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한 밀란 패션위크의 순간들

이예진

화려하고 익스트림했던 밀라노 패션위크의 모든 것

한국 셀럽 50여 명이 대거 참석하며 어느 때보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한 4대 도시 패션위크.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가운데 더블유 에디터들이 패션쇼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촘촘히 채집한 이슈들을 소개한다.

SUNNEI

SUNNEI

SUNNEI

‘눕’런웨이

써네이의 듀오 디자이너 로리스 메시나와 시모네 리초는 꽤 영리한 쇼맨들이다. 그들의 쇼를 향할 때면 늘 예상치 못한 일을 상상하지만, 이날은 어떤 상상도 능가했다. 첫 번째 모델이 런웨이 끝에서 뒤를 돌아 청중들 사이로 뛰어든 순간, 관객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유, 신뢰, 자신감, 위험 감수, 상호 작용, 참여에 관한 것입니다. 청중이 아름다움과 자유의 순환적 순간에 참여하기를 원했습니다.” 런웨이로 뛰어든 모델을 관객이 참여해 받아내는 보기 드문 패션쇼의 순간이 탄생했다. 이 독창적인 도발가들은 가장 절묘한 방식으로 단번에 SNS를 사로잡았다. 이번 시즌 최고의 괴짜들.

BOTTEGA VENETA

BOTTEGA VENETA

BOTTEGA VENETA

갤러리가 된 쇼장

‘크래프트 인 모션’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갖고 있는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는 쇼장에 조각 작품을 전시했다. 고대 로마 시대의 청동 조각상 ‘러너(Runner)’부터 화가이자 조각가 ‘움베르토 보초니’의 1913년 조각인 ‘공간 속에서의 연속적인 단일 형태들(Unique Forms of Continuity in Space)’까지. 쇼 직전 쇼장을 둘러보니 마치 갤러리에 온 듯 마음이 차분해졌다.

GUCCI

GUCCI

GUCCI

GUCCI

GUCCI

GUCCI

GUCCI

과도기

2024 S/S 시즌부터 합류할 사바토 데 사르노의 구찌 예고편일까. 구찌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부재 속, 디자인팀이 꾸린 첫 번째 여성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난 남성복 시즌 이후로는 두 번째. 당장 입을 수 있는 옷, 입고 싶은 옷으로 가득했지만 미켈레 특유의 판타지는 볼 수 없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없이 쇼를 완성한 구찌의 디자인팀은 벅찬 듯 피날레를 마쳤다.

PRADA

PRADA

PRADA

PRADA

PRADA

흔들흔들

시즌마다 메가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프라다 쇼. 이번 시즌은 셔츠 칼라로 향했다. 지난 남성복 시즌부터 화제가 된 뾰족하고 긴 셔츠 칼라가 여성복에도 안착했기 때문. 걸을 때마다 흔들흔들. 나풀나풀 바람을 타고.

레전드

패션위크 취재를 다니며 만난 인물 중,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 인물은 다름 아닌 저널리스트 수지 멘키스. 25년간 패션 비평을 해온 그는 여전히 많은 쇼 일정을 소화하며 무수히 많은 쇼 리뷰를 남긴다. 프라다 쇼가 끝난 후 백스테이지에서 수지 멘키스와 미우치아 프라다, 라프 시몬스가 한자리에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미 전설인 세 사람이 함께 있는 그림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던 순간.

GUCCI

DOLCE&GABBANA

DOLCE&GABBANA

BOTTEGA VENETA

민들레 홀씨처럼

후 불면 날아갈 듯 나풀거리는 깃털로 가득한 의상들. 돌체앤가바나는 센슈얼한 의상의 네크라인을 깃털로 장식했다. 걸을 때마다 얼굴 주변을 일렁이는 깃털은 쇼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구찌는 큼직한 깃털 모자로 심플한 아웃핏에 포인트를 줬으며, 보테가 베네타는 모델과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움직이는 섬세한 깃털을 사용했다.

BALLY

FERRAGAMO

FERRAGAMO

ETRO

ETRO

BALLY

BALLY

제 점수는요

작년 1월, 발리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루이히 비야세뇨르, 작년 3월에 페라가모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맥시밀리언 데이비스, 그리고 작년 5월 에트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마르코 데 빈첸초. 전통의 이탈리아 브랜드에 새롭고 젊은 아젠다를 주입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시즌을 마친 뉴 디렉터들의 성적표는?

ETRO

ETRO

ETRO

ETRO

꽁꽁 싸매

그래픽적인 체크무늬를 입은 E-VITE에서 눈치챘듯, 에트로 하우스는 타탄체크와 크라바테리아 디자인, 페이즐리 모티프와 같은 프린트에 집중한 모습을 보였다. 참석한 이들의 자리에는 도톰한 체크 패턴 블랭킷이 놓여 있었고, 오프닝부터 시작해 클로징까지 모델의 몸통은 블랭킷으로 뒤덮여 있었다. 다가올 겨울 시즌에 디자이너 마르코 데 빈첸초가 미는 블랭킷 스타일링!

TOMO KOIZUMI BY DOLCE&GABBANA

TOMO KOIZUMI BY DOLCE&GABBANA

낭만에 대하여

밀란 패션위크 타임라인에 생경한 이름이 올라왔다. ‘돌체앤가바나가 지원하는 토모 코이즈미’ 컬렉션. 신진 패션 인재의 육성을 도모하는 후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토모 고이즈미는 이탈리아에서 첫 데뷔 컬렉션을 선보였다. ‘Don’t forget to bring flowers(꽃 가져오는 것을 잊지 마세요)’라고 이번 컬렉션을 소개한 그는, 돌체앤가바나의 DNA와 본질을 탐구하고 재해석한 동시에 상징적인 주름 장식과 볼륨, 컬러풀한 세계를 펼쳤다.

MOSCHINO

MOSCHINO

MOSCHINO

익스트림 헤드

밀라노의 악동, 제레미 스콧은 이번 시즌 헤어 스타일링에 힘을 실었다. “살바도르 달리의 녹아내리는 시계가 출발점이었습니다.” 초현실주의와 귀족적인 펑크 정신을 담고자 했다는 그는 흑발의 뾰족하고 커다란 헤드피스 같은 스타일링으로 쇼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ALBERTA FERETTI

MAX MARA

DIESEL

JIL SANDER

新발라클라바

2018년, 라프 시몬스 시절의 캘빈 클라인에서 등장해 깜짝 트렌드로 생각한 발라클라바가 밀란의 겨울을 휩쓴 것만은 확실하다. 눈만 보이는 형태로 꽁꽁 싸매는 것이 아닌, 얼굴 라인은 그대로 보여주는 형태가 특징. 대표적으로 질샌더에서 눈에 띄었고, 막스마라나 디젤, 알베르타 페레티처럼 후드를 딱 맞게 조여 쓰는 것만으로도 트렌드에 동참할 수 있다.

이나영

박재범

아이린

손나은

하니

전소미

송강

송혜교

소연

제노

정일우

정채연

RM

도겸

K-POWER

밀라노 패션위크에 모여든 셀럽 리스트! 디젤 박재범을 시작으로 오니츠카 타이거 정일우, 펜디의 송혜교, 에트로 정채연, 프라다의 송강과 전소미, 구찌의 하니, 페라가모 nct 제노와 아이들 소연, 돌체앤가바나의 손나은과 아이린, 발리의 세븐틴 도겸, 보테가 베네타의 방탄소년단 RM까지. 이탈리아의 전통 하우스부터 스포티 브랜드, 컬렉션과 프레젠테이션 참석을 위해 모두들 밀라노로 모였고, 매일 쇼장 앞은 팬들의 환호로 들끓었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 셀럽들의 저력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DIESEL

PRADA

FENDI

BLUMARINE

무대 위의 세계

컬렉션을 보는 맛과 판타지를 배가하는 무대 위의 장치. 기억에 남는 쇼 스페이스! 먼저, 밀란 패션위크의 본격적인 시작을 연 디젤은 듀렉스와의 콘돔 인비테이션으로 발칙함을 예고했다. 새빨간 조명 아래 20만 개의 콘돔 박스가 산처럼 쌓인 공간은 개인의 자유와 쾌락, 성의 긍정적 관능을 패션으로 예찬한다. 프라다는 움직이는 천장 모티프로 남성복 컬렉션의 연장선을 가져간다. 기둥 구조에 갇혀 있던 꽃장식이 드러나며 이어진 피날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드라마 그 자체였다. 세트계의 천재 프로덕션, 뷰로 베탁이 지휘한 펜디는 마치 제3의 세계로 관통하는 듯한 조명과 무대 장치로 쇼의 집중도를 높였고, 블루마린은 돌과 이끼, 척박한 나무가 있는 황량한 땅 위에 뜨겁게 불타오르는 이니셜 ‘B’로 뉴 Y2K의 강렬함과 에로티시즘을 선사했다.

ERMANNO SCERVINO

GUCCI

BLUMARINE

돈 비 샤이

‘두려워하지 마세요!’ 적어도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은 이너 안에 브라톱으로 과감해질 것을 권한다. 그게 여름 시즌이든 겨울 시즌이든 상관없다.

MAX MARA

GCDS

MAX MARA

BOTTEGA VENETA

BLUMARINE

ANTEPRIMA

벨트 연출법

커다란 벨트가 룩에 강력한 힘을 선사한다! 18세기로 돌아간 막스마라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띈 액세서리는 코르셋이 연상될 만큼 두꺼운 벨트. 남성적인 스타일에 더하는 이 중성적인 코드는 보테가 베네타와 안티프리마에서, 빅 버클 벨트는 블루마린과 GCDS, 토즈에서 발견할 수 있다.

뉴욕 패션위크 핫이슈 모음집

런던 패션위크에선 무슨 일이?

에디터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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