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걸그룹 역사의 변곡점에는 늘 SM의 걸그룹들이 있었다. S.E.S가 시작해 에스파가 완성해낸 걸그룹 초동 100만장의 시대. 같지만 다른, 그들의 Dreams Come True.
태초에 K-pop 걸그룹은 이수만이 공들여 만든 세 명의 요정, S.E.S 로부터 시작됐다. 세기가 바뀌자 블랙맘바를 해치울 광야의 전사 네명이 탄생하니, 그들을 에스파라 불렀다. 사랑의 요정과 광야의 전사에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있지만 두 그룹을 묶을 수 있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등장으로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는 것.
S.E.S는 걸그룹의 상업적 성공을 이루어내며 걸그룹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이전 세대들이 닦아 놓은 고속도로를 타고 에스파는 데뷔 2년 차에 경이로운 기록을 경신했다. 걸그룹 초동 100만장을 달성 한 것. 이로써 SM은 모든 세대에 걸쳐 대표적인 걸그룹을 배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2021년 12월 12일, SM은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통해 ’Dreams come true’를 리메이크를 공개했다. SM의 찬란한 유산인 S.E.S와 SM의 미래가 된 에스파의 Dreams Come true.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때는 세기말이었고 지금은 Y2K다.
1997년, IMF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도 S.E.S는 단숨에 대중들의 시선을 끌었다. 단정한 슈트와는 달리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S.E.S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데뷔곡 ‘I’m your girl’ 활동 당시 바다가 했던 더듬이 앞머리, 방울이 달린 헤어 끈은 1세대 걸그룹의 대표 이미지가 됐다.
S.E.S가 ‘국민요정돌’이라는 타이틀을 지금까지 지킬 수 있었던 건? 1998년 발매한 ‘Dreams Come True’ 덕분이다. 세기말 감성이 Y2K로 돌아온 지금, ‘Dreams Come True’의 MV는 힙해보인다. 부자연스러운 그래픽은 의도한 듯한 세련됨이 느껴지고, 화이트 드레스에서는 노래 속 신비로움이 강조되어 보인다. 드레스와는 상반되는 강렬한 원색의 트랙 수트에서는 마법 소녀의 강인함도 보인다. 모든 게 세기말에서 Y2K로 돌아왔지만, 노래는 그때도 지금도 세련됐다.
에스파가 재해석한 Dreams Come True
2020년에 데뷔한 에스파는 독창적인 세계관 ‘광야’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여정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다. 광야의 적 ‘블랙맘바’와 싸우기 바쁜 에스파에게 ‘Dreams Come True’는 보기 드문 사랑 노래다. 에스파 버전 요정 룩의 키 아이템은 플로럴 드레스와 헤드피스. MV 속 카리나와 지젤이 한 헤드피스는 S.E.S ‘Love’ 의 무대에서 유진이 했던 헤드피스가 연상된다. ‘Dreams Come True’의 가장 큰 변화는 랩 파트다. 노래의 전반부와 후반부에 적극적으로 배치하여 광야의 전사적 면모를 표현했다. 이에 맞춰 윈터는 강렬한 그래픽 티셔츠, 와이드핏 데님 팬츠로 스트릿 패션을 선보였다. 뮤비의 후반부에는 카리나의 강렬한 원색의 투피스, 닝닝의 체크무늬 스커트를 통해 Y2K 패션을 선보였다.
Next Level aespa
에스파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걸그룹이다. 에스파의 세계관을 누군가는 입덕장벽으로 꼽기도 하지만, 한번 빠지면 나갈 수 없는 개미지옥이다. 새로운 노래와 MV가 나올 때마다 세계관에 대한 팬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진다. 이렇게 과몰입하는 이유? 에스파의 서사가 사랑 대신 우정과 모험이 가득한 ‘소년만화’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무리 두려운 상황이라도 함께라면 맞설 용기를 얻으니 따라오라’는 그들을 어떻게 안 따라갈 수 있을까.
에스파는 다른 차원의 걸그룹이다. 그리고 단언컨대, 우리는 이런 걸그룹을 원했다.
- 프리랜스 에디터
- 박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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