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출신의 작가 3인이 집필한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이들은 영화, 자동차, 예술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1. <어제의 영화. 오늘의 감독. 내일의 대화> 민용준 지음, 진풍경
13인의 감독, 15번의 만남, 34시간 4분 50초간의 대화. 2006년 영화 전문 웹진 <무비스트>를 시작으로 이후 <엘르>, <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로 활약해온 영화 칼럼니스트 민용준은 자신의 신간을 이렇게 소개한다. 박찬욱, 봉준호 등 저자가 우연 혹은 필연에 의해 만난 13인의 영화감독과 나눈 인터뷰를 그러모으니 숫자라는 기록이 남게 됐고, 그렇게 책 <어제의 영화. 오늘의 감독. 내일의 대화>가 탄생하게 됐다. 어쩌면 인터뷰란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라는 두 우주가 만나는 것. 오랜 시간 영화를 향유하며 예민하게 취향의 근육을 키워온 저자와 지금 영화계 최전선에 선 감독 사이 오가는 대화의 핑퐁은 독자를 수 겹의 층으로 구성된 다층적 영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책 속 대화는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도 알려주지만, 때때로 저자가 던진 날카로운 질문에 어쩔 수 없이 감독의 인간적 캐릭터가 흘러나오는 귀한 순간도 보여준다. 꼬박 667페이지를 채운 책은 ‘오늘’의 감독을 다루지만 우리에게 ‘내일’의 영화에 대한 힌트를 넌지시 던져주는 것만 같다.
2. <오늘 밤 남의 차를 몹니다> 이재현 지음, 우주북스
어느 날 문득, 에디터는 대리운전 기사가 되기로 했다. 마치 소설 속 설정 같은 이 이야기는 실제 <모터매거진>, <지큐> 출신의 에디터 이재현이 대리운전 기사로 변신해 쓴 에세이 <오늘 밤 남의 차를 몹니다>에 대한 설명이다. 매달 취재차 신차를 몰던 저자는, 이제 어둑한 늦은 밤이 되면 ‘남의 차’를 대신 몰아주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자동차라는 상품의 물성에만 주목했던 저자는 대리운전을 통해 비로소 차를 타는 ‘사람’을 주목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깨달은 사실이 재치 넘치는 한 문장으로 책에 담겨 있다. “대리운전을 통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접하고,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매일 밤 시대를 표현한 추상화를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자동차에서 시작했지만 이윽고 사람으로 마침표 찍는 책 <오늘 밤 나의 차를 몹니다>, 좁고 컴컴한 차 안에서 나눈 저자와 손님의 대화는 때로 웃음을 터지게 만들고 자주 마음이 먹먹해지게 만든다. 왜인지 술 한잔 곁들이며 책장을 넘기면 더 술술 넘어갈 것만 같다.
3. <인생, 예술> 윤혜정 지음, 을유문화사
미술관에 당도해 수수께끼 같은 작품 앞에 설 때면 문득 이런 생각에 빠질 때가 많았다. 작품이 말을 걸어줬으면, 혹은 작품을 말해주는 손전등이 있다면. 윤혜정 작가의 <인생, 예술>은 바로 이런 바람에 대한 응답 같은 책이다. <인생, 예술>은 <보그>, <하퍼스 바자>의 피처 디렉터 출신이자 국내의 대표적 화랑 ‘국제갤러리’의 이사 윤혜정의 두 번째 책이다. 그의 첫 책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은 에드 루샤, 제니 홀저 등 동시대 예술 거장 19인의 생생한 육성을 담은 인터뷰집이었다면 신간 <인생, 예술>은 저자의 내밀한 사유와 철학, 경험, 삶을 진하게 맛볼 수 있는 예술 에세이에 가깝다. 그리하여 <인생, 예술>에서는 그가 친애하는, 혹은 불현듯 어느 날 그의 삶을 두드린 예술가 28명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저자는 때때로 예술가의 일대기에 자신의 삶을 빗댄 일기를 들려주고, 때때로 예술가의 작품 세계에 더 깊숙이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날카로운 평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마크 로스코,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총 28인의 예술가를 다루며 ‘감정’, ‘관계’, ‘일’, ‘여성’, ‘일상’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이야기가 구성된다.
- 피처 에디터
- 전여울
- 포토그래퍼
- 정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