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스 반 노튼 2023 F/W 맨즈 컬렉션
벨기에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이 파리 11구의 한 주차장에서 2023 F/W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였다. 디자이너는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를 관통한 레이브(rave)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당시의 자유로운 에너지와 창의성에 자연에서 오는 초현실적인 아름다움과 광기를 더했다’는 설명이다. 컬렉션은 벨기에 뮤지션 랜더 앤 아드리안(Lander & Adriaan)의 강렬한 테크노 비트 라이브 음악과 함께 시작했다. 약 600여 명의 관객들은 모두 좌석 없이 자유롭게 각자 원하는 자리에 서서 스탠딩으로 컬렉션을 감상하며 레이브 문화의 자유로움 몸소 체험했다.
모델들은 블랙 룩으로 등장했다. 블랙 코트의 실루엣은 라운지 웨어처럼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무용수의 레오타드를 연상케하는 타이트한 블랙 톱과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하이웨이스트 팬츠를 매치했고, 더블 버튼 재킷의 이너로 글래머러스한 블랙 레이스 톱을 믹스매치했다. 구슬과 체인을 장식한 셔츠는 구겨진 채로 입고, 블랙 블레이저 안에 입은 이너는 늘어진 듯 밑으로 한참 삐져나오는 니트 혹은 저지 후디를 입어 나른하고도 퇴폐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컬렉션의 중반 이후부터는 드리스 반 노튼 특유의 다양한 프린트와 컬러가 이어졌다. 블랙, 그레이, 브라운 컬러 베이스의 지오매트릭한 패턴, 그래픽적이고 사이키델릭한 분위기의 기하학 패턴 등…. 패딩 재킷, 레인코트, 프록코트에 사용한 빈티지 워싱 플라워 프린트는 19세기 초 독일 지리학자이자 탐험가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의 식물 삽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세계를 여행하고 생태학이라는 단어를 발명한 인물로 드리스 반 노튼과 디자인팀은 벨기에 메이서 식물원(Plantentuin Maise) 도서관에서 그의 책을 보며 흠뻑 빠져들었다고. 한편, 아름다운 프린트 사이에서 과장된 어깨와 상대적으로 더욱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더블브레스트 코트는 매스큘린하면서도 글래머러스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올 시즌 ‘실루엣에 특별히 더 많은 공을 들였고 이는 코트의 테일러링에서 매우 정확하게 드러난다’고 부연 설명했다. 조금은 새로운 뉘앙스를 담은 드리스 반 노튼은 특유의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움을 향해 일보 또 전진했다.
- 프리랜스 에디터
- 명수진
- 영상
- Courtesy of Dries Van No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