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준아, 넌 박성훈 모르잖아. 그러니 알려줄게.
<더 글로리>에 어떻게 오셨어요?│“재준아, 넌 모르잖아”. 밈처럼 쓰이는 극 중 대사가 보여주듯 박성훈은 <더 글로리>의 ‘전재준’ 역을 자신의 최대치로 소화하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그러니 박성훈을 직접 마주치고는 “전재준!”이라는 이름이 먼저 튀어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그리고 <더 글로리> 이전에 박성훈을 알아본 사람들은 이렇게 외쳤다. “고래다!”
박성훈은 5년 전 주말연속극 <하나뿐인 내편>에서 순정적인 치과의사 ‘장고래’를 연기했는데 이 드라마는 무려 4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연극 무대에서 활약했던 박성훈의 인지도가 치솟는 순간이었다. 이후 박성훈은 <저스티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출사표>의 주연을 거치며 마침내 <더 글로리>에 당도했다.
진짜 웃기는 닮은꼴│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박성훈이 닮은 연예인을 굳이 꼽자면 이광수의 얼굴이 슬쩍 포개진다. 증거 있냐고? 엄청나지. 2년 전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한 박성훈은 당시 맡은 배역을 위해 뒷머리를 길러 이광수와 도플갱어 같이 닮은 외모로 충격과 재미를 안겨주었다. 그 와중에 박성훈도 자신의 조카가 “머리를 기르니 이광수 아니냐”고 했다는 일화를 언급했다. 실제로 <더 글로리>를 보면서 박성훈은 이광수를, 정성일은 유재석을 자꾸 떠올리게 해 몰입하기 어려웠다는 반응이 꽤 있다.
다시 떠오른 예능 활약상│박성훈은 잠재력을 지닌 예능계의 숨은 보석이다. 지금까지 박성훈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타율이 높다. <더 글로리>의 인기를 타고 그가 나왔던 <런닝맨>, <옥탑방의 문제아들>, <아는 형님> 영상이 다시 빵빵 터지고 있다. 악쓰는 전재준과는 완전히 다른 의외의 허당 면모와 허약한 실체가 웃음 버튼. 게다가 어디서나 통하는 성대모사 필살기가 있다. 한때 성우를 꿈꿨다는 박성훈의 입에서 송강호, 한석규, 이정재가 불쑥 튀어나오는데, 이게 놀랍다.
맛잘알 쩝쩝박사│맛집 노하우가 상당하다. 소속사 유튜브 채널의 ‘쩝쩝박사 밥성훈을 소개합니다’ 영상에서 박성훈은 스마트폰에 저장된 동네별 맛집 리스트를 자랑하듯 꺼내 보였다. 공교롭게도 그의 매니저는 ‘맛잘알’ 박성훈과 붙어 다니며 11킬로그램이 쪘다고 한다. 맛집에 관해서는 박성훈은 보통 수준이 아닌 것 같다. 먹방 프로그램 열풍의 최전선을 이끌던 <수요미식회>의 고정 패널 제안을 받기도 했다. 덧붙이자면, 박성훈의 최애 유튜브 콘텐츠는 ‘성시경의 먹을텐데’. 두 ‘쩝쩝박사’의 만남이 보고 싶다.
인생을 바꾼 성장통│실연의 상처가 박성훈을 크게 키웠다. <더 글로리>에서 흠잡을 데 없는 핏을 마구 휘날린 박성훈은 학창 시절에는 반에서 첫 번째, 두 번째로 키가 작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땐 160센티미터 초반이었는데 좋아하는 친구에게 고백을 했다가 작은 키 때문에 차였다고 한다. 더 커서 오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박성훈은 키가 크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고 우유를 물처럼 마시는 등 부단히 애썼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키가 20센티미터나 자란 거다. 변화는 또 있었다. 그러자 여학생들의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성훈의 시즌2│<더 글로리>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박성훈의 얼굴을 더 많이, 더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발빠르게 차기작에 돌입했는데 한 둘이 아니다. 우선 박성훈은 친척의 선산을 상속받으면서 예측불허한 비밀이 밝혀지는 가족을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의 촬영을 마쳤다. 최근에는 대책 없는 엄마와 쿨한 딸의 동거 이야기를 그린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남남>에 집중하고 있다.
또 블랙코미디 드라마 <유괴의 날>에서는 마음 약한 초짜 유괴범을 쫓는 형사 역에 캐스팅됐다. 그런 와중에 박성훈이 검토 중이라는 작품 소식도 들려온다. 그러다 보니 <더 글로리>에서 전재준의 대사가 떠오른다. “뭐야, 이거? 시즌2냐?” 맞다. 이 정도면 박성훈 커리어의 시즌2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 사진 @boxabum, @netflix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