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고 노래하는 원조 엔터테이너들이 주인공이라는 사실.
1. 장혁
2000년의 일이다. 당시 만연했던 세기말 분위기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흡수한 신인 가수가 등장했다. 드라마 <학교>, <햇빛 속으로>를 거치며 반항아 캐릭터로 톱스타의 DNA를 냉큼 드러낸 장혁이 ‘TJ’라는 활동명으로 불현듯 앨범을 발표했다.
테크노 장르의 타이틀 곡 ‘Hey Girl’은 지금까지도 전무후무한 음악과 랩 스타일로 적지 않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독특한 개성, 환상적인 랩으로 무대를 장악한 반항아”라는 음악 방송 멘트 그대로였다. 장혁은 무호흡 랩을 펼치며 ‘팀과 장혁’이라는 ‘TJ’의 의미대로 댄서들과 무대를 휩쓸다시피 했다. 시대를 초월한 듯한 노래는 차트 상위권을 순항했는데 신박한 음악성보다는 난해한 콘셉트를 그럴듯하게 소화한 장혁의 멋짐 덕분이었다. 그로부터 20년 넘게 지났다. 장혁은 여전히 멋있고, 래퍼 장혁은 여전히 음악계의 반항아로 남아 있다.
2. 장나라
드라마 <패밀리>로 장혁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장나라의 가수 경력은 화려하다 못해 대단하다. 2001년 가수로 먼저 데뷔한 장나라는 그해의 신인 가수로 낙점됐다. 이듬해에는 두 번째 앨범이 대성공을 거두며 대상 트로피들이 장나라에게 자석처럼 붙었다. 3집 앨범도 히트였다 히트.
이 시기 전국구 인기를 누린 ‘고백’, ‘아마도 사랑이겠죠’ 등의 노래가 장나라의 호소력 강한 보이스가 빛났다면, ‘4월 이야기’, ‘Sweet Dream’, ‘나도 여자랍니다’는 당시 폭발적인 사랑을 얻은 장나라의 발랄한 이미지를 똑 닮았다. 지금 다시 들어도 끝까지 듣게 되고, 따라 흥얼거리게 만드는 좋은 노래들이다. 장나라는 배우로도 승승장구하며 엔터테이너의 정점에 섰다. 특히 장혁과 출연한 <명랑소녀 성공기>가 시청률 40%를 넘었다. 기세를 이어 장나라와 장혁이 듀엣곡을 불렀다면 어땠을까? 장혁 말고 TJ와.
3. 엄정화
인기가 치솟고 있는 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엄정화가 배우이자 가수라는 사실은 꽤 알려져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역할이 크기도 한데, ‘환불원정대’ 활동으로 다시금 이를 확인시켜 준 엄정화는 곧 공개될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댄스 아티스트의 진면목을 보여줄 심산이다.
그러니 데뷔 31년차 가수 엄정화가 이어 온 멋진 행보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1995년 발라드 ‘하늘만 허락한 사랑’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엄정화는 이듬해 히트곡 ‘배반의 장미’로 대중 음악계의 중심에 섰다. 이때 시도한 파격적인 콘셉트와 전위적인 퍼포먼스는 ‘초대’, ‘포이즌’, ‘숨은 그림 찾기’, ‘몰라’, ‘D.I.S.C.O’로 팽창하며 아이코닉한 요소가 됐다. 엄정화가 ‘댄스 디바’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갖게 된 것도 물론이고. 그 와중에 엄정화는 디스코, 일렉트로니카를 끌어들이며 한국 댄스 음악의 사운드를 풍성하게 채웠다. 그중에서 한 곡을 듣는다면 엄정화의 화려한 재기를 이끈 ‘D.I.S.C.O’를 꼽는다. 이 무대를 보면 엄정화는 영원히, 언제나 댄스 디바일 것만 같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