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더 글로리’ 배우들의 차기작

우영현

매일 생각했어. 우린 어디서 재회해야 할까?

송혜교

<더 글로리>에서 송혜교의 연기는 특별했다. 가해자 무리의 추락을 위해 스스로 타락을 선택한 피해자 동은 역을 거의 완벽하게 창조하며 다른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줬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스타성을 입증한 것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그러니 씩씩하게, 글로리하게 한발 나아가며 새로운 챕터를 맞이한 송혜교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고 궁금할 수밖에.

“난 너를 어디서 재회해야 할까?” 연진을 향한 동은의 독백 대사를 송혜교에게 건넨다면 아직 차기작은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가장 유력한 작품은 드라마 <자백의 대가>가 아닐까 싶다. 살인 사건에 휘말린 두 여성의 연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송혜교와 한소희가 출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자세한 내용과 출연 여부는 꽁꽁 싸여 있지만 핏빛 스토리에 맞춰 칼춤 춰줄 주인공이 송혜교와 한소희라면, 무조건 찬성이다.

임지연

임지연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미워하고 손가락질을 할 수밖에 없는 악역 캐릭터로 더 큰 박수와 지지를 얻었다. 확신을 주는 배우가 됐다고 말하면 한발 늦은 걸까? 기대가 훨씬 커진 임지연은 두 편의 차기작을 예고했다.

촬영 근황을 밝힌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가정주부가 완벽하다고 믿었던 현실을 의심하고 자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임지연은 미스터리한 인물을 맡아 서서히 들끓는 서스펜스 가정 스릴러에 긴장감을 환기시킬 것으로 보인다. 5월 방송 예정인 드라마 <국민사형투표>도 있다. 법의 심판을 교묘하게 빠져나간 악질들을 처벌하는 의문의 인물과 그를 좇는 추적극에서 임지연은 경찰 캐릭터를 맡았다.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임지연을 향해 많은 이들이 합창하듯 이렇게 응원하며 추켜세울 것이다. “브라보! 멋지다! 임지연”.

박성훈

빌런 5인방 중 하나이자 “액면이 그냥 개”인 전재준을 연기한 박성훈도 수직상승했다. 발빠르게 차기작에 돌입했는데 한둘이 아니다.

우선 드라마 <남남>의 주인공을 맡아 최수영과 로맨스 호흡을 맞춘다. 대책 없는 엄마와 쿨한 딸의 동거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 원작이다. 또 블랙코미디 드라마 <유괴의 날>에서는 마음 약한 초짜 유괴범을 쫓는 형사 역에 캐스팅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합류 소식도 전해왔다. <선산>은 친척의 선산을 상속받으면서 예측불허한 비밀이 밝혀지는 가족의 이야기로 <부산행>, <지옥>을 만든 연상호 감독이 기획과 각본을 맡아 작품에 엄습할 분위기가 짐작된다. 모르긴 몰라도 하나하나가 다양한 장르다. 그런 점에서 박성훈의 커리어는 알록달록 채워지는 중이다.

김히어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모성애 강한 탈북민 역을 뾰족하게 연기해 눈도장을 찍은 김히어라는 <더 글로리>에서 교회 목사의 딸이면서 마약에 중독되어 이판사판에 허우적거리는 ‘또라이’ 캐릭터를 그만의 방식으로 날카롭게 만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빠르게 각인시킨 김히어라의 다음 작품은 일찌감치 정해졌다. 큰 인기를 얻어 시즌2 제작이 당연했던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에 캐스팅된 것이다. 전편의 김세정, 조병규, 유준상, 염혜란이 악귀를 잡는 사냥꾼으로 돌아오며 김히어라는 새로운 악귀 역으로 합류했다. <더 글로리>에서 “난 매 맞지만 명랑한 년이에요”라는 대사가 유난히 인상적이었던 동은의 든든한 조력자 역의 염혜란과 김히어라가 다시 한 번 다른 편에 선다. 악귀 사냥꾼과 악귀의 충돌. 맨 마지막에 어느 쪽이 매 맞을지는 훤하게 보인다.

차주영

혜정 역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며 대중의 시선에 성큼 다가온 차주영이 보여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3월 방송되는 주말 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에서 만날 수 있다. 미혼모와 비혼남의 가짜 계약 로맨스를 중심 줄기로 이들 가족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이다. 극 중 차주영은 매사에 똑 부러지고 빠릿빠릿하며 당당한 성격을 지닌 기업 비서실장 역을 맡았다고 한다. <더 글로리>에서 깃털처럼 가볍고 세속적 욕망과 낮은 자존감을 한껏 티 냈던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모습이 예상된다. 일단 웨이브 단발에서 긴 생머리로 변신했는데 서려 있는 분위기부터 완전히 다르다. 이런 걸 극적인 변신이라고 하는구나, 스튜어디스 혜정아.

이도현

인생을 걸고 차근차근 치밀하게 설계한 동은의 복수극에 함께하기를 자처한 주여정 역의 이도현은 새로운 드라마와 영화 소식을 하나씩 전했다. 상반기 방송 예정인 <나쁜엄마>는 홀로 아들을 키우며 모질고 독하게 살아온 엄마와 불의의 사고로 아이가 되어버린 검사 아들의 사연을 그린 드라마다. 라미란과 모자 케미를 선보일 이도현이 아이 연기라는 어려운 숙제와 어떻게 조응하며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다. 영화 <파묘>는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의 출연으로 기대감이 잔뜩 쏠린 오컬트 스릴러로 범상치 않은 묘를 이장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지관, 무당, 장의사, 법사의 이야기로 알려졌다. 이도현은 법사 역을 맡았다고 한다.

<더 글로리>에서 다정함 너머 서늘한 분위기와 종잡을 수 없는 눈빛을 빚어내 온도차가 상당했던 이도현의 얼굴로부터 따뜻한 힐링 코미디와 등골 오싹한 이야기, 어느 쪽이든 어울린다는 믿음을 얻는다.

신예은

못된 캐릭터들이 뒤엉킨 <더 글로리>에서 그중 제일은 어린 연진이 아닐까 싶다. 동은이 복수라는 잔혹한 꿈에 매달리게 만든 것도, 동은에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좋아해도 되는 그런 순간들을 앗아간 장본인이니까. 신예은은 그런 어린 연진을 소름 끼치게 연기해 <더 글로리>를 완벽하게 만들었다.

3월 방송될 드라마 <꽃선비 열애사>는 신예은의 전혀 다른 이미지를 예고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숙집 격인 객주 이화원의 주인과 하숙생 선비 3인방의 설레는 청춘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성실하게 쌓아온 작품 이력에서 청춘 로맨스가 두드러지는 신예은에겐 익숙하고도 몹시 어울리는 캐릭터. 그래서 더 기대가 생긴다. 또 일찌감치 촬영을 마친 리메이크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당찬 성격의 바이올리니스트 역을 맡아 도경수, 원진아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고 한다.

‘더 글로리’ 파트2 예언서

요즘 글로리한 정성일

프리랜스 에디터
우영현
사진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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