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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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주얼리 브랜드의 품 안에서 동양과 서양의 아티스트가 만나, 전통과 동시대가 깃든 사랑스러운 2D 애니메이션을 만들기까지.

요정이 파르르 날갯짓하며 어딘가로 향한다. 파리 방돔 광장에서 출발해, 바다인지 우주인지 알 수 없는 환상적 공간을 지나 이내 도착한 곳은 한국이다. 산과 나무와 아파트가 있는 서울 풍경, 궁과 비원 등을 거치는 동안 요정은 한국 소녀를 만나고, 친구가 된 둘은 청담동에 위치한 반클리프 아펠 서울 메종에 도착해 그곳을 즐겁게 탐험한다. 이 내용의 1분짜리 애니메이션 필름은 반클리프 아펠 서울 메종 플래그십 부티크가 지난 5월 오픈한 것을 기념해 제작된 ‘요정의 여정(Fairy’s Journey’)이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 7월 6일 메종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이끈 일러스트레이터 줄리 조제프(Julie Joseph)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영희가 만나 대담하는 자리가 열렸다.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던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제작기를 나누고 이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였다. 초현실적 동화 같은 이미지를 온화한 파스텔 색감으로 작업하는 서양의 아티스트와 한국적인 것을 특유의 미감으로 풀어내는 데 오랜 시간을 바친 동양의 아티스트. 시각 작업을 한다는 공통분모 외에 언뜻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인물이 서로 융화되는 과정은, 애니메이션에서 서로 다른 성질의 것들이 즐겁게 어우러지는 그 흐름과 상당히 닮았다. 이를테면 서영희는 줄리 조제프에게 민화집을 선물했다. 줄리 조제프는 한국 전통 민화에 등장하는 몇몇 동식물이 ‘장수’나 ‘번영’ 을 상징한다는 식의 낯설고도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다. 그림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위해 여러 요소를 이해할 필요가 있었던 일러스트레이터는 전통 문화에 해박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부터 각종 정보와 디테일을 수혈받았다. ‘요정의 여정’에 스쳐 가는 서울 도심의 전경은 조선시대 지도를 보는 듯하다. 궁중무용, 화문석 카펫, 소나무와 청자, 거기에 서양 양식의 새장, 나이팅게일, 재밌고 귀여운 방식으로 나타나는 반클리프 아펠의 헤리티지 피스 등이 장면마다 어우러진다. 애니메이션이 담고 있는 세 가지 키워드인 ’자연’, ‘전통’, ‘예술’은 브랜드의 철학이기도 하다. 동서양의 요소가 이렇듯 어여쁘고 사랑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그림을 감상하는 건 산뜻한 경험이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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