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취적인 여성을 위해 가볍고 유연한 옷을 만들고자 한 가브리엘 샤넬. 그녀에게 니트웨어는 해방의 도구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 자유, 관능, 현대성. 다양한 개념을 아우르는 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니트웨어는 샤넬의 역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시그너처다. 191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해방의 연대기는 버지니 비아르에게 계승되어 2021/22 공방 컬렉션에 고스란히 담겼다.
“패션의 목적은 두 가지, 편안함과 사랑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가브리엘 샤넬은 몸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피부에 직접 닿는 패브릭을 선택할 때 특히 신중을 기했다. 피부와 소재 간의 긴밀한 관계에 집중했고, 이는 곧 니트웨어를 향한 사랑으로 이어졌다. 마치 일생의 사랑을 운명적으로 알아채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가브리엘 샤넬은 연인 보이 카펠의 옷장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개발하곤 했는데, 다양한 패브릭 중 니트 고유의 특성에 무척 감탄했다고 한다. 연인을 통해 처음 접한 니트웨어의 편안함은 무엇보다 실용성을 중시한 그녀를 매혹했다. 이를 계기로 당시만 해도 남성복에만 사용하던 니트를 여성복 영역으로 확장시켰고, 여성에게 부드럽고 편안하면서도 품위 있는 스타일을 선물했다. 니트는 몸을 감싸는 가장 자연스러운 천연 소재로 가볍고 유연하다. 또한 실의 굵기와 직조 방식에 따라, 그리고 면사, 실크, 캐시미어 등 섬유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현된다. 이 때문에 니트는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좋은 재료로서 샤넬을 정의하는 패션 코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하우스의 코드를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하는 버지니 비아르 역시 매 시즌 컬렉션 전반에 니트를 활용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전통적인 핸드 니팅 노하우를 전승하고, 그와 동시에 현대적인 기계 니팅을 바탕으로 공방의 기술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그녀는 2021/22 공방 컬렉션을 통해 자수와 장식이라는 환상적인 마법을 니트 위에 마음껏 펼쳤다. 허리를 강조한 재킷과 플레어 팬츠로 구성된 주얼 장식 미드나이트 블루 슈트가 대표적인 예. 주름 스커트와 매치한 블랙 카디건 위에 반짝이는 ‘몽텍스(Montex)’ 공방의 크리스털 자수 버튼, 트위드 효과를 준 미니스커트와 세트 톱의 포켓을 촘촘하게 수놓은 ‘르사주(Lesage)’ 공방의 비드와 체인, 크리스털 역시 인상적이다. 반짝이는 아플리케 장식과 독특한 질감이 느껴지는 틴셀 소재 더블 C 모티프, 그리고 멀티 컬러 홀로그램으로 입체감을 표현하는 등 진화한 공방의 기술력을 니트와 함께 환상적으로 버무렸다. 여성적인 매력을 환상적으로 발산하는 매개이자, 자연스러운 레이어드를 실현하는 근간인 니트웨어의 현대성을 가장 멋지게 재창조한 샤넬의 2021/22 공방 컬렉션. 이는 가브리엘 샤넬에 대한 경의이자 하우스의 미래를 견인할 포석인니트웨어를 향한 찬미다.
“니트 저지를 발견함으로써 나는 자유를 얻었고 새로운 실루엣을 창조했다.” – 가브리엘 샤넬
르 트랑 블루 1924년 장 콕토, 파블로 피카소 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전설적인 발레단 ‘발레 뤼스(Ballets Russes)’의 초연 의상 디자인을 맡은 가브리엘 샤넬이 선택한 소재는 니트였다. 스트라이프 탱크톱과 반바지 세트, 긴 양말 등은 무용수의 유연한 움직임에 적합했으며, 발레의 테마를 완벽히 표현했다.
제2의 피부, 실버 자연스러운 드레이프를 활용한 메탈릭 니트웨어. 섬세하면서 가벼워 몸에 부드럽게 밀착되는 것이 특징. 반짝이는 실버 니트는 관능적이면서 가벼워 레이어링에도 적합하다. 짧은 틴셀 캐미솔 톱과 가슴에서 묶어 고정하는 오픈 베스트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카디건 고급스러운 버튼과 트림 장식을 더한 카디건부터 펑크 무드로 풀어낸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오픈 위브 니트 카디건에 이르기까지, 카디건은 샤넬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완성하는 영원불멸의 아이콘이다.
샤넬과 배리 1903년 스코티시 보더스주의 도시 하윅에서 탄생한 ‘배리 니트웨어(Barrie Knitwear)’는 2012년, 샤넬 공방의 일원이 되었으며, 세계 최고의 캐시미어를 생산하고 있다. 30년 이상 샤넬의 캐시미어를 제작해온 배리는 이번 컬렉션을 위해 선명한 보랏빛 캐시미어 제품을 선보였다. 반짝이는 크리스털 버튼 장식의 카디건과 가슴 아래를 사각형의 실버 시퀸 밴드로 장식한 크롭트 스웨터가 바로 그 합작품이다.
스트라이프 패턴 버지니 비아르가 이번 시즌의 오프닝 룩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스트라이프 모티프다. 그중 페일 핑크, 화이트, 반짝이는 블랙 컬러 알파카 울로 만든 스트라이프 크루넥 스웨터는 샤넬의 주요한 시각적 코드인 스트라이프 패턴을 기리기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남성적인 요소를 관능적으로 표현한 그녀의 심미안이 다시 한번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 패션 에디터
- 김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