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멋지다. 내 세상이 온통 정성일이라는 게.
섹시해서 못된 눈빛│연극과 뮤지컬에서 맹활약해온 정성일은 드라마 <비밀의 숲 2>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가 맡은 박상무는 윤세아가 연기한 한조그룹 회장의 옆을 지키며 눈치 빠르고 마음에 쏙 들게 일 잘하는 인물. 정성일은 적당히 반듯하고 적당히 성실하고 적당한 차가운 인상으로 임팩트를 남겼다. 당시 미스터리였던 건 회장을 바라보는 박상무의 눈빛에서 묘한 기류가 풍겼는데 둘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거다. 어쩌면 그냥 정성일의 눈빛이 오해를 사기 쉽게 그윽하고 섹시한 탓이었을 거다. <더 글로리>에서도 정성일이 연기한 도영과 주인공 동은의 바둑 멜로 때문에 “연진이 버리고 동은이한테 가라”는 반응도 있지만 그런 기대는 부질없어 보인다. 이게 다 정성일의 섹시한 눈빛 잘못이다.
수트 공식│<더 글로리>의 가장 큰 발견이라 할 수 있는 정성일은 “이 배우 어디서 봤는데”라는 알알한 궁금증을 유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성일은 <비밀의 숲 2> 이후 <우리들의 블루스>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드라마 작품에 출연했다. 뚜렷한 특징이라면 <더 글로리>처럼 수트 차림의 캐릭터를 자주 소화했고, 수트가 반듯하게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비밀의 숲 2>에서는 대기업 상무를, <타임즈>에서는 방송국 기자를, <배드 앤 크레이지>에서는 (빌런이지만) 심리 상담사를 연기했으며, 신민아의 남편 역할로 나온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반듯한 차림을 고수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원했던 의상은 수트가 아니라 왕이 입는 ‘용포’였다. 예전에 인터뷰를 통해 ‘왕’ 역할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는데 진짜 왕이 될 상이었나 보다. 이후 사극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서 그가 말한 대로 임금의 자리에 앉았으니 말이다.
하도영이 ‘개X’인 이유│정성일은 야구, 골프, 탁구, 볼링 등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들을 즐긴다고 한다. 드라마 <산후조리원>에선 프로 골프 선수 역할을 소화하기도 했다. 여전한지 모르지만, 왕년에 야구를 특히 잘했으며 실력에 자부심을 가진 것 같다. 그의 인스타그램에서 #야구왕 #6할타자 #타점왕 #완봉승 해시태그와 함께 경기 활약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재미있게도 게시물 중에는 (그의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름 대신 ‘개새성일’이라고 새겨진 야구 유니폼 사진도 있다. <더 글로리>에서 정성일이 연기한 하도영은 ‘나이스한 개XX’라고 표현되는 인물. 잘 어울린 데는 이런 연결 고리가 있었구나 싶다. 넝담~.
기적의 비포 애프터│<더 글로리>의 인기에 힘입어 정성일의 굵직한 식스팩 복근이 덩달아 화제가 됐다. 소싯적 운동으로 군살이 빠지고 몸이 탄탄하게 변모해가는 과정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게 뒤늦게 조명을 받았다. 정성일은 사진과 함께 “8주간 PT 없이 2만5천원 주고 ‘8주간의 기적’이란 책을 보고 약간 추가만 해서 하루 2~3시간 운동을 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2달 전에는 “7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며 운동을 하는 사진을 게시했는데 야무지게, 독하게 약속을 지킨 것이다. 기적 같은 비포 애프터 차이에서 엄청난 노력이 느껴질 정도다. 똑똑똑. 두드리면 소리가 날 것 같은 명품 복근, 여전히 살아있나요?
세상은 불공평해│<더 글로리>를 쓴 김은숙 작가는 제작 발표회에서 정성일에 대해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어떻게 써도 명대사처럼 들리더라”라고 소개했다. 이 말처럼 차분하고 묵직한 목소리 톤과 명료한 딕션은 그에게 몰입하게 만들고 한참을 바라보게 만든다. 불공평하게도, 정성일은 그 천부적인 목소리로 노래마저 잘한다. 연극으로 데뷔한 그는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여전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대학로 아이돌’이란 수식어를 안겨준 뮤지컬 <미오 프라텔로>의 동료 배우 김대현, 최호승과 그룹을 결성해 얼마 전에는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성일이 비주얼을 맡고 있다는 그룹의 이름은 ‘현승일’. 세 배우의 이름을 조합한 것으로 아재 감성이 묻어있다. 아무렴, 어때. 잘생기고 목소리 좋고 바둑도 잘 두는데, 노래는 물론이고 넘치는 끼와 춤 실력까지 다 지녔으니. 종합선물세트 같은 배우의 다음 행보는 1월 20일 개막하는 연극 <뷰티풀 선데이>. 오는 3월에는 뮤지컬 <인터뷰> 무대에 뜬다.
이름에 감춰진 비밀│연진아, 그거 아니? 정성일은 이름에 ‘ㅇ’이 세 개나 들어 있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 Netflix, CJ ENM, @ygmicael, @goldenage_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