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의 솔로 앨범 작업에 대한 추측과 관심이 무성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지민이 앞서 발표한 솔로곡들이 특급 힌트가 되리라 예상한다.
이 정도면 방탄소년단(BTS) 지민의 솔로 앨범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징후이구나 싶다. 최근 위켄드, 저스틴 비버와의 작업으로 잘 알려진 토미 브라운을 비롯해 유명 프로듀서들이 지민과의 만남을 SNS을 통해 차례로 알렸다. 지민과의 작업 소식이 아니고는 이들의 만남에 딱 부합하는 이야깃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지민 역시 음악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고 근황을 밝히는 등 솔로 앨범에 대한 추측과 짐작, 그럴듯한 특급 단서들이 무성하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결과물에 대한 힌트 또는 연결 고리가 되리라 예상해 여전히 대단한 기록들을 써 내려가고 있는 지민의 솔로곡 리스트를 들어봤다. 그게 아니더라도 지민의 목소리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 듣고 싶으니까.
‘Lie’
“Caught in a lie / 순결했던 날 찾아줘 / 이 거짓 속에 헤어날 수 없어 / 내 웃음을 돌려놔줘”
그야말로 지민과 지민의 충돌이 아닐까. ‘Lie’는 깊은 밤처럼 다크하고 그윽한 무드를 풍기는 지민과 환한 빛에 휩싸인 것처럼 웅장하게 아름다운 기운을 발산하는 지민이 만나는 순간을 기록한다. “Caught in a lie / 순결했던 날 찾아줘”라는 가사가 변곡점이 되어 곡의 질감과 사운드, 보컬의 톤과 감정선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데, 이때 위화감은 일절 느껴지지 않는다. 사운드적으로 확실히 고조되는 요소들이 있기도 하지만, 사실 그보다 멋진 건 따로 있다. 지민의 목소리가 차가운 긴장감과 뜨거운 에너지 양쪽 모두와 잘 페어링되며 이 둘을 섬세하고 유연하게 잇는다는 것이 그 비결이다. 그런 점에서 지민이 얼마나 다양한 무드를 아우르는 보컬인지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곡이라 할 수 있다.
‘Serendipity (Full Length Edition)’
“넌 내 푸른 곰팡이 / 날 구원해 준 / 나의 천사 나의 세상 / 난 네 삼색 고양이 / 널 만나러 온 / Love me now touch me now”
간결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지민의 보컬이 갖고 있는 특징을 너무나 잘 감상할 수 있는 곡이다. 귀에 쏙 들어오는 고유하고 매력적인 음색, 정신을 쏙 빼놓는 감미로운 보이스, 차이를 만드는 섬세한 디테일의 발성과 호흡 등을 한결 또렷이 발견하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환상적으로 만드는 지민의 독창적인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몽환적으로 아름답게 들리는 특출난 목소리는 서정적인 가사와 어우러져 그야말로 별빛처럼 반짝이고 오래 귀에 맴돈다. “난 네 삼색 고양이 / 널 만나러 온 / Love me now touch me now”라는 노랫말은 그 낭만의 순간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Filter’
“너의 따분한 그 표정 지루한 발끝 / Please look at me now / 핸드폰은 내려놔 고개 돌릴 생각도 마 / Let me know your type”
첫 소절로 모든 게 설명된다. 리드미컬한 멜로디 위로 지민의 목소리가 밀고 들어서는 순간 단박에 집중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노래에 맞춰 때로는 사뿐사뿐, 때로는 파워풀하게 지민이 춤을 추는 장면이 선연하게 연상된다. “Please look at me now”라는 지민의 주문에 빠져든 것처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래를 보는 것이랄까. 이는 가볍지만 날렵하고, 자연스러운 강약 조절이 두드러지는 곡의 질감이 지민의 퍼포먼스 스타일과 꼭 들어맞기 때문일 것이다.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 세계를 사로잡은 지민의 움직임과 몸의 감각을 음악적으로 훌륭히 구현해낸 곡이라 말하고 싶다. 그야말로 ‘춤을 추듯 노래를 한다’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
‘Christmas Love’
“힘껏 달려보기도 해 저기 어린아이처럼 / 저 구름 위로 하늘을 나는 기분이야 / 누군가 나의 얘길 듣는다면 / 지금 이대로 시간을 멈춰 주겠니”
2년 전 지민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춰 이 곡을 공개하며 “어릴 적 추억 중 제가 좋아하는 눈이 펑펑 내리는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감정을 담아서 노래했다”라고 직접 소개했다. 그 말마따나,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점점 감추게 되는 때묻지 않은 순수한 감정을 표현한 노래에서 지민의 감미로운 미성과 청아한 음색이 고스란히 돋보인다. 반복해서 듣다 보면 지민의 목소리가 새삼 이렇게 경쾌했나 싶기도 하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노래를 했을 지민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 덕에 크리스마스 시즌뿐 아니라 언제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절로 흥얼거리는 게 되는 곡이다. 사계절 내내 글로벌 주요 음원 플랫폼에서 번뜩이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으니 수긍이 간다.
- 프리랜서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 Instagram @bts.bighit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