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코페르니는 없었다. 거대 하우스의 완벽한 승리. 이번 시즌 가장 많은 트래픽 수치를 일으킨 2023 F/W 남성복 쇼TOP 5를 꼽았다.
생로랑
오랜만에 정규 파리 남성복 스케줄로 복귀하면서 큰 화제를 모은 생로랑. 안토니 바카렐로는 지난 9월에 열린 여성복과 마찬가지로 현재 하우스에서 맞이한 전환의 순간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브 생 로랑의 디자인 코드를 융합해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고 확고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고 있는 자신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듯했다.
루이 비통
버질 아블로의 사후 콜름 딜레인을 게스트 디자이너로 맞은 루이 비통의 남성 쇼. 로살리아의 환상적인 공연, 미셸 공드리의 동화적인 세트, 방탄소년단 제이홉의 참석까지, 올스타들의 화려한 패션 플레이가 빛난 시즌이었다.
프라다
라프 시몬스의 합류 이후 미니멀리즘적 시도가 더욱 강해진 프라다 쇼는 밀란에서 가장 많이 본 쇼 중 하나다. 셔츠 대신 다양한 패턴의 탈착 가능한 칼라가 주로 등장했는데, 라프 시몬스와 미우치아 프라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남성복 시리즈를 탐구했다 밝혔다.
구찌
많은 이들이 디자이너가 공석인 구찌 하우스를 보며 프리다 지아니니가 구찌를 떠난 2015년을 떠올렸을 것이다. 임명된 정식 디자이너가 부임하기 전 불안한 느낌으로 치러진 쇼. 일관성은 없었고, 미켈레식 문법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지만, 디자인적 여백이 남아 숨통이 트이는 몇몇 디자인은 많이들 반기는 분위기였다.
디올 맨
희귀 도서 수집가인 킴 존스는 로버트 패틴슨과 그웬돌린 크리스티를 불러들여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 속에 쓰여진 T.S. 엘리엇의 난해하고 우울한 시를 낭송하게 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배경이었을 뿐. 창백하고 중립적인 색상, 느슨하고 유동적인 옷을 입은 절대적으로 우아한 남성 모델들 사이로 묵직한 서사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