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인간성의 상징이자 감정의 기록이고, 고유한 개성의 표현입니다.” 사라 버튼이 탐색한 ‘눈’이라는 거울. 2023 S/S 알렉산더 맥퀸 컬렉션을 향한 첫 시선에 온 마음을 빼앗길지라도.
런던의 10월 어느 날, 템스강이 내려다보이는 해군 대학 정원의 잔디밭에 설치된 26m 너비의 투명 버블 구조물에서 알렉산더 맥퀸의 새 시즌 컬렉션이 시작되었다. 팬데믹 이전, 보통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쇼를 선보이던 그들은 체제 밖으로 눈을 돌렸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 버튼이 주목한 키워드는 인간성의 상징이자 감정의 기록이고, 고유한 개성의 표현인 ‘눈’. “눈은 인류의 가장 독특한 상징입니다. 각각의 눈은 지문과 유사합니다. 각각의 눈은 온전히 개별적입니다.” 사라 버튼은 드레스에 내장된 홍채, 눈동자, 속눈썹의 확대된 지문과 라피아 줄무늬 이미지를 설명하며 말했다. 그 생각은 그녀에게 자연과 기술, 인류의 오랜 역사, 그리고 현재의 두려움 등 맥퀸 하우스가 천착해온 여러 가지 주제와 씨름할 수 있는 자극을 주었다고 했다.
강렬한 눈이 프린트된 드레이프 드레스를 입은 오프닝 룩이 멀리서 걸어오다 투명 거품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알렉산더 맥퀸의 2023 S/S 시즌을 감상하러 온 수백 개의 눈 또한 그곳을 향한 것은 상징적이고도 대단히 아이러니한 장면이었다. 생전의 알렉산더 맥퀸은 뛰어난 컬렉터였는데, 그의 수집품 중에 천사와 싸우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악마들이 있었다. 사라 버튼은 컬렉션 일부를 문양과 자수로 장식하기 위해 이를 참조했다. 이런 장식적 서사 외에도 깔끔하고 날카로운 재단을 놓칠 리 없었다. 두 번째로 나온 앞부분이 뾰족하게 잘린 크롭트 턱시도는 엉덩이 골이 보이도록 디자인된 맥퀸 범스터의 부활을 보는 듯했다. 뒤이어 니트 보디슈트, 테일러드 올인원, 라피아 프린지를 장식한 비스코스 니트 드레스, 코르셋 드레스, 튤 드레스, 완벽한 턱시도 등이 등장했다. 이번 시즌을 관통하는 눈 프린트 디테일을 담아낸 의상과 맥퀸 테일러링의 날렵함에 정교함과 특유의 낭만을 담아내는 과정. 남자의 시선이 아닌, 여성이 그 자신을 위해 옷을 입는 것을 늘 염두에 두는 사라 버튼은 여자의 신체 비율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여성의 다양한 몸 형태를 포용한 그는 매우 인체학적인 방식으로 조각조각 옷을 해부한 다음, 재단, 드레이프, 실루엣에 집중했다.
패션계에서 보기 드물게 과묵하고 신비로운 인물인 사라 버튼은 이번 시즌의 테마 ‘First Sight’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사물을 다시 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눈을 감고, 눈을 내리깔고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서로를 보고, 서로의 인간성을 알아보는 것.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라고. 이 사려 깊은 맥퀸 하우스의 수장은 믿기 힘들 만큼 신선하면서 파격적인 방식을 취한다. 각각의 눈을 들여다보고 고유의 상징성을 캐치할 줄 아는 사람. 영감을 찾아 온 우주를 누비는 사라 버튼이 탐색한 ‘눈’이라는 거울은 이토록 아름답다.
ALEXANDER McQUEEN 2023 S/S COLLECTION
- 패션 에디터
- 김민지
- 사진
- COURTESY OF ALEXANDER McQU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