학력, 직장, 가족, 경제력, 연애, 결혼 등등.  나를 둘러싼 모든 세계에 조금씩 비뚤어지고 망가진 형태의 모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일정한 속도로 알맞은 타이밍에 남들이 걷고 있는 길을 살짝 이탈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자격지심은 조금씩 그렇게 자라난다. 때로는 나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는 것마저도 약간의 균열감으로 인해 뒤흔들리는 순간도 있다. 어쩌면 나는 매일매일 다양한 종류의 자격지심을 마주하며 매 순간 그것과 투쟁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그러한 자격지심 종류 중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것 직장에서 마주하는 무력감이었다. 몇 개월간 고생한 프로젝트가 완전히 물거품으로 돌아갔을 때, 기발한 아이디어와 불도저 같은 실행력으로 추진한 업무에 부정적인 피드백이 오고 갈 때, 내가 열심히 준비하던 일을 누군가 가로채가거나 다른 팀원에게도 넘어갔을 때. 그럴 땐 이유 없이 누군가 나를 두고 수군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나 스스로에게 더 이상의 반짝이는 무언가가 남아있지 않은 것인지 좌절하고 괴로워했다. 옆에서 아무리 ‘넌 최고다’, ‘잘하고 있다’, ‘네가 아니면 안 된다’와 같은 응원을 해줘도 스스로 판 거대한 자격지심이라는 무덤은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결국 자격지심으로부터 나를 온전히 해방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격지심과 반대되는 지점에 있는 것은 자아존중감이라는 개념이다. <누구나 자격지심은 있다>라는 책 속에서는 자아존중감을 이렇게 정의한다.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 이러한 자아존중감을 기르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에 거창한 목표보다는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성취한 후 거 큰 성취감을 만들어가는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평가 절하하지 않기, 자신의 성공을 운이나 타인의 공으로 돌리지 않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수용하고자 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자격지심이 심할 땐 최대한 사람과 멀어지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지금까지 노력하여 이룬 것들, 보고 경험한 것들, 주변에서 위로해 주고 용기를 전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이미지처럼 떠올린다. 때로는 휴대폰 속 사진첩 정리를 하며 그 시간을 곱씹어 보기도 하고 메모장에 적어둔 흔적, 답답할 때 적은 일기나 소중한 친구로부터 받은 편지를 읽으며 치열하게 달려온 순간을 되돌아본다. 자격지심과 영원히 이별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적어도 그것이 나를 잠식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자격지심을 3인칭화 시켜 조금 멀찍이 스스로를 바라보고 토닥여주며 한 단계 성장하는 전환점으로 사용하길 바란다.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나’뿐이라는 불변의 진리를 받아들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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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김소라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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