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는 옷이 숨을 쉬고, 광합성을 한다면.
2020년 ‘ITS Responsible Fashion Award(책임감 있는 패션상)’를 수상한 캐나다 디자이너 올리비아 루벤스(Olivia Rubens)는 최근 영국에 있는 과학 연구소이자 패션 스튜디오인 ‘포스트 카본 랩(Post Carbon Lab)’과 협업해 미생물 색소 카디건을 선보였다. 런던의 콘셉트 스토어 머신-A와 포스트 카본 랩이 공동으로 이 컬렉션을 제작했는데, 그녀는 “생물 디자인과 생체 모방으로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기회를 찾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주요 개념은 미생물(해조류)로 코팅한 직물로 옷이나 패션용품 등을 만드는 것인데, 실제 미생물의 이산화탄소 흡수와 포도당·산소 생성이라는 광합성 과정이 진행된다. 스튜디오의 실험에 따르면 이렇게 제작된 옷은 6년생 나무 수준의 광합성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재료공학, 합성생물학, 섬세한 바느질이 혼합된 ‘바이오 쿠튀르’는 2012년경 디자이너 수잔 리(Suzanne Lee)가 박테리아를 이용해 의류를 제조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프로젝트와 함께 만든 용어로 박테리아 같은 살아 있는 미생물을 이용해 의류와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개념이다. 기술적으로 쿠튀르한 것은 아니지만, 손으로 바느질한 수공예는 장인정신에 대한 끄덕임으로, 지난달 파리 패션위크에서 로에베가 ‘살로네 디 모바일 에포트(Salone Di Mobile Effort)’에서 소개한 짚과 갈대로 만든 놋쇠 우비와 바구니, 코코아 껍질로 만든 이리스 판 헤르펀의 첫 번째 비건 오트쿠튀르 드레스와 비슷하다.
LVMH는 플라스틱이 없는 실험실에서 자란 모피를 생산하는 초기 단계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케어링은 버섯 가죽과 같은 대체 소재를 시범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미추 전 CEO 피에르 데니스와 같은 업계 선두주자들은 최근 410만 달러를 모금해 미생물 섬유 탐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 스타트업은 박테리아 공정을 활용해 가짜 플라스틱 물질 나노셀룰로오스를 생산하여 신발 같은 제품을 짜는 데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바이오 배양은 대체 물질의 가능한 다음 진화를 얘기한다. 물론 주류가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가 지속가능한 소비를 하는지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마지막 세대입니다”라는 포스트 카본 랩의 공동 설립자 디안 젠 린(Dian-Jen Lin)의 말은 울림이 작지 않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