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 아브라모비치도 실수를 한다

전여울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안네 임호프의 작품을 ‘사물함’으로 착각한 사연은?

: Installation view Anne Imhof - YOUTH. Stedelijk Museum Amsterdam co-presented with Hartwig Art Foundation. Photo: Peter Tijhuis

: Installation view Anne Imhof - YOUTH. Stedelijk Museum Amsterdam co-presented with Hartwig Art Foundation. Photo: Peter Tijhuis

: Installation view Anne Imhof - YOUTH. Stedelijk Museum Amsterdam co-presented with Hartwig Art Foundation. Photo: Peter Tijhuis

Anne Imhof, AI Winter, 2022. Featuring Eliza Douglas. Directed by Jean-René Étienne and Lola Raban-Oliva. Courtesy of the artist, Galerie Buchholz & Sprüth Magers. Produced with the support of Garage Museum of Contemporary Art, Moscow, Hartwig Art Foundation and Stedelijk Museum Amsterdam.

약속에는 결코 늦는 법 없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그런데, 지난해 말 암스테르담에서 약속을 어기고 말았다. 오랜만에 방문한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미술관 큐레이터들과의 미팅에 ‘7분’을 늦고 만 것이다. 암스테르담에도 교통체증이 있다는 사실을 깜빡 잊어버린 탓이었다.

그런데, 아브라모비치를 당황시킨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큐레이터들과의 미팅을 위해 사무동 입구를 찾아간 아브라모비치는 사물함이 늘어선 복도를 발견했고, 급히 사물함을 열어 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 그녀의 곁으로 조심히 다가와 이렇게 속삭였다. “작가님, 이건… 사물함이 아니라 작품이에요.”

아브라모비치가 로커룸으로 착각한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안네 임호프.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을 점령한 퍼포먼스 작업 ‘파우스트’로 황금 사자상을 거머쥔 임호프의 첫 번째 미술관 전시 <YOUTH>는 지난 해 10월 1일에 시작되었고, 며칠 전인 2023년 1월 23일에 막을 내린다.

약속에 7분이나 늦은 아브라모비치가 너무 당황한 탓에 임호프의 작품을 알아보지 못한 걸까? 꼭 그런 건 아니다. 안네 임호프의 ‘퍼포먼스’에는 항상 살아있는 사람들이 등장했는데, 이번 암스테르담 전시에선 단 한 명의 라이브 퍼포머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물함, 자동차 타이어 등이 창백하게 쌓여 있는 전시장에는 살아있는 사람 대신 임호프의 작품에 항상 등장하는 엘리자 더글라스의 ‘디지털 아바타’가 이따금 등장하곤 했다. 전시장에선 살아있는 더글라스 역시 퍼포머가 아닌 영상 작품의 일부로 비춰졌다. 발렌시아가 모델이자 웃옷을 벗고 임호프의 퍼포머이기도 한 더글라스가 모스크바의 버려진 건물 사이를 서성이는 모습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촬영되었고,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최근까지 미술관에서 상영됐다.

임호프의 전시 <YOUTH>는 2022년 봄 모스크바의 현대미술관 개러지 뮤지엄에서 먼저 개막한 뒤 암스테르담에서 이어질 예정이었지만, 전쟁과 함께 개러지 뮤지엄이 문을 닫으며 암스테르담에서만 치러지게 되었다.

사물함으로 착각할 만큼 건조한 오브제로 가득한 이 전시에 대해, 아브라모비치는 이런 말을 남겼다. “중요한 무언가를 증언했다는 느낌과 함께 전시장을 떠났어요. 지금 이 세계에 존재하는 인간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무언가를 말이죠. 강력한 아름다움, 비통함, 멜랑콜리, 상실감도 함께 느꼈습니다.”

에디터
전여울
박재용
사진 출처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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