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에게 ‘아이돌 출신’, ‘연기돌’ 말고 ‘배우’라는 수식어를 바친다.
<닥터 차정숙>의 조아람
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시청률 기세가 꼿꼿하다. 안정적인 엄정화와 팔딱팔딱 김병철의 연기 조합이 흥미를 유발하는 와중에 눈에 띄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냉랭하고 냉정하며 까칠하지만, 털털할 땐 털털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는 외과 레지던트 전소라. “아프단 핑계 댈 거면 들어오지 말았어야지. 나는 처음부터 잘했는데.” 실수한 자에게 호되게 팩폭을 날리지만 다 맞는 말이고, 츤데레 면모도 있어 무척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런 전소라를 선명하게 연기하고 있는 배우가 조아람이다. 꽤 많은 이들이 “저 배우 누구지?” 했을 텐데, 아는 사람들은 알 거다. 조아람은 그룹 구구단의 멤버 혜연이라는 반전 이력을 갖고 있다. 2016년 데뷔했으나 활동 중 건강 문제로 팀을 나왔고, 이후 연기를 전공한 조아람은 지난해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을 통해 배우로서 처음 얼굴을 보였다. 그러니까 <닥터 차정숙>은 조아람의 두 번째 작품이다. 간혹 몇 장면만으로 기대감을 품게 만들고 응원하게 만드는 신인 배우가 있다. 대선배 엄정화와 마주하면서도 존재감을 뾰족하게 드러낼 줄 아는 조아람이 딱 그렇다.
<낭만닥터 김사부 3>의 윤보라
이쯤 되면 의학 드라마로서 그리고 시즌제 드라마의 모범 답안이라 해도 무방하다. 나왔다 하면 시청률 20%를 돌파한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세 번째 시즌도 시작부터 조짐이 좋다. ‘낭만닥터’ 한석규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명불허전이고, 시즌 1, 2를 거치며 야금야금 넓이와 깊이를 더해 온 ‘돌담병원’ 세계관은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풍성한 캐릭터들도 이 작품의 매력인데 그중에 간호사 주영미 역을 맡은 윤보라가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처음 등장한 주영미는 똑 부러지고 눈치 빠르며 야무진 간호사다. 정갈하게 묶은 머리와 얼굴 반쯤 되는 커다란 뿔테 안경이 그의 됨됨이를 또렷하게 드러낸다. 아이돌 센터 포지션마냥 극의 중심에서 돋보이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윤보라는 주영미를 실제로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낭만닥터’ 세계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일부가 됐다. 맞다. 윤보라는 그룹 씨스타의 멤버 보라다. 뿔테 안경의 간호사 주영미를 보면 그 사실을 자꾸 까맣게 잊게 된다. 윤보라보다는 주영미가 더 보인다는 말인데, 당연히 칭찬이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종이달>에서는 윤보라의 좀 더 입체적인 캐릭터와 열연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변호사>의 김지연
작년 여름, 그룹 우주소녀의 콘서트 후기가 화제가 됐다. 배우 김태리가 열정적으로 콘서트를 즐기는 모습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특히 멤버 보나의 얼굴이 스크린에 나올 때마다 김태리는 눈치 보지 않고 특유의 발성 좋은 목소리로 큰 환호를 보내 스스로 ‘김태리 인증’을 했다고 한다. 이때 김태리가 큼지막하게 외친 이름은 ‘김보나’, ‘김지연’, ‘고유림’. 모두 같은 사람이다.
우주소녀의 보나는 김지연이라는 본명으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출연했고, 여기서 맡은 역할이 바로 고유림으로 김태리가 연기한 나희도의 펜싱 라이벌이다. 이 작품을 계기로 보나와 김태리는 친분을 다졌다. 김지연이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통해 얻은 건 더 있다. 본명으로 출연한 첫 작품에서 김지연은 안정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당시 그가 ‘연기돌’이라는 사실을 몰랐거나 지금까지도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그 정도로 출중했다. 현재 김지연은 사극 <조선변호사>에서 복수를 위해 여종의 삶을 선택한 공주 역을 연기하고 있다. 작품의 성적과 별개로 보나가 아닌 김지연으로 자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 JTBC, SBS, KT스튜디오지니, MBC,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