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강의 힘과 몸을 자부하는 남녀 100명이 모여 서바이벌을 치른 <피지컬 :100>의 참가자들을 만나봤다.
극강의 힘과 몸을 자부하는 남녀 100명이 있다. 직업도, 기술도, 근육의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이 강한 자와 강한 자가 한자리에 모여 서바이벌을 치른다면? 처음 보는 놀라움,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에서 궁금한 남성 참가자 여섯을 만났다. 이들의 내면은 피지컬보다 단단했다.
우 진 용
1986년생, 크로스핏 센터 운영자, 전 스노보드 국가대표
“모든 스포츠는 멘탈 싸움입니다. 기세가 꺾이면 게임도 끝이에요.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언젠가는 국가대표 코치로서 선수들과 꼭 한 번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요.”
우진용은 한다면 하는 성격이다. 해병대 전역 후 어학연수를 위해 캐나다 밴쿠버로 떠났다가 스노보드에 빠졌다. 하루에 10시간씩 타며 기술을 연마했다. 정신없이 눈밭을 뒹굴다 보니 ‘올림픽에 나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스노보드 크로스 국가대표조차 없던 시기, 우진용은 대한스키협회에 전화를 했고 국제 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렇게 우진용은 ‘스노보드 크로스 국가대표 1호’ 선수가 됐다. 또 난관에 부딪혔다. 국제 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지원이 열악했다. 참가비를 벌기 위해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아시아에서 두 번째 위치까지 올라갔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지금은 크로스핏 센터를 운영하며 스노보드 후임 양성에 힘쓰고 있다. “크로스핏과 스노보드 크로스, 이름부터 비슷하잖아요. 그만큼 닮은 점이 많아요. 인간이 쓸 수 있는 거의 모든 운동능력이 뛰어나야 하고 무엇보다 멘탈이 중요하거든요.” 우진용에게 스포츠는 멘탈 싸움이라고 했다. 월드컵에서 화제가 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처럼 기세가 꺾이면 게임도 끝이라고 했다. “크로스핏 센터로 <피지컬: 100> 섭외 전화가 왔어요. 제작 의도를 듣고 오히려 ‘나한테 불리할 수도 있겠다’ 싶었죠. 저는 유연성이 안 좋아요. 남녀가 섞여서 싸운다면 그 부분이 발목을 잡을 것 같았어요. 제 목표는 ‘50등 이상만 하자’였습니다.”
우진용은 <피지컬: 100>을 ‘인생의 기회’라고 했다. 아직 최종화가 공개되기 전이라 그 기회를 얼마나, 어떻게 잡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단,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생겼고 꺼진 열정에 불이 붙을 정도로 큰 자극을 받은 건 확실하다. “아직 올림픽에 대한 꿈을 못 이뤘어요. 언젠가는 국가대표 코치로서 선수들과 꼭 한 번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요. 2026년 이탈리아 올림픽에는 가능하리라 믿고 있고요.”
조 진 형
1982년생, 자동차 딜러, <더 스트롱맨> 1기 우승자
“모델과에 지원했을 정도로 마른 체구였어요. 여러분도 꾸준히 운동하고 잘 먹으면 저처럼 될 수 있어요. <피지컬: 100>에서 상금보다 값진 경험을 했고 소중한 사람들을 알게 됐어요. 제가 언제 추성훈 형님과 허벅지 씨름을 해보겠어요. ”
엄청나다. 조진형을 만난 첫인상이었다. 팔 21인치, 허벅지 31인치, 목 20인치. 그야말로 커다란 바위가 눈앞에서 움직이는 듯했다. “몸이 크면 장점이 많아요. 사람들도 예의 바르게 대해주거든요. 어딜 가도 눈에 띄니까 사람들이 오래 기억해주더라고요.” 그는 2019년 서바이벌 웹 예능 <더 스트롱맨 : 짐승들의 대결> 우승자다. ‘스트롱맨’은 그야말로 짐승들의 대결, 가장 강한 남자를 겨루는 대회다.
믿기 어렵겠지만 조진형은 중학생 때까지 마른 체구였다. 장래희망으로 모델을 꿈꿨을 정도로 가녀린 몸매였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떻게든 살을 찌워보려고 피트니스센터를 다닌 게 시작이었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식단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어요. 우유가 완전 식품이라고 하길래 하루에 3L씩 마셨어요. 닭가슴살도 1.5kg씩 갈아서 먹었고요. 여러분도 꾸준히 운동하고 잘 먹으면 저처럼 될 수 있습니다(웃음).” 그의 우직함은 한 우물만 파는 성격에서도 드러난다. 운동한 지는 27년, 직업인 자동차 딜러도 15년째 하고 있다. <피지컬: 100>에 참가하게 된 계기도 단순하다. 남녀가 극강의 피지컬을 겨룬다는 주제도 흥미로웠지만 ‘넷플릭스 제작’이라는 한 마디에 몸이 움직였다. “실제로 게임해보니까 제작진이 머리를 잘 썼어요. 몸만 크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첫 게임인 오래 매달리기는 가벼운 사람이 유리한 게임이죠. 모래 나르기는 팀워크가 중요하고, 배 끌기에서는 전략과 리더십이 중요했어요.”
경남 김해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던 그에게 <피지컬: 100>은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상금보다 값진 경험을 했고 소중한 사람들을 알게 됐어요. 특히 추성훈 형님, 사람 참 좋습니다. 제가 언제 형님과 허벅지 씨름을 해보겠어요.” 상남자 같은 그에게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느껴졌다. “말했잖아요. 저는 원래 작은 사람이었다고. 내면은 그 시절 작은 모습 그대로인데 몸만 커졌어요. 그래서 이야기해본 사람들은 제가 귀엽다고해요. 부끄럽기는 한데 그게 또 싫지는 않더라고요”.
임 정 윤
1997년생, 피트니스 모델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정신력이더라고요. 처음에는 피지컬이 중요했지만 뒤로 갈수록 멘탈 싸움으로 승패가 갈렸어요.이번 대회를 경험하면서 저는 내적으로 훨씬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임정윤은 어릴 때부터 빨랐다. 달리기에서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 그 장점이 <피지컬: 100>에서도 통했다. 1:1 공 뺏기 대결에서 빠른 스피드로 승부를 걸어 ‘팔씨름 왕’으로 통하는 하제용을 이긴 것이다. “도망치는 게 전략이었어요. 무섭기도 했고요. 격투기 선수들이 눈앞에서 대결하는 걸 봤거든요. 저는 평범한 체대생이잖아요. ‘내가 왜 여기 있지?’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하지만 임정윤 역시 스포츠맨이었다. 다른 사람의 경기를 보고 있자니 점점 승부욕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두려울 것도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자신감은 있었어요. 체대에서 여러 종목을 경험했고 그만큼 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니까요. 특출난 건 없어도 이것저것 다 할 줄 아는 운동 능력, 그리고 순발력, 판단력 등을 최대한 활용했죠.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왔어요.”
그는 <피지컬: 100>에 대해 ‘정신력: 100’이라고 새롭게 정의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정신력이더라고요. 처음에는 피지컬이 중요했지만 뒤로 갈수록 멘탈 싸움으로 승패가 갈렸어요. 이번 대회를 경험하면서 저는 내적으로 훨씬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앞으로 유튜브, 피트니스센터 운영, 의류 사업까지 해보고 싶다는 그의 눈이 반짝였다. 치기 어린 욕심이 아니었다. 성취와 성장을 거듭하며 얻은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었다. “원래 꿈은 댄서였어요. 그래서 ‘체육교사가 돼서 퇴근하고 춤을 춰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오랜 고민 끝에 지금은 트레이너, 피트니스 모델의 길을 걷고 있지만, 여전히 춤을 좋아해요. 댄서는 말 그대로 춤을 추는 사람이잖아요. 저는 지금도 댄서예요. 바쁜 일정이 끝나면 그동안 못 췄던 춤을 출 거예요. ”
김 민 철
1989년생, 산악구조대원,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
“<피지컬: 100>은 무엇이든지 상상 이상이었어요. 모든 경기가 예측을 빗나갔죠. 겪어보니까 정말 강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한 사람이더라고요.”
“저 사람 누구야? 대단한데!” 비교적 평범한 체구의 김민철이 전 국가대표 체조선수인 양학선을 이기고 오래 매달리기 1위를 했을 때, <피지컬: 100> 촬영장이 술렁거렸다. 아무도 몰랐을 거다. 그가 단순한 산악구조대원이 아니라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였을 줄은. “오래 매달리기가 끝나고 보니 전완근이 몇 배는 커졌더라고요. 그만큼 아프고 힘들었어요. 손에 감각이 돌아오는 데까지는 무려 한 달이나 걸렸고요.” 실제로 가까이서 본 그의 팔은 단단한 조각상을 연상케 했다. 전완근이 보통 사람의 두 배 이상 두꺼웠고 굳은살이 잔뜩 배긴 손은 솥뚜껑처럼 크고 거칠었다. 얼마나 많은 홀드를 붙잡고 매달렸을까? 산에서 보낸 그간의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2008년에 산악 동아리를 하며 산에 오르기 시작했어요. 산악 동아리는 등산 외에도 암벽, 빙벽, 고산지대 탐험 등 산과 관련된 활동은 모두 다 하죠.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라고는 하지만 선수층이 많은 스포츠는 아니에요.”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는 아이스클라이밍으로 국내 1위는 물론 세계 6 위까지 오른 실력자다. <피지컬: 100>에서도 산을 오르내리며 습득한 잡기술, 클라이밍에서 배운 문제 풀이 능력 등이 큰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기가 많이 죽었죠. 올림픽 메달리스트부터 TV에서 보던 유명한 사람들까지 있었으니까요. 속으로 ‘기죽지 말자. 아이스클라이밍 대회에 나왔다고 생각하자’라며 마음을 진정시켰어요.”
김민철은 <피지컬: 100>은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게임’이라고 회상했다. “무엇이든지 상상 이상이었어요. 참가자도 엄청난 사람들이었고 모든 경기가 예측을 빗나갔어요. 직접 게임을 해보니까 정말 강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한 사람이더라고요. 좋은 경험을 했고 자신감을 얻었어요. 내년에는 아이스클라이밍으로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박 종 혁
1993년생, 피트니스 모델, 일러스트레이터
“제가 생각하는 강한 사람은 다정한 사람이에요.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오거든요. 피곤하면 날카롭고 예민해지잖아요. 다정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해요. 저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체력을 키우고 있어요. ”
그림을 그리는 피트니스 모델이라니. 웃을 때마다 얇게 초승달로 변하는 눈, 겸손한 태도, 나긋나긋한 목소리. 박종혁에게선 우락부락한 몸 안의 순수하고 섬세한 자아가 느껴졌다. 박종혁은 어릴 때부터 사생대회에 나갈 만큼 그림을 좋아했다. 진로는 더 자신 있는 체육을 선택했고 좋아하는 그림은 취미로 그리기로 했다. “그림을 그릴 때와 운동할 때 성향이 확연하게 달라요. 트레이너로서 운동할 때는 이성적이고 체계적인데, 혼자 있을 때는 생각도 많고 감성적이죠. 실제로 두 상황에서 MBTI도 다르게 나오더라고요.”
예능에서 탐낼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다. 다른 사람 눈에도 그렇게 보일 거다. 재미있게도 <피지컬: 100>에서 섭외 요청이 왔을 당시, 연애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제안이 왔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솔직히 연애 프로그램은 자신이 없었어요. 누군가를 좋아할 때 제 모습을 객관적으로 본 적이 없으니 불안했죠. 오히려 <피지컬: 100>은 참가자가 100명이라서 끌렸던 것 같아요. 개성이 강한 100명이 모여 있으니 주목도가 덜하겠구나 싶었죠.” 유명해져야겠다는 욕심이나 야망을 내려놓으니 모든 경기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실제로 방송에 나온 걸 봐도 모두 웃는 모습뿐이다.
박종혁은 <피지컬: 100>을 두고 ‘좋은 사람: 100’이라고 말했다. 좋은 사람들 덕분에 좋은 에너지를 얻었고 촬영을 시작한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기분 좋은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제가 생각하는 강한 사람은 다정한 사람이에요.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오거든요. 피곤하면 날카롭고 예민해지잖아요. 다정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해요. 저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체력을 키우고 있어요.”
박 진 용
1993년생, 루지 국가대표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으려고 했어요. 제가 유명해져야 루지도 알릴 수 있잖아요. 저희 루지 국가대표팀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어요. 2026년 이탈리아 올림픽을 기대해주세요.”
박진용은 올림픽에 무려 세 번이나 출전했다. 심지어 아시아에서 그보다 루지를 잘 타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실력자다. 루지는 썰매를 타는 겨울 스포츠다. 그가 입문할 당시에는 모든 게 열악했다. 장비는 물론 썰매도 없었다. 해외 선수들이 쓰던 헬멧과 옷을 빌려 입었고 아스팔트에서 구르면서 훈련했다. “루지는 겨울의 F1이라고 해요. 뛰어난 신체 능력뿐만 아니라 체력, 순발력, 빠른 판단력이 필요하죠.” 보통 루지 경기는 50초 안에 승패가 결정된다. 그래서 루지 선수들은 50초에 맞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게 습관처럼 배어 있다. 디딤발, 호흡, 만일의 상황까지 대비하여 상상하는 훈련이다.
“<피지컬: 100>에서도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미리 작전을 세웠어요. ‘동선이 겹치지 않게 뛰어가서 오른발로 착지,오른쪽으로 돌아야겠다’ 이렇게 세세한 것까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죠. 덕분에 간발의 차로 승리한 게임도 있어요.” 박진용은 오직 루지를 알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피지컬: 100>에 출연했다.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으려고 했어요. 제가 유명해져야 루지도 알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전력을 숨기고 게임에 참여했어요. 영리하게 접근했죠.”
피지컬만 좋은 줄 알았더니, 제갈공명 같은 전략가 면모도 있다. 올림픽 무대에서도 선전할 게 분명해 보인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루지 생각뿐이다. “저희 루지 국가대표팀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솔직히 썰매만 더 좋은 거로 바꾸면 세계 메달권도 가능해요. 모든 선수들, 코치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자신감도 있어요. 그러니까 2026년 이탈리아 올림픽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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