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파리 패션위크 속 핵심 이슈들을 모아봤다.
한국 셀럽 50여 명이 대거 참석하며 어느 때보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한 4대 도시 패션위크.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가운데 더블유 에디터들이 패션쇼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촘촘히 채집한 이슈들을 소개한다.
팬이에요
미우미우 컬렉션의 오프닝과 피날레를 장식한 배우 미아 고스와 엠마 코린, 그리고 루이 비통 런웨이의 단골손님 배우 정호연까지. 디자이너들의 사적인 팬심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태극기 휘날리며
K팝에 이어 K패션도 월드와이드 진출에 발을 내디뎠다. 끈에 달린 진주로 제한된 생각과 움직임을 보여준 김해김(Kimhekim), 한국 아티스트 오상권의 조각품을 설치한 뒤 자신들만의 생각을 담은 크로스오버 패션을 보여준 잉크(eenk), 런웨이에 사무실을 만들어 자신의 장기인 테일러링과 커팅, 드레이핑 솜씨를 뽐낸 록(Rokh)이 그 주인공들이다. 한국에서의 성공이나 신인에게 단 한 번 주어지는 값진 상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지속하는 그들의 용기와 집념에 박수를 보낸다.
백합
스키아파렐리의 첫 레디투웨어 쇼에 등장한 룩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백합을 한 아름 가방에 담고 걸어가는 모델이었다. 쇼장 입구에 거대한 백합 꽃다발로 관객을 반긴 디자이너의 복선. 워킹을 하다 떨어뜨린 한 송이 백합마저 퍼포먼스 같았던 로맨틱한 쇼.
패션 실험실
빛에 반응하는 옷을 만드는 언리얼에이지. 그는 UV 레이저로 옷에 색과 패턴을 입히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새로운 기술을 패션에 접목하는 작업을 꾸준히 펼쳐온 그의 오랜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
가슴 가리개
이번 시즌 작고 아슬아슬하게 가슴을 가리는 브라톱이 파리 컬렉션에서 자주 목격됐다. 최소한의 무언가로 가슴을 가리거나, 그마저도 없이 손으로 가리고 등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기존의 전형적인 브라톱에서 여성을 해방시키려는 의지!
셀럽 다모여!
파리 패션위크에 나타난 셀럽들! 시상식을 방불케 한 라인업! 생로랑 쇼의 두아 리파, 디올 쇼의 샤를리즈 테론, 발렌티노의 플로렌스 퓨, 루이 비통의 레아 세이두와 젠데이아, 알렉산더 맥퀸 쇼의 에디 레드메인, 로에베 쇼의 클로에 세비니까지. 평소에 한자리에서 볼 수 없던 기라성 같은 셀럽들을 볼 수 있다 .
폴 스미스와 피카소
파블로 피카소 서거 50주기를 맞이하여 폴 스미스가 큐레이팅한 전시에 다녀왔다. 빡빡한 패션위크 일정에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선물같았던 이번 전시는 박물관이 소장한 피카소 컬렉션의 걸작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각각의 방을 폴 스미스의 시각으로 꾸몄고, 작품의 구성 역시 그가 직접 셀렉했다. “피카소의 작품을 기존 틀에 박힌 방식에서 벗어나 젊은 관객도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시각적 경험으로 구성하려고 애썼습니다.” 8월 27일까지 공개되니 파리를 찾는다면 놓치지 말 것.
반짝반짝
전 세계의 프레스가 모이는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는 재능 있는 신인 디자이너의 쇼도 넘쳐난다. 더블유의 감식안에 포착된 신인 디자이너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창의성을 부여하는 호다 코바(Hoda Kova), 폭발하듯 부풀어 오른 과감한 실루엣을 만드는 첸팽(Chen Peng), 장난기 넘치는 기획과 독창적인 접근 방식으로 패션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스페인 디자이너
파울라 카노바스 델 바스 (Paula Canovas del Vas) 이렇게 셋!
나오미 전성시대
파리 2023 F/W 컬렉션만큼 나오미 캠벨의 활약이 도드라진 시즌이 또 있었을까? 그녀는 오프화이트, 알렉산더 맥퀸 쇼의 오프닝을 맡아 자신의 건재함을 워킹으로 드러냈고, 실시간 SNS 피드를 점령했다.
레디투웨어 속 쿠튀리에들
거의 모든 옷을 쿠튀르인가 싶을 정도로 제작해 판타지를 선사한 니나 리치, 진주 드레스의 소매가 가방을 덮을 수 있게 디자인한 지방시, 만개한 꽃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느와 케이 니노미야, 구조적인 형태의 크리스털, 진주 드레스를 선보인 발망의 50년대풍 런웨이까지. 모두 자신의 솜씨를 새삼 증명하고 싶었는지, 파리 패션위크 런웨이는 화려하고 풍성한 축제 같았다. 레디투웨어 컬렉션에서 이 정도라면, 이들의 쿠튀르 컬렉션은 과연 얼마나 더 정교하고, 집요할까?
조기석과 김준태
온 세상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주목하는 건 우주의 기운 때문만은 아니다. LVMH 파이널리스트 한국인 2명은 당당히 실력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으니까. 사진가로 더 알려진 조기석은 젠더리스하고 아티스틱한 브랜드 쿠시코크를 꽤 오래 이끌어왔다. 그의 컬렉션은 최근 방탄소년단과 뉴진스, 자레드 레토가 입기도. 이번 시즌 그의 작품 중 일부에 적힌 ‘실패할 권리’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준태킴’을 이끄는 김준태는 역사적인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젠더리스 컬렉션을 만든다. 궁정 드레스에서 특별한 영향을 받았으며, 데님, 가죽을 재단하는 솜씨가 빼어나다. 로맨틱한 동시에 클래식하며, 젠더 플루이드한 컬렉션. 두 사람 모두 패션의 판타지와 실용성을 두루 갖췄다.
개념 런웨이
쿠레쥬의 니콜라스 디 펠리체(Nicolas di Felice)는 스마트폰에 취해 사는 현대인에 대한 단상을 담은 컬렉션을 준비했다. 안개 속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걸어 나오는 오프닝 모델, 사운드트랙과 함께 스마트폰 ‘SIRI’의 음성이 섞여 나왔다. “하늘이 파랗습니까? 하늘이 파랗니?” 아침에 창 밖을 내다보며 날씨를 확인하는 대신 날씨 앱을 열며 하루를 시작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한 것.
베스트 퍼포먼서
지난 시즌 스프레이 퍼포먼스로 약 400억원의 바이럴 효과를 누린 코페르니. 세바스티앙 메예르와 아르노 베이용 듀오는 이 기세를 이어 2023 F/W 컬렉션에서 로봇 개 스팟과 모델 리앤 반 롬페이가 교감하는 명장면을 선사했다. 스텔라 매카트니 역시 본인만의 방식으로 삶과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는데, 그 중심에는 어머니와 딸, 자매, 자연, 그리고 사랑이 있다. 말 일곱 마리와 함께 승마 학교에서 열린 쇼는 말을 좋아하던 어머니, 린다 매카트니를 떠올리며 구상한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컬렉션이었다.
新데뷔전
데뷔전을 치른 두 명의 젊은 디자이너, 앤 드뮐미스터의 루도빅 드 생 세르냉과 니나 리치의 해리스 리드. 기대와 달리 자신의 레이블을 정제하는 데 그친 룩을 선보여 아쉬울 뿐이다.
셀럽 다모여!
파리 패션위크에 나타난 셀럽들! 시상식을 방불케 한 라인업! 생로랑 쇼의 두아 리파, 디올 쇼의 샤를리즈 테론, 발렌티노의 플로렌스 퓨, 루이 비통의 레아 세이두와 젠데이아, 알렉산더 맥퀸 쇼의 에디 레드메인, 로에베 쇼의 클로에 세비니까지. 평소에 한자리에서 볼 수 없던 기라성 같은 셀럽들을 볼 수 있다 .
K유니버스
이번 시즌 파리 패션위크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샤넬의 제니와 박서준, 생로랑의 로제, 디올의 지수, 루이 비통의 뉴진스 혜인과 배두나, 미우미우의 이유미, 로에베의 엔믹스 등 브랜드 앰배서더뿐 아니라 수많은 한국인 셀럽이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게스트로 참석했기 때문이다. 프런트로에 자리한 배우 문가영, 이동휘, 전종서, 이다희, 신세경, 그리고 뮤지션 선미, 현아, 던, 아이들 민니, NCT 태용, 윈윈, 사이먼 도미닉, 이하이, 휘민, 규정 등 꼽기 어려울 정도로 곳곳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이 목격되었다.
어깨빵
‘어깨빵’이 두렵지 않을 만큼 거대한 어깨 실루엣이 이번 시즌 트렌드다. 가로 폭이 족히 50cm는 넘을 듯한 80년대풍 빅 숄더 재킷을 선보인 생로랑과 목이 파묻힐 정도로 어깨선을 드높인 발렌시아가가 대표적이다.
아트 버프
쇼 직전 티저 영상을 통해 라라 파바레토와의 협업을 예고한 로에베, 관찰이라는 행위를 탐구하는 정금형과 미우미우, 신화 속에 존재할 것 같은 거대한 패브릭 설치물을 만든 조안나 바스콘셀로스의 디올까지. 우리가 패션쇼에 기대하는 것은 바로 놀라움과 감동이다.
전복의 미학
디자이너의 유쾌하면서도 삐딱한 시선을 마주하는 일이야말로 패션쇼 관람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이번 시즌 ‘킥’을 선사한 패션 속 비틀기는 세 종류로 나뉜다. 위와 아래, 안과 밖, 그리고 입체와 평면의 차원을 반전시키는 것. 미우미우는 타이츠 밴드와 속옷을 옷 밖으로 꺼내 보였고, 꼼데가르송은 안감과 겉감이 뒤엉킨 듯한 드레스를, 알렉산더 맥퀸과 발렌시아가는 응당 아래에 위치해야 할 팬츠를 상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종이인형 옷 입히기 놀이가 연상되는 평면적인 드레스를 선보인 로에베의 해석도 신선했다.
봉주르! 자레드
스키아파렐리, 오프화이트, 비비안 웨스트우드, 아크네 스튜디오의 러브콜을 받은 자레드 레토. 파리 패션위크의 프로 참석러답게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만끽하는 그의 애티튜드는 가히 독보적이었다. 특히 지방시 쇼장에서는 레이어드한 의상을 하나씩 벗어가며 총 세 번의 포토콜 타임을 가졌는데, 독특한 아이 메이크업과 혀까지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그의 열정에 진정 감탄했다.
페어웰 비비안
지난해 12월, 영국 패션계의 대모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세상을 떠났다. 안드레아스 크론탈러는 함께 읽은 책과 노래를 다시 감상하며 그녀와의 시간을 추억했고, 파리 패션위크 기간 ‘안드레아스 크론탈러포 비비안 웨스트우드’ 컬렉션을 공개했다.그가 새하얀 꽃다발을 들고 손녀 코라 코레와 함께 피날레를 걸어 나온 순간, 모든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 에디터
- 김신, 김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