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RM이 얘기를 시작하면 밑줄 쫙.
방탄소년단의 RM이 다시 한 번 RM했다. 최근 공개된 스페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RM은 기자가 작정하고 내놓은 몇몇 날카롭고 (케이팝 아티스트에게) 사악할 수 있는 질문에 현명하게 응답했다. 그만의 관점과 통찰을 헤아릴 수 있는 말들이었다. “’K-‘라는 수식어가 지겹지 않나?’라고 묻자 RM은 “그건 프리미엄 라벨”이라며 “우리 선구자들이 싸워서 쟁취한 품질 보증과 같다”고 답변했다. ‘자랑스러운 성취’라는 본질을 ‘프리미엄 라벨’과 ‘품질 보증’으로 바꿔 표현하다니, 이마를 탁 치게 된다.
그 외에도 “케이팝 시스템이 비인간적이라 생각하나?”, “케이팝의 젊음과 완벽에 대한 숭배, 지나친 노력은 한국의 문화적 특성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한 RM의 대답 역시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 말들을 읽으며 ‘우리는 RM 보유국’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뿌듯했다.
RM은 세상에 많은 말들을 남겼다. 팬들에게 건넨 마음과 인터뷰에서 밝힌 생각과 공식 석상의 메시지가 세상 곳곳으로 번지고 박제됐다. RM의 그 말들은 영리하고 정중하다. 언변에는 그의 문화적 관심, 철학적 심상, 스스로에 대한 통찰이 배어 있다. 어떤 말들은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큰 위안이고 응원을 보태고 꿈으로 치환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RM은 “멋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멋이 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길어 올린 말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 RM의 멋이 나는 말들 중 일부를 여기 옮겨 적는다. 그 또한 창작이고 예술이라면 몇 번이고 바라봐도 좋다.
“믿음은 생각이 되고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가치가 되고 가치는 운명이 된다.”
“내가 꿈을 이루면 난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된다고 합니다. 꿈을 이루고 누군가의 꿈이 되어 살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두 배로 멋진 일이 아니겠습니까.”
“막연히 살아만 가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모독인 것을 왜 몰랐을까.”
“아마 제가 어제 실수를 저질렀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어제의 나도 나입니다. 오늘의 나는 내가 만든 모든 실수와 함께합니다.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아주 조금 더 현명할지 모르죠. 그것 또한 나입니다. 이런 실수와 결함이 나이고, 내 삶의 별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별들입니다.”
“청춘, 자기 마음 속에 있는 꽃 같아요. 자기가 그 꽃을 찾으면 그때가 청춘이라 생각합니다.”
“원래 어떤 곳에서든 멈춰 있을 수가 없어요. 계속 뛰어야 뭐라도 할 수가 있지요. 세상이 그렇지 않습니까? 가만 누워 있으면 앉아 있으면 바뀌지가 않더라구요. 각자의 세상이.”
“때로는 많은 것들을 지워야 합니다. 다시 채워야 하니까요. 저는 항상 ‘한다’라고 주문을 외웠어요. ‘나는 나를 믿고 그저 한다’, ‘해내야’ 한다가 아니라, ‘그저’ 한다. 그렇게 하면 진짜 될 겁니다.”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방황은 사실 우리 아버지도 하시고, 우리 할아버지도 하십니다. 심지어 갓 태어난 아기조차도 저기 보이는 내 엄마 같은 사람을 뭐라고 부를지 방황한다고 생각해요. 자기의 신념이 있으면,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만 아니라면 그냥 믿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자기를 믿고 그대로 방황하셨으면 좋겠어요”
“가시덤불도, 파도도 많이 쓰리겠지만 우리 마음 깊은 곳까지 상처 낼 수는 없을 거라 저는 믿어요.”
“그대가 따뜻한 가슴을 가졌다면 분명 어디선가 비슷한 온기의 심장을 가진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사실 우리가 가장 잊어버려야 할 일을 가장 잘 기억해요. 기억은 항상 우리가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할 때 우릴 떠나고 가장 원하지 않을 때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원치 않는 기억으로 힘들다면 원래 그런 것이니, 인정하고 기다리시길.”
“우리는 너무 행복이라는 것에 집착하며 산다. 그게 보이지 않은 만큼 어쩌면 행복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수없는 자기 계발서의 법칙 들을 필요 없다. 어쩜 내 말도 들을 필요가 없다. 그냥 지금 그대가 아는 그 답이 정답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 @rk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