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의 음악 세계를 다채롭게 감상하는 방법, 바로 그가 피처링에 참여곡을 듣는 것!
바밍타이거의 신곡 ‘섹시느낌’은 듣는 순간 느낌표가 마구 튀어 오른다. 신선한 감각 같은 사운드, 바밍타이거의 멤버 오메가 사피엔, 머드 더 스튜던트, bj 원진의 하나같이 캐릭터가 뚜렷한 랩과 보컬 그리고 방탄소년단(BTS) RM의 피처링이 대단히 즐거운 충격을 안겨준다. 특히나 RM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색깔이 강한 곡에서 가장 닮은 스타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RM은 솔로 믹스테이프를 발표하고 장르 불문 여러 아티스트들과 꾸준히 협업을 하는 등 래퍼로서 폭넓은 행보와 두터운 성장을 이어왔다. 이참에 RM의 다채로운 음악적 스타일을 명확히 대변하는 몇몇 피처링 참여곡을 논스톱으로 들어봤다.
윤하 ‘WINTER FLOWER’
“난 왜 널 만난 걸까 / 하필 바로 지금 여기 이 겨울날 / 눈 감으면 봄은 아득하고 / 여긴 찬 숨만 가득한데 / 모진 겨울 네가 흘렸던 피 / 에서 빨갛게 나는 태어났지/ 설중매 동백 수선화 / 그래 날 뭐라고 불러도 좋아”
윤하의 ‘WINTER FLOWER’는 RM 특유의 중저음 톤을 얼마나 잘 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명한 예다. 이 곡에서 RM의 랩은 카타르시스를 동반하는 윤하의 폭발적인 보컬에 힘을 더하는 것 이상으로 존재감이 극대화된다. 뒤집어 말해 윤하의 애절한 고음이 RM의 묵직한 톤을 더욱 도드라지게 해준다. 즉, 빛과 얼음처럼 반짝이는 조합. 노래는 ‘혹독한 겨울에 태어나 힘겹지만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을 표현했는데, 두 아티스트의 스토리텔링 또한 탁월하다. 잘 들어보면 서정시처럼 어떤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가사와 정서로 한 편의 깊은 여운을 완성한다.
HONNE ‘Crying Over You’
“All different covers, all different colors / They’re never the same / But they always make me cry in the end”
느긋하면서 마법처럼 반복되는 혼네의 몽환적인 사운드, 샴페인 기포처럼 그 위를 미끈하게 너울대는 베카의 보컬, 곡의 분위기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며 적절히 배어 있는 RM의 싱잉 스타일. ‘Crying Over You’를 채운 셋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노골적으로 기교를 부리지 않지만, 이상하리만치 찰싹 귀에 달라붙어 자꾸 따라오는 매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햇살의 온기가 맨살에 부대끼기 시작해 새벽의 찬 공기가 밀물처럼 차오를 때까지 주야장천 듣기에도 아주 좋다.
MFBTY ‘부끄부끄’
“아 갑자기 앞에 나와 랩할라니 조금 부끄러 / 내가 앨범 사던 형 누나들과 함께 좀 쑥스러 / 방구석 형님들은 열폭하고 날 헐뜯지”
타이거 JK, 윤미래, 비지의 프로젝트 그룹 MFBTY가 2015년 발표한 앨범 <Wondaland>에 수록된 트랙이다. 당시로서는 한국 힙합계의 대부와 대모 격인 타이거 JK와 윤미래가 아이돌 그룹의 래퍼와 작업한 게 화제가 됐다. 냉철하게 보면 지금과 비교해 완성되지 않은 실력이지만, 호기 있게 달려드는 RM의 파이팅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반갑다. ‘부끄부끄’라는 중독성 있는 가사가 흥을 돋우는 이 곡에서 하이라이트는 온전히 윤미래의 차지다. 윤미래가 왜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여성 래퍼인지 그 이유를 소름 끼치게 확인할 수 있다.
이이언 ‘그러지 마’
“파도는 원래 무슨 색일까요 / 부서질 땐 새하얗잖아요 / 그간의 표류는 괜찮았나요 / 여기 조약돌로 남아주면 안 돼요 / 달을 켜줘요 / 작은 내 굴뚝을 떠나지 마세요 / 그대만 아는 그 이름 가져가지 마세요”
음악적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이이언과 RM은 의기투합한 ‘그러지 마’를 통해 서로가 잘 통하고 잘 붙는 이유를 음악적으로 입증했다. 이이언은 상대적으로 높은 자신의 보컬 톤과 RM의 중저음이 이루는 조화를 이 곡의 포인트로 언급한 바 있는데, 되려 사뭇 힘을 뺀 RM의 소리와 가냘프지만 속절없이 평온함이 느껴지는 이이언의 소리가 물 흐르듯 잘 섞인다. 또 감정의 클라이맥스를 쏙 뺀 두 남자의 그윽한 외침은 간결한 멜로디에 얹어져 하나의 악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떠나지 말라고 연인을 붙잡는 내용의 노래가 뻔한 신파처럼 들리지 않는 것 또한 그 때문일 것이다.
개코 ‘코끼리’
“Think about it / 별이 될 건가 불가사리 될 건가 / No disrespect for starfish / But if you want a fish, be selfish / 오늘 아침 거울을 봤다면 뭔 생각했는지 잘 생각해봐 / 그리고 다시 보고 말해 /너는 너를 위해 싸워 / 너는 너를 위해 날을 세워”
두말할 것도 없이 개코와 RM의 랩을 한 곡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게 기쁘다. ‘망설이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거 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에서 RM은 보란듯 그렇게 한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랩 스킬과 관록을 갖춘 개코로부터 마이크를 이어받아 묵직한 비트 위에 특유의 박력 있는 래핑과 유려한 강약 조절, 자기 식대로 고찰이 엿보이는 가사를 타이트하게 펼쳐 보인다. 여러모로 성공적인 배턴 터치. 그리고 1년 뒤 RM은 타이거 JK의 ‘Timeless’에도 피처링으로 참여해 무르익은 기량을 재차 발휘했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