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로랑 2023 F/W 맨즈 컬렉션
생 로랑은 2015년 이후 오랜만에 파리 맨즈웨어 컬렉션에 복귀, 첫날인 17일 화요일 밤 9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컬렉션의 베뉴는 18세기에 지어진 파리의 ‘피노 컬렉션–부르스 드 코메르스(Bourse de Commerce)’. 과거에는 곡물창고나 증권거래소 등으로 이용했던 곳인데 2020년에 건축가 안도 다다오(Ando Tadao)가 리노베이션 한 이후 케링 그룹의 CEO인 프랑수아 피노의 1만여 점의 아트 컬렉션(Kering majordomo François-Henri Pinault) 을 소장한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미술관 중앙홀의 원형 공간에 피아노 한 대가 놓였고 벽면을 따라 관객이 앉을 검은색의 기다란 소파가 준비되었다.
생 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오 바카렐로는 ‘여성, 남성의 차이는 없다. 남녀 간 특별한 차이를 두고 싶지 않다’며, 2023 F/W 맨즈웨어 컬렉션은 지난 시즌 생 로랑 여성복 컬렉션을 재해석하여 구상했다고 밝혔다. 피아노 연주와 함께 생 로랑의 아이코닉 한 맥시 보우 블라우스에 벨벳 팬츠를 매치한 모델이 오프닝을 열었다. 이어 바닥에 거의 끌릴 정도로 긴 코트, 니랭스 터틀넥 스웨터, 가죽 트렌치코트가 프랑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토니오 바카렐로의 설명처럼 여성복의 요소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여성용 상의인 카슈쾌르(cache-coeur) 벨벳 톱, 섹시한 카울(cowl)넥 실크 셔츠, 카굴(cagoule) 후드를 부착한 실크 블라우스와 1980년대 중반 이브 생 로랑에서 선보인 카푸슈(capuche) 드레스를 연상케 하는 후드, 그리고 최초의 여성용 턱시도인 르 스모킹(Le Smoking)까지! 르 스모킹은 이브 생 로랑이 신사들의 전유물이었던 턱시도를 여성용으로 재해석하여 1966년 F/W 컬렉션에서 최초로 선보였으며 이는 여성에게 자유와 권력을 부여한 패션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안토니오 바카렐로는 르 스모킹을 남성용으로 다시 한번 뒤집어 선보이면서 젠더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했다. 피날레는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인 가수이자 배우, 샤를로뜨 갱스부르가 등장하여 라이브로 피아노 연주를 하며 마무리했다.
안토니오 바카렐로가 그간 생 로랑 컬렉션을 통해 보여준 거대한 스케일을 떠올려보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총 47개 룩을 선보였다. 게스트 역시 이례적으로 적은 100여 명(한국에서는 <세븐틴>의 정한, <엔시티>의 텐이 참석했다). 여담이지만 재작년에 아들이 태어난,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던 안토니오 바카렐로는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차 있는 상태이며 덕분에 메시지 또한 간결해졌다는 전언이다.
- 프리랜스 에디터
- 명수진
- 영상
- Courtesy of Saint Laur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