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에서 청년으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휴닝카이

전여울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휴닝카이가 카메라 앞에 섰다.

2019년 데뷔 후 4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그의 앞에는 여러 변화가 펼쳐져 있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이행한 삶, 올해 1월 발매한 그룹의 다섯 번째 미니앨범 <이름의 장: Temptation>으로 달성한 커리어 하이. 휴닝카이는 단지 지금의 순간을 ‘또 다른 시작’이라 정의했다.

블루종 재킷은 드리스 반 노튼,
흰색 민소매 톱은 보테가 베네타, 데님 팬츠는 우영미,
벨트는 생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신발과 목걸이, 반지는 모두 돌체앤가바나 제품.

<W Korea> 2019년 갓 데뷔했을 무렵 <더블유>와 화보 촬영을 했어요. 당시 18세였죠? 인터뷰에서 “인형이 없으면 잠을 못 잔다”고 답했더군요.

휴닝카이 지금은 아니긴 합니다(웃음). 그때 이후 인형을 어마어마하게 선물로 받았는데, 지금은 살짝 작별할 시간이 오지 않았나 싶어요.

본인을 한 단어로 설명하라는 질문에 ‘매력덩어리’라 답한 것도 기억할까요?

와우, 제가 그랬군요. 그렇…죠. 매력덩어리죠(웃음).

하하. 지금 그 질문에 다시 답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 신뢰가 가는 사람. 사실 목표이기도 해요. 팀에서 제가 막내인데 특히 멤버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당시 인터뷰에서 “올해 목표는 신인상이다”라고 했어요. 그로부터 4년이 지났고 올해 1월 미니앨범 <이름의 장: Temptation>을 발매했는데 초동 판매량 218만 장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어요.

사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가장 걱정했던 앨범이거든요. 이렇게 확신이 안 서는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타이틀곡 ‘Sugar Rush Ride’는 치명적인 유혹에 빠져드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에요. 처음 회사로부터 ‘청량섹시’ 무드의 곡이라 들었을 땐 너무 좋았어요. 제가 또 ‘청량’을 좋아해서. 그런데 막상 들어보니 청량은 5%고 섹시가 95%더라고요(웃음). 무대 의상도 과감했던 편이라 팬분들이 거부감을 느끼면 어쩌나 걱정이 컸어요. 그런데 역시 제 감은 틀렸더라고요. 이번 활동으로 느낀 게 있습니다. ‘내 촉은 믿어선 안 된다.’(웃음)

개인적으론 노련하게 무대를 소화하는 걸 보면서 ‘오래 전부터 하고 싶은 콘셉트였구나’ 짐작했어요.

걱정은 했어도 어쨌든 무대를 프로답게 치러야 했으니까요. 최선을 다했죠. 최근 데뷔 4주년을 맞았는데, 이제 확실히 어떤 어수룩함은 없어진 듯해요. 첫 음악 방송 후 모니터링하면서 부족하거나 고쳐야 할 점을 발견하면 2회 차 무대부터 꼭 그걸 수정해 가요. 표정이든 제스처든. 사실 불과 최근만 해도 무엇이 부족한지 눈에 잘 안 들어왔거든요. 데뷔곡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Crown)’ 당시에도 무대에서 마냥 방긋방긋 웃기만 했던 기억이 있어요. 곡 전개에 따라 초반 진지하다가 후반부 웃는 표정을 지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 무대를 지금 하면 확실히 다를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시퀸 소재의 레인 코트는 레이블리스, 줄무늬 민소매 톱은 프롬아를, 데님 쇼츠는 리바이스, 부츠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목걸이와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무대에서 특히 표정이 무척 풍부해요. 곡을 충분히 이해하고 특유의 무드를 표현한다는 인상이 있고요. 처음 곡을 받았을 때 어떻게 접근하는 편인가요?

우선 곡의 콘셉트를 명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MBTI가 인과관계나 객관적 원리에 관심이 많은 ISTP 유형이라 그런 것 같아요. 혼자 준비하다 막히는 게 있으면 인터넷으로 자료 조사도 철저히 하는 편이고요. ‘Sugar Rush Ride’ 경우에는 어른으로의 성장을 다짐하지만 눈앞의 유혹에 흔들리면서 계속 어린아이로 남고 싶어 하는 서사가 큰 줄기거든요. 어쩌면 동화 <피터 팬> 서사와도 유사하죠. 그래서 이번 활동 전에는 <피터 팬>을 파기 시작해서 여러 잔혹 동화까지 쭉 훑어봤어요. 특히 잔혹 동화는 어렸을 때 알던 내용과 달라서 더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

‘이런 것에서도 영감을 받는다’ 싶은 게 있나요?

퓨마가 나무늘보를 사냥할 때 짓는 표정?(웃음) 작년 ‘Good Boy Gone Bad’ 활동 당시에 퓨마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첫사랑이 깨진 소년의 분노, 상실을 담은 곡이라 무대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이었거든요. 숙소 룸메이트인 태현이가 퓨마 다큐를 봤다길래 저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뭐, 나름 도움이 된 것 같아요(웃음).

데뷔 초 앨범 <꿈의 장> 3부작까진 청량함을 강조한 신스팝 장르의 곡이 많았다면, 이후 <혼돈의 장> 2부작을 통해선 강렬한 록 무드가 묻어나는 무대를 펼치기도 했죠.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LO$ER=LO♡ER’ 곡이 대표적이고요. 뮤지션으로서 만족감이 컸던 활동은 어느 때였나요?

안 그래도 오늘 촬영장으로 오는 차 안에서 들은 곡인데 2021년 <혼돈의 장: Freeze>의 타이틀곡인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가 저의 ‘최애’ 곡이에요. 팝 록 기반의 에너제틱한 곡인데 어릴 때부터 록 음악, 밴드 사운드를 워낙 좋아했거든요. 이 활동이 저의 터닝포인트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곡에 대한 이해도가 기존과 달리 월등히 높았어요. 무엇이든 억지로 할 때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할 때 실력이 확 늘잖아요. 그래서 그땐 스스로 신이 나서 제스처나 보컬 톤도 어딘가 다르게 해보려고 여러 시도를 했던 것 같아요.

시퀸 소재의 레인 코트는 레이블리스 제품.

중학생 시절 밴드부를 결성하기도 했죠?

맞아요. 교내 팝송 대회가 있었는데 왠지 밴드로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학교에 밴드부가 따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어느 날 무작정 교무실로 찾아갔죠. 영어 선생님 앞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밴드부를 만들어달라 부탁했어요. 밴드 멤버는 몇몇 반을 돌면서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친구들로 모았고요. 당시 친구들이 모두 피파 온라인 3를 좋아했는데 그 게임의 BGM이었던 올 타임 로우의 ‘Time-Bomb’을 선생님 앞에서 불렀습니다(웃음).

그래서 밴드는 교내 팝송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나요?

아쉽게도…(웃음). 그런데 선생님께서 학교 외부에 부실까지 알아봐줄 정도로 애써주셨어요. 멤버끼리 방과 후 부실에 모여 합주도 하면서 꽤 열심히 활동했어요. 방학 때도 모이곤 했거든요.

그런데 왜 하필 록이었을까요?

어릴 때 <캠프 락>이란 영화를 봤는데 그때 록에 대한 로망이 싹텄어요. 주인공이 우연히 록 밴드의 음악 캠프에 가면서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난생 처음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경험한다는 내용이에요. 그걸 보면서 막연히 ‘나도 저런 밴드를 만들고 싶다’ 생각한 것 같아요. 그리고 록을 들으면 왠지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 들고요. 저는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인데, 록이 꼭 그래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은 휴닝카이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무언가 였죠? 아버지가 한때 뮤지션으로 활동하셨다 들었어요.

맞아요. 그런데 아버지뿐 아니라 집안 대대로 음악을 무척 좋아하셨다고 들었어요. 저도 자연스럽게 피아노며 드럼, 기타를 배우며 자랐고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집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풍경이었어요. 가끔 아버지가 무대에 서실 때 저희 세 남매가 그 앞에서 같이 춤을 추기도 했고요. 워낙 어릴 때부터 무대에 서서 그런지 지금도 무대에서 거의 긴장을 안 해요. 설레기만 하지, 떨린 적이 없어요.

여동생 휴닝바히에도 그룹 케플러로 활동하고 있죠? 서로 같은 분야에 몸담고 있으니 고민을 나누기도 할 듯하네요.

그렇죠. 특히 히에가 데뷔 무렵 고민이 많았어요. 무대에서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카메라를 찾는 게 어렵다고 물어왔어요. 그때 오빠이자 선배로 많이 도와주고 조언해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음악 방송에서 종종 마주치겠네요.

자주 마주치죠. 가끔 틱톡 챌린지 영상도 같이 찍고요. 대기실 밖으로 히에가 찾아와서 이런 잔소리도 하고 가요. “오빠, 엄마한테 연락 좀 해.”(웃음)

보 장식의 롱 블라우스와 팬츠는 생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제품. 팔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하. 2021년 직접 프로듀싱한 곡 ‘디어 스푸트니크’가 앨범 <혼돈의 장: Freeze>에 수록되기도 했죠. 어떤 곡인가요?

미숙하긴 한데 예전부터 아이폰의 개러지밴드 앱을 활용해서 곡을 조금씩 만들어봤어요. 밴드 음악을 좋아하니까 그런 무드의 곡을 상상하면서 작업해봤는데 꽤 괜찮게 나오더라고요. 곡을 어느 정도 스케치해서 회사에 보냈더니 운이 좋게도 앨범에 수록됐어요. 사실 ‘제대로 벅차오르는 느낌을 보여주겠다’ 하면서 콘서트를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이었어요.

송 메이킹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누구나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노래일 것,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노래일 것,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 이 세 가지가 저에겐 너무 중요해요.

그럼 청자로서 휴닝카이의 마음이 움직인 곡이 있다면요?

데미 로바토의 ‘This Is Me’. 영화 <캠프 락>의 사운드트랙이기도 해요. 극 중 클라이맥스에 흐르는 노래이자 부끄럼이 많던 주인공이 청중이 많은 무대 위에서 자신을 보란 듯 보여줄 때 부른 곡이에요. 이런 가사가 나오거든요. “이게 바로 나야”, “더 이상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숨기지 않을 거야”. 저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사가 가슴 깊이 와닿았어요. 저 또한 어린 시절부터 낯가림이 심한 성격 이어서 그 노래를 듣고 결심한 거죠. ‘이제 나를 보여주겠다’ 하고.

훗날 휴닝카이만의 솔로 앨범, 믹스테이프를 선보일 기회가 찾아온다면, 어떤 모습으로 완성하고 싶나요?

편안한 옷차림에 기타 한 대 메고 포크송을 부르는 모습을 상상한 적이 있어요. 그러면서 제가 평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거죠. 아마 희망을 주는 노래를 부를 것 같아요. 저는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가죽 코트와 톱은 프라다, 체인 목걸이는 아워 레거시 제품.

3월 말부터 전 세계 13개 도시를 순회하는 월드 투어 일정에 돌입하죠? 뮤지션에게 월드 투어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작년 7월 첫 월드 투어 이후 이번이 두 번째 월드 투어인데요. 사실 모든 뮤지션에게 그렇겠지만 월드 투어는 연습생 시절부터 바라온 꿈이죠. 전 아직도 2022년 최고의 순간을 투어 말미에 진행된 롤라팔루자 페스티벌 무대로 꼽아요. 심지어 제가 그토록 바란 밴드 세션과 함께 무대를 치를 수 있었어요. 멤버 다섯 명이 핸드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섰는데, 마침 시간대가 노을이 지는 때였어요. 와··· 정말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그 순간 멤버들 얼굴을 봤는데 다들 계속 웃고 있는 거예
요. 너무 행복해하면서.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벅차요.

올해 투어에서도 그런 장면이 연출되겠죠?

그럼요. 기대하셔도 좋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지금 투어 준비가 한창인데 무대 연출을 포함한 모든 것이 ‘대박’일 거예요. 아마 관객 입장에서 처음 듣는 곡도 있을 거고 ‘이 노래에 안무가 있었다고?’ 하는 곡도 있을 거예요.

장기간 투어에 휴닝카이가 반드시 챙기는 물건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헤드셋과 이어폰은 무조건 챙겨요. 제가 강한 인도어 성향이라 투어지에서도 웬만하면 호텔에만 머물거든요. 나갈 바엔 조금이라도 방에서 쉬자는 주의예요. 바깥은 창문 너머로 구경하면 되니까요(웃음). 호텔방에서 늘 음악을 들어야 하니 우선 헤드셋은 필수고요. 그리고 클렌징 제품. 한 가지 TMI도 전하자면 제가 원래는 폼을 썼다가 최근 오일 제형으로 클렌징 제품을 바꿨습니다(웃음). 아주 좋아요. 마지막으론 닌텐도 스위치?

지금까지 <꿈의 장>, <혼돈의 장>, <이름의 장> 등의 앨범 시리즈를 발매해왔죠. 그렇다면 스물두 살을 통과하고 있는 휴닝카이의 삶에도이름을 붙여본다면?

시작의 장. 1월 <이름의 장: Temptation>을 발매하며 커리어 하이를 경험했지만, 사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각오가 있어요. ‘앞으로 더 치고 올라갈 거다, 우리의 모든 걸 보여줄 거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시작이다.’

휴닝카이가 믿는 말은 무엇인가요?

‘불행한 사람이 되지 말자.’ 늘 웃으며 긍정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해요. 그래서 말버릇도 “좋은데?” 예요. 그 말을 꾸준히 입 밖으로 꺼내 말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결국 좋은 일로 저에게 돌아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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