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페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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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3년 만, ‘서재페’가 마침내 다시 찾아왔다. 한동안 만날 수 없었던 내한 뮤지션들이 한국의 함성을 고대하고 있다. 음악과 사람과 하늘과 햇살이 함께하는 환상적인 시간을 기다리며, 쇼 머스트 고 온! 

판타스틱 14 

제14회 서울재즈페스티벌(이하 ‘서재페’)이 5월 27일부터 3일간, 올림픽공원 내 잔디마당을 무대로 열린다. 올해는 공원 내 여러 공연장을 돌아다니며 무대를 골라보는 방식으로 운영되진 않지만, 이런 축제의 시간을 다시 맞는다는 흥분과 설렘만으로도 충분하다. 다음은 2022년의 무대에서 관객을 맞이할 라인업, 총 14팀에 관한 친절한 안내서다. 

🗓 5.27 

핑크 스웨츠  #헤드라이너 #첫 내한 #R&B #한국 사랑 전소미의 ‘XOXO’와 뱀뱀의 ‘Slow Mo’ 작곡가이기도 한 그가 드디어 한국에 온다. 귀여운 비주얼과 힙한 이미지 뒤에 알고 보면 깊이 있는 R&B 음악이 기본으로 받쳐주는 뮤지션이다. 한국에서는 ‘At My Worst’, ‘Honesty’ 같은 곡이 사랑을 받았다. 특히 ‘Honesty’는 그의 첫 싱글이었고 미국에서도 100만 장이 팔린 곡이라 더 의미가 있다. 그가 한국에서만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땅에서는 ‘노는 물’이 더 크다. 저스틴 비버의 EP <Freedom>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최근 발표한 자신의 EP <Pink Moon>에서는 블랙(6lack), 블래스트, 사브리나 클라우디오까지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을 섭외했다. 그 역시 갈란티스부터 피앤비 락까지 다양한 이들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했고, 올해 서재페의 다른 헤드라이너인 혼네와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언제 더 커질지 모르는 아티스트이니, 이때 무대를 감상해두자. 

백예린 #전천후 아티스트 #레전드 무대 갱신 예감 발룬티어스부터 리메이크 앨범까지, 자신의 음악 세계를 착실하게 확장 중인 백예린은 서재페의 단골 아티스트다. 특히 2018 서재페에서 윤석철 트리오와 함께 만든 무대는 음악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됐는데, 당시 안토니오 카를루스 조빙의 ‘Waters of March’를 부르던 영상은 아직도 많은 이들이 즐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자신이 줄곧 해온 팝, R&B는 물론 재즈, 록, 하우스까지 워낙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며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혔다. 때문에 이번 서재페에서는 또 어떤 스타일의 무대를 만들어갈지 예측하기 어려우면서 기대되는 인물이다. 확실한 건 백예린이 자신의 진면모를 가장 탁월하게 발휘하는 곳이 바로 페스티벌 무대라는 점. 이미 유튜브에 수많은 영상으로 증거가 남아 있다. 그 영상들을 감상하다 보면 아득히 먼 기억처럼 느껴지지만, 그 기억이 곧 현실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조니 스팀슨 #소울풀 #BTS 추천 #스포티파이 월 청취자 150 한국에서 조니 스팀슨이라는 이름이 알려진 계기는 BTS 멤버들이 그의 노래를 커버하고 추천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는 미국은 물론 영국과 유럽 각지, 동남아 곳곳에서 차트에 오른 바 있다. 엘튼 존의 눈에 띄기도 한 아티스트다. 인디펜던트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색을 견고하게 다져온 것은 물론,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해온 이력을 살려 비주얼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느낌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블루 아이드 소울’이라는 말은 이제 즐겨 쓰이지 않는 표현이지만, 그의 음악은 충분히 소울풀하며 단순히 팝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따뜻한 매력이 있다. 스포티파이 월 청취자가 150만 명이나 된다는 점만으로도 어느 정도 신뢰가 간다. 여기에 패션 인플루언서인 부인의 서포트까지,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있는 준비는 다 되어 있다. 다만 머리 스타일과 수염 여부에 따라 이미지 ‘갭’이 크다. 

이담 #첫 내한 #담백한 어쿠스틱 #국내 팝차트 성과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2017년부터 꾸준히 음원을 발표했다. 2019년에 나온 EP <Stripped>의 수록곡 ‘12:45 (Stripped)’는 국내 멜론 팝차트 28위까지 올랐고, 무려 316일간 차트에 머물렀다. 팝 음악으로서는 보기 드문 성과. 그 성과는 국내외에서 그의 존재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 노래만으로 얻은 반응이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그의 음악은 대부분 어쿠스틱한 편성과 간결한 구성을 띤다. 사실 편성이랄 것도 없이 혼자 악기 하나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담의 ‘오가닉함’에 매력을 느낀 이들이 많은지, 수록곡을 담은 공식 유튜브 영상들은 조회수가 200만에서 700만으로 높은 편이다. 보통 곡 뒤에 ‘Stripped’라는 단어가 붙으면 이펙트나 전자 악기가 다 빠진 상태를 뜻한다. 심플한 구성의 곡이야말로 ‘떼창’할 때 더 감동적인 법. 

문차일드 #현시대의 재즈 #색소폰과 기타 #스티비 원더도 애정하는 트리오 누군가는 이들을 ‘얼터너티브 R&B 밴드’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이들을 ‘재즈 트리오’라고 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가장 ‘지금의 재즈’에 가까운 뮤지션을 꼽으라고 하면 그중 문차일드는 꼭 들어갈 것이다. 한마디로 올해 서재페에서 필수로 무대를 봐야 하는 팀이다. 한때 LA에서 전자음악과 힙합을 기반으로 한 재즈의 재해석 흐름이 생겨났는데, 최근 시카고와 런던에서 그것을 더 확장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문차일드는 어느 한쪽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길을 걸었고, 그 결과 여러 매체와 기존 대가들의 사랑을 받는 팀이 되었다. LA를 기반으로 USC 손튼 음대에서 재즈를 공부하며 만난 세 사람에게 스티비 원더부터 질 스캇과 재지 제프 등이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최근 발매하고 투어 중인 앨범 <Starfruit>까지, 총 다섯 장의 정규앨범이 있다. 

🗓 5.28 

알렉 벤자민 #헤드라이너 #청량하면서도 서정적인 #코첼라 얼마 전 성황리에 마친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는 파란 하늘과 더없이 어울리는, 청량하면서도 나른한 팝 음악이 울려퍼졌다. 봄에서 여름을 지나는 시기와 딱 맞아떨어지는 음악. 수많은 관객의 표정을 행복하게 만든 알렉 벤자민의 당시 공연 중 ‘Devil Doesnt Bargin’의 영상이 코첼라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있으니 감상해보길 권한다. 불안 장애와 강박증을 어느 정도 이겨낸 듯한 최근 앨범 <(Un)Commentary>를 들어보면 특유의 서정적인 면모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은 여전하면서도 어른이 되어가는 듯한 모습까지 엿볼 수 있다. 신보가 나왔지만, 그의 최근 공연 세트 리스트를 보면 다행히 과거 히트곡도 여전히 부른다. 200만 장 판매라는 좋은 성적과 함께 그에게 인지도를 가져다준 노래 ‘Let Me Down Slowly’를 비롯해 풋풋함이 느껴지는 곡도 라이브 공연에서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바다 건너에서 열린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을 스트리밍으로 감상하며 부러워한 사람이라면 다가올 서재페에 대한 기대도 남다르지 않을까? 

호세 제임스 #재즈 보컬 #빌 위더스 헌정 #Lean On Me 2000년대 후반부터 재즈와 힙합을 블렌딩하여 선보였고, 힙합의 시대에 탄생한 재즈 보컬이라는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뉴에라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노래하던 이 재즈 보컬은 2014년 <While You Were Sleeping> 앨범에서 재즈 퓨전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재즈와 록 음악의 결합을 시도하더니, 2015년 <Yesterday I Had the Blues: The Music of Billie Holiday>에서는 진지한 자세로 오직 재즈에 집중하기도 했다. 2018년 발표한 앨범 <Lean On Me>의 앨범 타이틀은 ‘Aint No Sunshine’이라는 명곡을 남긴 빌 위더스의 또 다른 명곡 제목이기도 하다. ‘헌정’이라는 의미에 충실한, 빌 위더스 커버 앨범이었다. 빌 위더스는 블루스, R&B, 훵크를 아우르는 싱어송라이터이지만, 호세 제임스는 몇 년에 걸쳐 진지하게 재즈로 헌정하는 자세를 보여줬다. 이번 무대에서도 빌 위더스의 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니, 예습을 한다면 <Lean On Me> 앨범만큼은 꼭 들어보고 갈 것. 

악뮤 #서재페 데뷔 #스펙트럼의 끝과 끝 #히트곡 부자 악뮤는 서재페와 아주 잘 어울리는 팀인데, 이번이 서재페에 서는 첫 무대다. 2020년 라인업에 오른 적 있지만 당시 코로나19로 페스티벌이 취소된 탓이다. 악뮤의 음악 중에는 ‘ReBye’나 ‘200%’ 등 재즈를 연상케 하는 곡들이 꽤 있다. 여기에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부터 피처링으로 참여한 ‘불협화음’까지, 이 팀은 스펙트럼의 끝과 끝을 모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대를 어떤 식으로 구성할지 호기심이 앞선다. 악뮤를 페스티벌에서, 또 무대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오랜만인 만큼 적어도 그 공연 시간을 말 그대로 그들만의 것으로 만들어 선보일 수 있는 팀이다. 히트곡이 많고, 라이브 실력은 애당초 입증된 악뮤이기 때문에 그들이 생산하는 건 ‘기대’뿐. 

고상지 with 홍진호, 조민규 #재즈와 탱고와 클래식이 만나면 #페스티벌 속의 특별한 감상 경험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반도네온 연주자인, 그리고 서재페의 익숙한 얼굴이기도 한 고상지가 이번에는 2019년 <슈퍼밴드> 우승팀이기도 한 호피폴라의 첼리스트 홍진호, 포레스텔라의 테너 조민규와 함께 무대를 꾸린다. 탱고와 클래식이라고 생각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세 사람 모두 각종 경연 프로그램과 다수의 공연 등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곡을 선보인 만큼, 좋은 곡을 다양하게 연주할 거라 기대해도 좋다. 음악에서 클래식과 재즈, 탱고가 결합되는 형태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이후 탱고 음악은 클래식이나 재즈와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특히 첼로는 탱고에 있어 존재감이 큰 악기로, 반도네온과 첼로의 이중주만으로도 충분히 탱고 특유의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여기에 재즈의 자유로움과 유연함까지 더한다면? 관객은 좀 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련된 고품격의 음악을, 실내 홀이 아닌 페스티벌 분위기 속에서 감상한다는 것부터 특별하다. 

🗓 5.29 

혼네 #헤드라이너 #감성 일렉트로닉 #한국 사랑 혼네는 유독 한국에서만 사랑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팀 이름의 유래가 된 일본을 비롯해 자국인 영국에서도 음악으로 인정받는 편이다. 프로듀서로서 이지 비주(Izzy Bizu), SG 루이스 같은 이들에게 곡을 써주기도 했고, 일렉트로닉 듀오로서 켈라니, 이어스 앤 이어스와 같은 뮤지션에게 오피셜 리믹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래도 좀 더 마음이 향하는 쪽은 역시 그들만의 음악. R&B 소울에 가까운 보컬과 전자음악이 만나 완성되는 팝 음악 특유의 감성은 이제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발매한 정규앨범에는 샘 스미스, 알로 팍스, 칼리드, 니키 등 뛰어난 음악가들이 곳곳에 손길을 보탰으니, 미리 감상하고 무대를 만나보자. 혼네의 음악적인 면은 은근히 과소 평가되는 측면이 있어, 현장에서 더 집중해서 느껴볼 만하다. 

에픽하이 #북미에서도 입증한 한국 힙합 #히트곡 부자 성공적으로 북미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에픽하이가 5월 중 앙코르 콘서트를 하고 그 열기를 서재페로 이어간다. BTS의 한국어, 제이 발빈의 스페인어, 모네스킨의 이탈리아어 곡 등이 빌보드 차트 상위를 차지하는 점을 봐도 그렇고, 이제 북미에는 언어와 상관없이 음악을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런 흐름을 타고 에픽하이 역시 단독 콘서트뿐만 아니라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물론 영어에 유창한 타블로가 관객과 소통하며 무대를 끌어간다는 요인도 있지만, 한국어 랩을 통해서도 충분히 관객과 함께 즐기는 무대를 북미에서 만들 수 있다고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게 즐거웠는데 한국에서는 오죽할까. 이미 수많은 공연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한 에픽하이는 세월이 흐르면서 여유까지 갖췄다. 

프렙 #시티팝 #돋보이는 라이브 연주 #한국 사랑 #예사롭지 않은 이력 ‘프렙 한국 살지 않아?’라는 농담이 돌 만큼 한국 뮤지션들과의 협업과 단독 내한 경험도 있는 프렙. 팀의 주축은 오페라부터 시티팝까지 그 영역을 가리지 않고 곡을 써온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르웰른으로, 디제이이자 드러머인 기욤, 여러 음악가에게 곡을 써준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인 댄, 작곡가이자 솔로 뮤지션으로 탄탄한 커리어를 지닌 톰 등 네 명으로 구성된 밴드다. 그 정체성을 간단히 축약한 멤버들의 면면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이 그저 그런, 가벼운 시티팝을 선보이는 밴드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독특한 이력은 물론 멤버들의 서로 다른 음악적 성격이 어우러져 훌륭한 시티팝을 완성해가고 있다. 그 증거는 프렙의 음악에도 있지만, 라이브 공연에도 있다. 서재페 무대 감상 시 팁. 프렙의 음악이 만드는 분위기도 좋지만, 멤버들이 이뤄내는 연주에 섬세하게 집중해볼 것. 

피터 신코티 #첫 내한 #올림픽공원이 뉴욕의 재즈 클럽으로 바뀌는 순간 #재즈 피아노 열여덟 살에 빌보드 재즈 차트 최연소 1위.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피아노 컴피티션에서 우승. 그리고 백악관에서 공연한 이력까지. 1983년생으로, 20대에 접어들 무렵 이미 완성형 재즈 피아니스트로 평가를 받은 피터 신코티는 이후 싱어송라이터로 커리어를 쌓았다. 그 과정에서 탄탄한 재즈 음악을 기반으로 록, 훵크에 댄서블한 음악까지 섞어내며 자신만의 팝 음악을 구축했다. 여기에 뮤지컬 제작부터 영화 음악까지 섭렵하며 아낌없이 재능을 펼치는 중이다. 물론 피터 신코티의 중심에는 늘 재즈가 있다. 여전히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대형 공연부터 클럽 공연까지 가리지 않고 한다. 참고로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뉴욕의 재즈 클럽에서 공연을 해왔다. 재즈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자기 고향에서 어릴 때부터 몸으로 재즈를 익혀온 그의 플레이에 의심할 여지는 없다. 

선우정아 #재즈에 강한 #재즈 말고도 여러 장르에 다 강한 최근 성공적으로 단독 공연 <Festival SWJA : Burst it all>을 마친 선우정아는 K팝부터 록까지 다채로운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줬고, 그것을 공연 하나에 녹여낼 줄도 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는 ‘재즈 박스’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서 좋은 온택트 공연을 선보였다. ‘선우정아’라고 할 때 기대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만이 들려줄 수 있는 재즈다. 재즈라고 해서 다 비슷한 곡만 있는 것도 아니다. 스탠더드부터 자신의 곡까지 모두 재즈로 표현할 줄 아는 데다 변화무쌍한 선우정아라면, 과연 서재페 무대를 어떤 식으로 채울지 기대된다. 당연히 재즈뿐 아니라 선우정아만의 팝 음악과 강한 느낌의 곡도 보유했으니, 더욱 예측하기 어렵다. 어떤 곡을 부르든지 특유의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글ㅣ블럭(대중음악 평론가) 

분홍의 나라로 

일명 ‘핑크 형’. 미국의 R&B 뮤지션 핑크 스웨츠는 2018년 데뷔 EP <Volume 1>의 수록곡 ‘Honesty’로 단숨에 미국 스포티파이 바이럴 차트에 입성해 세계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꿀이라도 바른 듯 달달한 목소리, 사랑의 찰나를 포착하는 섬세한 송라이팅으로 점철된 그만의 분홍빛 세계가 곧 서울에서도 펼쳐진다. 

<W Korea> 평소 핑크색 스웨트팬츠를 즐겨 입어 이름을 ‘Pink Sweat$’라 지었다 들었다. 그나저나, 총 몇 벌의 핑크색 스웨트팬츠를 갖고 있나?
핑크 스웨츠 모두의 예상과 달리 다섯 벌밖에 없다(웃음). 열 벌 정도 갖고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주다 보니.

서울재즈페스티벌 첫째 날 무대에 헤드라이너로 선다. 첫 내한이다 보니 관객의 성향을 예측하기 힘들 것 같다. 아무래도 세트리스트 구성이 가장 신경 쓰일 듯한데, 미리 힌트를 줄 수 있나?
우선 정말 기대된다! 여태 주로 미국 관객들 앞에서만 공연해왔으니까. 생애 첫 방문인 만큼 한국 팬을 직접 만날 수 있어서 설렌다. 세트리스트도 한창 고민 중인데, 한국 팬들이 나의 어떤 곡을 특히 아끼는지 통계 데이터를 갖고 있다. 우선은 이걸 꼼꼼히 살펴보면서 최고의 공연이 될 수 있도록 곡 구성을 고민하고 있다.

BTS 정국이 커버해 화제가 된 ‘At My Worst’는 2020년 발매와 동시에 한국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에 랭크된 곡이다. 이것도 당연히 세트리스트에 포함되겠지?
글쎄?(웃음) ‘At My Worst’는 무조건적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이다. 연인 사이 관계가 아름답고 행복할 때만 나타나는 사랑이 아니라 서로가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통과하고 있을 때, 즉 사람이 사랑을 가장 필요로 할 때 건네는 사랑을 얘기한 곡이다. 한국 팬들은 미국보다 사랑 노래에 훨씬 열려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곡을 특히 아껴주나 싶은데, 이번 공연에서 들려드릴 수 있을지는 비밀에 부치고 싶다(웃음).

올 초 EP <Pink Moon>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에 대해 “지난 앨범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사랑에 접근했다”고 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사랑의 의미를 인간 사이 모든 육체적, 정신적 조우의 범위로 확장하고 싶었다. 그게 춤이든, 육체적 관계이든, 감정적 교류이든 간에 사랑의 다층적 측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앨범이다. 그래서 첫 곡인 ‘Pink Moon’에 이런 가사도 등장한다. “우린 사랑을 나눴죠. 낭만적이었죠. 하지만 이건 뻔하디뻔한, 흔한 사랑은 아니에요.”

2019년엔 한국의 크러쉬와 함께 ‘I Wanna Be Yours’를 발매했다. 어떤 계기로 함께 작업하게 됐나?
크러쉬와의 협업은 아주 현대적 방법으로 성사됐다. 바로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인스타그램으로 서로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소개하고, DM에 서로를 향한 존경심을 꾹꾹 눌러 담아 표현하면서 협업이 이뤄졌다. 곡 작업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꼭 펜팔처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새 친구를 사귀는 듯한 기분이었달까.

한편 2020년 세븐틴의 조슈아, 도겸과 함께 작업한 ‘17’을 공개하기도 했다. K팝 뮤지션과의 협업이 잦은데, K팝의 어떤 점이 당신을 매혹시키는가?
나를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은 K팝의 요소는 단연, 아이돌 그룹이 보여주는 단합력이다. 모든 멤버가 합을 맞춰 완벽한 대형을 이루며 춤을 출 때 엄청난 미적 만족감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그것이야말로 가장 높은 수준의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악기를 다룬다고 들었다. 뮤지션에게는 저마다 유독 말을 걸어오는 악기가 있다던데,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
드럼만큼 열정적인 악기가 있나 싶다. 여러 가지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분출구가 되니까.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연주하면서 악기가 내는 제각각의 진동으로 내 모든 감정을 표현하게 되는 것 같다. 드럼을 칠 때만큼은 내 삶의 통제권을 온전히 내가 쥐고 있다는 느낌이 든달까. 드럼이 곧 세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 느낌을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유년 시절 가장 즐겨 들은 음악은 무엇인가?
거의 모든 종류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록, 클래식, 재즈를 넘나들며 음악을 펼치는 뮤지션 타이 트리벳부터 힙합 면에서 큰 영향을 받은 커크 프랭클린, 전통과 현대를 교묘히 믹스해 가스펠 음악을 펼치는 헤즈콰이 워커까지. 매우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자랐지만, 아버지가 목사이셨기 때문에 특히 가스펠 음악을 자주 들었다. 그래서 알았지. 가스펠의 다양성이 엄청나다는 것을!

당신을 마이크 앞으로 서게 만드는 순간들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
요즘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딱히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저 자신이 예술가이기를 원할 뿐이지.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어떤 예술가는 자기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거나 세상에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려 애쓴다. 그리고 나 또한 세상을 향해 무언가를 말하고자 할 때면 어김없이 마이크 앞에 서게 되는 것 같다.

당신을 충만하게 만드는 시간은 언제인가?
내가 받은 것을 돌려줄 때. 사소하게 마트에서 다른 사람의 몫까지 계산해주거나, 어려운 환경의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때.

서울재즈페스티벌이 끝나고 서울에서 휴식을 보낼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한국식 바비큐를 먹고 싶다! 한국 뮤지션도 몇 명 만나서 함께 서울 구경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고. 그리고 무엇보다 팬들을 만나고 싶다.

항해하는 음악 

‘마리나 팝(Marina Pop)’. 영국 출신의 4인조 밴드 프렙은 자신들의 음악을 이같이 정의한다. 데뷔 EP <Futures>의 타이틀이자 이들의 대표곡 ‘Cheapest Flight’을 들으면, 다소 아리송한 마리나 팝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질적인 배음, 듣는 이를 현실에서 벗어나 멀리 항해하게 만드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프렙의 항해하는 음악이, 또 한 번 서울에 정박할 예정이다. 

<W Korea> 2017년 상수동에 위치한 클럽 모데시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가졌다. 당시 10분 만에 티켓이 매진되기도 했지? 한국 관객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프렙 너무 신나는 공연이었다. 당시 내한 공연은 첫 아시아 투어의 일환이었던지라 무슨 기대를 해야 할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공연 전, 런던이라는 좁은 울타리 속에 머물러 있던 중 한국에서 열린 어느 페스티벌에서 ‘Cheapest Flight’ 떼창 영상을 볼 기회가 있었다. 당최 멀리 한국 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 (웃음). 그러던 와중 서울에서 공연하게 돼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관객의 열기가 대단했다. 또 모두가 멋진 옷을 입고 있었고!

올해 여름 새로운 EP가 발매된다. 지난 4월엔 ‘Speaking Silence’가 싱글 컷으로 앞서 발매됐다. 곡은 ‘폭풍이 지난 뒤의 고요함’을 말한다. 무엇에서 출발한 곡이었나?
우리 모두가 최근 몇 년간 집에 틀어박혀 지내며 연인, 가족 간 서로가 감당이 안 되는 순간을 경험했을 거다. 이런 식으로 삶에 불안감이 지속될 때 감정이 훨씬 격앙되고 잘 드러나는 것 같다. ‘Speaking Silence’는 이런 시기에 서로 간의 관계가 얼마나 위태로워지는지를 이야기한 곡이다. EP 앨범의 다른 곡은 이보다 좀 더 가벼운 분위기지만, 모두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말한다. 서로 교류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과 그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한다.

일본의 시티팝 음반이 떠오르기도 하는 아트워크가 인상적이다. 아트워크에서 이 같은 스타일을 일관되게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시티팝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네모이아(Anemoia)’라는 용어도 있지. 이러한 요소를 아트워크에 담고 싶었다. 또 아트워크를 가만 보면 사람이 결코 등장하지 않는다. 사람 하나 없는 단순한 거리의 풍경이 굉장히 암시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Snake Oil’과 ‘Cold Fire’는 서울을, ‘Don’t Bring Me Down’은 LA 한인타운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뮤직비디오에서 한국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유가 있나?
사실 전혀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뮤직비디오를 만들 계획조차 없었지만 서울에서 몇몇 감독들로부터 뮤직비디오 제작을 희망한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러면서 프로젝트가 자연스레 진행됐다. 그리고 ‘Don’t Bring Me Down’은 스페인 영화감독 투센 베넷과 함께한 작업이다. 그녀는 주로 LA에서 활동하는데, 음악을 듣고 새 분장을 한 인물에 대한 아이디어를 던졌고, 이를 LA의 한인타운에서 촬영하기를 원했다. 앞서 계획한 것이 아니라 말했지만 지금 말하면서 느낀 게 있다면, 맞다, 우리 뮤직비디오에서 한국의 존재가 크다(웃음).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껴질 때 야마시타 타츠로의 음악만큼 좋은 처방전은 없다”라고 말한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네 멤버에게 ‘처방전’이라 느껴지는 음악은 무엇인가?
블루 나일의 ‘Downtown Lights’(톰 해블록), 맥 드마르코의 ‘Another One’(기욤 잠벨), 피트락 앤 씨엘스무스의 ‘T.R.O.Y’(댄 래드클리프),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2악장(르웰른 압 밀딘).

음악 페스티벌을 즐기는 당신들만의 기막힌 방법이 있다면?
영국 페스티벌은 서울재즈페스티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영국의 경우 늘 혼돈과 진흙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팁을 주자면, 모든 걸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그리고 새로운 경험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즐길 것!

페스티벌이 끝나고 서울에서 휴식을 보낼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K-바비큐를 먹고 싶다. 어디든 겉옷을 비닐백에 넣고 식사해야 하는 식당은 늘 성공적이었다(웃음). 예전에 새소년과 함께 방문한, 1980년대 록 영상을 보며 떼창을 할 수 있던 클럽도 즐거웠다.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또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지난번 서울에서 스노보드를 타려고 지하철로 2시간 정도 갔는데 반대 방향으로 타는 바람에 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교외에 도착한 적이 있다(웃음). 언젠가는 제대로 찾아가고 싶다.

그런데 멤버들 전부 소주 좋아하나? ‘Cold Fire’ 가사에 소주가 등장해 깜짝 놀랐다. 그리고 소주에 얼음을 타 마신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웃음). 
물론! 멤버 전부 K-바비큐 집에서 마신 소주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소주엔 얼음을 타 마시는 게 아니라고 말해줘서, 우리의 잘못을 아주 금방 깨닫게 됐다. 걱정 마라. 이제는 얼음과 마시는 나쁜 습관을 바로잡았다. 절대 얼음 금지!(웃음)

나의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 

1994년생, 미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알렉 벤자민을 수식하는 말이 있다. ‘차세대 스토리텔러’. 잔잔한 포크팝 사운드 위, 중성적인 목소리로 읊조리는 노랫말은 듣는 이를 아주 구체적인 상상으로 이끈다.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노래에 담아내는 것은 그만의 전매특허. 타고난 이야기꾼, 알렉 벤자민이 3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W Korea> 곧 서울재즈페스티벌 이튿날인 5월 28일 헤드라이너로 선다. 2019년 첫 내한 이후 두 번째 공연인데, 올해 무대엔 어떤 기대를 품고 있나?
알렉 벤자민 지난번 한국에서 만난 팬들과 재회해 다시 한번 연결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대된다.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도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한국 사람들이었거든. 한국 팬들은 내가 여태껏 만난 관객 중 가장 뮤지션을 배려하고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한국의 관중 앞에서 다시 공연할 생각에 지금 무척 들떠 있다.

4월 9일부터 20개 도시를 순회하는 북미 투어를 진행 중이다. 투어 현장에서 보내는 가장 보통의 하루는 대개 어떤 식으로 흐르나?
요즘 투어 중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잠자기’인 것 같다(웃음). 장거리 이동이 정말 오랜만이기도 하고, 피로해지기 쉬운 일정이라 투어 생활에 다시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그래도 막상 무대에 오르면 피로가 싹 가신다! 투어 첫 무대에서 첫 곡을 불렀을 때, 관객과 나 사이의 긴장감이 일순 해소되는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올해 2월 두 번째 정규앨범 <(Un) Commentary>를 발매했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더욱 성숙해진 내면’. 앨범의 주요 키워드다. 팬데믹 기간 동안 만들어진 앨범이기 때문에, 이번 앨범은 팬데믹에 대한 당신의 직접적인 반응이라 읽힌다. 
맞다. 주제부터 구성 방식까지 팬데믹이 여러 방면에서 이 앨범에 영향을 끼쳤다. 음반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협업을 페이스타임과 줌으로 진행했는데, 굉장히 새롭고 생소한 경험이기도 했다. 팬데믹으로 온통 소란스러워진 세상을 말하지만, 그로 인한 내면의 불안을 직시하고 그것을 극복하자는 것이 앨범의 큰 줄기다. 이런 극복의 힘은, 아마도 이 모든 것의 끝에는 내가 전에 알던 삶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에서 비롯한 것 같다. 계속 참고 견디면 결국에는 서울 같은 곳에 돌아가 다시 공연할 수 있을 것임을 알았기에 희망을 놓지 않은 것 아닐까?

2020년 첫 정규앨범 <T he s e Two Windows>를 발매하던 무렵의 알렉 벤자민과 최근 <(Un)Commentary>를 발매한 알렉 벤자민은 같은 사람인가? 둘 사이 변화가 있다면, 그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확실히 같은 사람은 아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조차도 같은 사람이 아니니까. 그리고 그 차이는 내가 음악에서 탐구하는 가사의 주제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것 같고. 돌이키면 궁극적으로 내 안의 변화를 초래하는 건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거든. 실수도 했고, 많은 것을 배우기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내게 영향을 미쳤을 거다.

아주 구체적인 상상으로 이끄는 가사 속 스토리텔링이 당신 음악의 가장 큰 매력 같다. 평소 작사에 영향을 준 시인이나 소설가가 있나?
단연 ‘할렐루야’를 쓴 가수이자 시인 레너드 코언!

‘Boy in the bubble,’ ‘Must Have Been the Wind’ 등을 통해선 학교폭력, 가정폭력을 말하며 그로 인해 고통받았을 이들에게 담담하고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한편 당신이 살며 가장 많은 위로를 얻은 곡이 있다면?
너무 많다. 굳이 한 개를 꼽자면 존 메이어의 ‘Stop This Train’. 나이가 들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담긴 곡이다.

음악 페스티벌을 즐기는 당신만의 기막힌 방법이 있다면?
한 팀만 골라서 그들에게 전적으로 집중하는 걸 좋아한다. 그 한 팀을 내 페스티벌 경험의 꽃으로 삼는 것이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보려고 하면 지친다(웃음).

에디터 | 전여울

서재페 이모저모 

2019년 이후 재개되는 서재페를 앞두고, 가장 최근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지난 몇 년간 있었던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돌아본다. 서재페를 둘러싼 ‘그것이 알고 싶다’. 

티켓 예매 전쟁
올해 서재페 티켓 예매는 4월 26일 선예매, 27일 일반 예매 형식으로 오픈했다. 남들보다 하루 일찍 예매에 나설 수 있었던 대상은 지난 2020년 티켓을 구매했다가 행사가 취소되며 비용을 환불받은 사람들. 평균 5만 명이 입장하던 서재페는 올해 방역 지침으로 규모가 줄어 최대 3만 명만 수용할 수 있고, 일반 예매는 2분 만에 솔드아웃됐다. 공연 기획사 직원들의 근심은 그 이후 생겼다. 웃돈을 얹어 티켓을 양도하는 경우가 등장한 것. 구매에 성공한 사람 중 일부가 원래 티켓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자기 티켓을 되파는 일이 있었다. 인기 있는 공연을 둘러싸고 주최 측이 ‘암표와의 전쟁’을 벌이는 사례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벌어진다. 문제는 암표가 거래되는 걸 막기 위해 강경한 방침을 세워놓으면, 피해를 보거나 불리한 상황에 처하는 또 다른 사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동안 기획사 직원들은 종일 문의 전화를 받거나,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입장해야 하는 예비 관객이 난감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코시국’의 뮤직 페스티벌이란
지난 2년 동안 뮤지컬, 클래식, 연극 공연계는 그래도 좌석 거리두기 방침을 지키는 선에서 공연장 문을 열 수 있었지만, 대중음악 공연은 ‘집합, 모임, 행사’의 하나로 구분되어 기약 없는 세월을 보냈다. 올 3월까지만 해도 서재페는 올림픽공원 내 공연장 중 메인 무대라 할 수 있는 잔디마당에서 ‘돗자리 지정 좌석제’로 운영될 운명이었다. 상황이 나아지면서 예년처럼 무대와 근접한 스탠딩 존도 부활했고, 관객은 지정 좌석 제한 없이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여느 국내 뮤직 페스티벌과 달리 내한 뮤지션이 상당수 출연하는 서재페인 만큼, 관건은 해외 아티스트와 관련한 문제였다. 언제 공연이 재개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들에게 마냥 기다려달라 할 수도 없는 일. 재즈 거장 중에는 노장 아티스트가 많다. 팬데믹이 완전히 막을 내리지는 않은 이때, 그들이 바다를 왕복하는 과정에서 생길 혹시 모를 위험도 고려해야 했다. 그 모든 복잡다단한 사정과 일정을 취합하고 아티스트들의 뜻을 모은 결과가 바로 올해의 라인업이다. 2022 서재페를 찾아 한국에 오는 아티스트 중 다수는 ‘더 이상은 못 참겠다! 격리 기간이 있더라도 꼭 한국에 가서 공연하고 싶다!’고 뜻을 밝힌 이들이다.

역대 서재페 최다 출연자는?
제1회 서재페는 2007년 5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후 몇 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혹은 올림픽공원과 양 공간에서 병행되다가 제6회 때부터 올림픽공원으로 터를 옮겼다. 아티스트 수가 많을 때는 한 해에 약 50팀이 무대에 서기도 했다. 서재페의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은 출연자는 일곱 번 서재페를 찾은 바우터 하멜, 그리고 역시 일곱 번의 고상지다. 바우터 하멜의 경우 서재페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던 시절부터 공연한 인물. 두 번째로 서재페 무대에 자주 선 출연자는 선우정아와 에픽하이. 제14회인 올해까지 치면, 이들은 모두 다섯 번째 서재페 무대에 선다. 데미안 라이스와 에릭 베네, 이하이도 세 번씩 서재페를 찾은 이력이 있다.

로린 힐의 손톱을 지켜라
2018년 5월 19일 밤을 기억하는가? 1999년 한 해에 그래미 트로피 다섯 개를 가져간 걸출한 래퍼이자 보컬리스트. 니키 미나즈가 ‘퀸’이라고 부르며 무릎 꿇고 절을 올리게 만드는 여자(그들의 첫 만남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에 존재한다), 푸지스의 로린 힐이 올림픽공원에 뜬 순간이다. 밤 9시경 로린 힐은 함성 속에서 꼼데가르송의 망가 프린트 드레스를 입은 채 무대에 등장했다. 개나리색 아이섀도와 철쭉색 블러셔가 조명을 받아 제법 먼 거리에서도 눈에 띄었다. 또 하나, 그녀가 손으로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반짝거리던 손가락을 기억하는 팬이 있을까? 로린 힐이 서재페 기획사 측에 요구한 것들 중 기획사 직원들을 잠시 난감하게 만든 게 있었으니, 바로 ‘출장 네일 아트’. 어떤 취향의 고객일지 감도 잡히지 않는 외국인 셀럽을 위해 호텔에 와서 네일 아트 시술을 해줄 자,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러나 까다로운 셀럽들과 자주 얽히는 직업 종사자들의 주변에는 신기하게도 해답을 지닌 구원자가 꼭 존재한다. 기획사 실장의 ‘올케’가 마침 네일 아트 숍 운영자였다. ‘뭘 원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구원자는 다양한 컬러의 매니큐어부터 글리터, 스톤 큐빅, 홀로그램 스티커 등등 손톱 위에 붙일 온갖 종류의 파츠를 챙겨 출장 길에 올랐다. 그래서 K-네일 아트의 창의력을 뽐낼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냐 하면, 물론 아니다. 시술 일자는 공연 당일. <쇼미더머니>를 즐겨 보며 그전까지 로린 힐이 누군지도 몰랐던 네일 아티스트는, 메스를 든 외과의가 골든타임 내에 응급처치를 하는 심정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모든 게 급박했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고가의 파츠들을 객실에 남겨둔 채 퇴장하고 말았다는 것이 유일한 비극이다.

제시 제이로 말할 것 같으면
2018년 서재페 때는 로린 힐과 더불어 또 하나의 여제가 무대에 섰으니, 바로 제시 제이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있는 올림픽공원에서는 공연 시 준수해야 하는 소리의 데시벨이 있다. 그 데시벨을 지켰는데도, 성량이 남다른 제시 제이의 목소리는 뻗어가는 차원이 달랐다. “노래를 워낙 잘 부르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녀가 무대에 올라간 순간 뭔가가 확 터진 느낌이었어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관객들이 무대 앞으로 몰려들면서 집중도도 예사롭지 않았어요.” 공연이 지속되는 약 1시간 동안 소리 볼륨을 줄이라는 민원이 계속 들어왔고, 심상치 않던 민원 때문에 음향 콘솔 옆에 계속 붙어 있던 공연 관계자는 제시 제이의 성량과 목소리에 전율을 느꼈다.

누군지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이제는 연예 기사들에서 사라진, 추억의 이니셜 놀이. 첫째, 어느 해 같은 날 서재페 공연을 앞두고 있었던 팝 뮤지션 A양과 B군의 투어 매니저들은 투숙할 호텔의 환경과 공연장에서의 동선 문제에 유독 예민하게 굴었다. 대기실에서 무대 사이의 길까지 꼼꼼히 체크하던 그들은 결국 입을 모아 ‘A와 B가 절대로, 절대로 마주치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는 특명을 서재페 측에 전했다. 알고 보니 두 아티스트가 사귀다 얼마 전 헤어진 사이였던 것. 공연 기획사 직원이라면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당연히 그들의 컨디션까지 신경 써야 하지만, 관계자들이 대규모 페스티벌이 열리는 동안 에너지를 쏟아야 할 101가지를 두고 남녀 아티스트의 ‘상봉’을 온몸으로 막느라 진땀 뺀 경우는 흔치 않다.
둘째, 팝에 관심 없는 한국인도 들으면 알 만한 히트곡이 있는 싱어송라이터 C.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투어하는 스타다. 다른 나라에서는 시간이 없었던 걸까? C는 투어하는 동안 쌓인 빨랫감과 함께 서울에 왔다. 그 빨랫감은 기획사 관계자 및 통역사들에게 투척되었으니…. 서정적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는 팝스타의 옷가지를 들고 셀프 빨래방을 찾은 기억이 아직도 몇몇 이들에겐 생생하다.
셋째, 역시 팝스타인 D는 섭외 단계 때부터 ‘한국 투어를 시켜주지 않으면 공연을 안 하겠다’고 할 정도로 관광에 진심이었다. 문제는 공사다망한 내한 스타들이 아시아 국가에서 단 하루만 머물고 떠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 기획사 직원들은 D가 공연 전 몇 시간 동안 서울을 촘촘히 둘러볼 수 있도록 버스 투어 일정을 마련했다. 서울을 즐기던 그가 공연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직원들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클럽의 왕자’ 로 불리는 그답게 공연을 너무 멋지게 해내서 화가 다 풀렸다는 후문.

디테일하게 진화한 라이더
내한 가수들이 공연 기획사 측에 전달하는 ‘내한 및 공연과 관련한 요구사항’을 담은 목록을 라이더라고 한다. 아티스트에게 낯설 수 있는 도시와 공간에서, 아티스트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공연하기 위해 필요한 크고 작은 조건이 거기 정리돼 있는 셈이다. 그냥 와인과 물을 준비해달라는 이가 있는가 하면, 구체적인 브랜드를 명시해놓은 경우가 있는 식. 공연 기획사인 프라이빗 커브는 서재페뿐 아니라 슬라슬라 페스티벌을 비롯해 수많은 단독 공연을 유치해왔다. 관계자들은 해외 투어가 늘고 내한 공연도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아티스트들의 라이더가 전반적으로 세세해졌다고 느낀다. “여자 아티스트는 숙소에 머무는 동안 피울 향초나 향수를 원하는 경우가 늘었어요. 물론 대개 고가의 브랜드에서 나오는 제품을 원하고요. 특정한 약을 준비해놔야 할 때도 있어요. 외국에서는 건강 보조제 정도에 속하지만 국내에서는 약으로 분류되는 제품이면 남대문 시장을 뒤지기도 하죠. 음식의 경우 이젠 ‘글루텐 프리’, 비건 메뉴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으니 한결 수월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태원 식당을 뒤지거나 출장 요리사를 불러야 했어요. 한국의 배달 문화, 쿠팡, 아이허브 같은 게 있어서 다행이에요.” 한 기획사 직원의 설명이다.

에디터 | 권은경

글로벌 뮤직 페스티벌 

빼앗긴 2년을 되찾기라도 하려는 듯, 전 세계 곳곳에서 ‘규모’로 압도하는 초대형 뮤직 페스티벌이 속속 열린다. 지금 당장 비행기 티켓을 끊고 싶게 만드는 글로벌 뮤직 페스티벌 9. 

프리마베라 사운드Primavera Sound
6월 2일~12일ㅣ스페인 바르셀로나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프리마베라 사운드의 라인업을 보자면, 한마디로 이 갈고 작정했다는 인상이 스친다. 작년과 재작년 팬데믹으로 아쉽게 개최 취소를 알려야 했던 축제가 장장 11일에 걸친 기간, 400명이 넘는 참가 뮤지션으로 돌아왔다.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해안 공원 ‘파크 델 포럼’이 개최지. 6월 2일부터 4일, 9일부터 11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열리며 페스티벌을 쉬어 가는 5일부터 8일까지는 위성 페스티벌 형식으로 클럽 ‘Red58’, ‘Sala Vol’ 등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베뉴 13곳에서 150개가 넘는 공연이 개최된다.

Artists 고릴라즈, 두아 리파, 매시브 어택,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테임 임팔라 등
For 진흙탕에서 뒹굴어야 하는 페스티벌에 도무지 익숙하지 않은 이들. 프리마베라는 도심형 페스티벌이다.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6월 22일~26일ㅣ영국 서머싯

53년 역사의 글래스톤베리는 전 세계 페스티벌 고어들의 순례지일 거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음악 공연을 비롯해 춤, 연극, 서커스 등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나는데, 그리하여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글래스톤베리에서 제일 멍청한 사람은 메인 무대인 ‘피라미드’ 앞에서 헤드라이너의 공연을 보려고 목 빼고 앉은 사람이다.’ 약 100만 평, 축구장 500개 크기의 페스티벌 부지는 마임, 거리예술극 같은 공연이 열리는
‘Theatre & Circus’ 등 다양한 존으로 나뉘는데 글래스톤베리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이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다 끝내 이렇게 말한다. ‘확신이 안 선다면 그냥 방황하시라···’

Artists 폴 매카트니, 켄드릭 라마, 다이애나 로스, 빌리 아일리시 등
For 열성적인 캠퍼. 페스티벌 일대가 전부 농지다. 글래스톤베리에서 캠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Montreux Jazz Festival
7월 1일~16일ㅣ스위스 몽트뢰

매년 7월 초면 레만 호수를 낀 호반 도시 몽트뢰의 거리는 재즈 선율로 가득하게 된다. 1967년 시작해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의 막이 오르기 때문이다. 장장 16일에 걸쳐 250개에 달하는 무료 공연이 매일 자정 너머 새벽까지 이어지는데, 페스티벌의 꽃은 단연 공식 스테이지인 ‘오디토리움 스트라빈스키’와 ‘몽트뢰 재즈 랩’에서 펼쳐지는 공연들. 두 곳에선 참가 뮤지션별 유료 공연이 열리는데, 올해는 뷔욕과 신포니에타 드 로잔 오케스트라가 함께 펼치는 공연이 145~600프랑으로 가장 높은 티켓값에 등극했다.

Artists 뷔욕, 다이애나 로스, 닉 케이브 & 더 배드 시즈, 로버트 플랜트 & 앨리슨 크라우스 등
For 재즈 애호가, 평소 공연을 즐길 때 좌석이 ‘스위트 스폿’인지 아닌지를 따지며 음향에 진심인 사람.

엑시트 페스티벌Exit Festival
7월 8일~10일ㅣ세르비아 노비사드

‘세르비아의 아테네’라 불리는 세르비아 제2의 도시, 노비사드에서 열린다. 엑시트 페스티벌의 설립은 세르비아의 민주화 역사와 맞물린다. 2000년 학생 주도의 민주화 운동 일환으로 시작한 축제는, 현재까지 ‘음악으로 사회 변화를 달성한다’는 모토로 ‘저항’이라는 페스티벌 아이덴티티를 유지해왔다. 청소년 복지, 환경 보호 등의 활동을 목적으로 설립한 ‘엑시트 재단’ 등을 운영하며 페스티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해 총 16개 스테이지에서 장르 불문의 공연이 펼쳐지는데 전자음악 전용 공연장인 ‘MTS 댄스 아레나’, 베이스 음악만을 위한 무대인 ‘X-베이스 피트’ 등 EDM 팬이 특히 반길 만한 무대가 많다.

Artists 캘빈 해리스, 아프로잭, 닉 케이브 & 더 배드 시즈, 이기 아잘레아 등
For 정치, 사회, 환경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액티비스트.

투모로우랜드 Tomorrowland
7월 15일~8월 1일ㅣ벨기에 붐

전 세계 EDM 팬들의 버킷리스트에서 결코 빠지는 법이 없는 페스티벌. UMF, EDC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EDM 페스티벌 중 하나로 꼽히며 매년 40만여 관중을 몰고 다닌다. 투모로우랜드가 ‘어른들을 위한 꿈의 놀이동산’이라 불리는 이유다. 해마다 페스티벌의 테마를 발표하고 그에 따라 스테이지를 단장하는데, 판타지 동화에나 나올 법한 과장되고 환각적인 무대 디자인으로 늘 화제를 모은다. 올해 테마는 ‘The Reflection of Love’. 총 14개 스테이지에서 700여 명의 아티스트가 무대를 꾸린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차로 30분 거리에서 펼쳐지며, 숙박 존인 ‘드림빌’ 상품을 구매하면 개막 하루 전 입장해 오프닝 파티를 즐길 수 있다.

Artists 마틴 게릭스, 디미트리 베가스 & 라이크 마이크, 아르민 판 뷔런, 파울 칼크브레너 등
For 클러버, 레이버, 파티고어!

롤라팔루자 Lollapalooza
7월 28일~31일ㅣ미국 시카고

얼터너티브 록이 꽃을 피우던 1990년대 초반, 밴드 ‘제인스 어딕션’의 프런트맨 페리 패럴이 개최하며 시작됐다. 페스티벌 초창기만 하더라도 얼터너티브 록, 헤비 메탈, 펑크 록 장르의 뮤지션들이 무대를 장악하고 관중석에선 과격하게 노는 슬래머로 가득했던, 그야말로 록 페스티벌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록’이란 페스티벌의 DNA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다양한 음악 장르를 아우르는 축제가 되었지만 올해 메탈리카, 그린 데이가 헤드라이너로 서며 옛 명성을 이어간다. 시카고의 초고층 빌딩숲 한가운데, 약 40만 평 규모의 ‘그랜트 파크’에서 열린다. 올해는 총 9개 스테이지에서 공연이 펼쳐지며, 뮤지션 150여 팀이 참여한다.

Artists 메탈리카, 그린 데이, 도자캣, 두아 리파, 머신 건 켈리 등
For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록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이들.

시게트 Sziget
8월 10일~15일ㅣ헝가리 부다페스트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의 오부다섬에서 열리는 ‘시게트’는 단순히 음악 페스티벌이라는 명칭으로 가두기엔 충분하지 않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총 60개 무대에서 하루 200여 가지 이벤트가 열리는데, 음악은 물론 영화, 현대무용, 아트, 서커스, 스탠딩 코미디, 드래그 쇼, 스포츠 등 그 장르가 폭넓어 차라리 ‘컬처 페스티벌’이라는 부제가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다뉴브강으로 둘러싸인 섬에서 열리는 만큼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음은 물론, 페스티벌 기간 내내 시게트 항구에서 출발해 바치아니 광장까지 운행하는 선상 파티도 열린다. 그리고 술꾼이라면 솔깃할 정보, 선상 파티에선 롱 드링크가 무제한 제공된다.

Artists 저스틴 비버, 악틱 몽키즈, 두아 리파, 테임 임팔라, 앨런 워커 등
For 서브 컬처에 열광하는 힙스터, 혹은 단지 음악과 술에 취하고 싶은 사람.

섬머 소닉 Summer Sonic
8월 20일~21일ㅣ일본 도쿄, 오사카

팬데믹 이전까진 매년 일본에서 열릴 두 록 페스티벌을 놓고 저울질한 기억이 있다. ‘섬머소닉이냐, 후지 록 페스티벌이냐’ 하는 기분 좋은 고민. 두 축제 모두 가까운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록 페스티벌이자, 둘의 라인업이 후발로 한국에서 열릴 록 페스티벌의 라인업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기에 국내 음악 팬들에게 익숙한 페스티벌이다.
라인업만 놓고 따졌을 때 올해의 승자는 섬머 소닉으로 보인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라인업을 공유하며 동시에 양일간 열린다. 올해 한국 뮤지션으로 씨엘, TXT가 출연한다.

Artists The 1975, 포스트 말론, 카사비안, 메건 더 스탤리언, 칼리 레이 젭슨 등
For 올해 8월 초 열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라인업에 큰 기대가 없는 사람.

리딩 앤 리즈 페스티벌 Reading and Leeds Festival
8월 26일~28일ㅣ영국 리딩, 리즈

록 마니아들에게 성지로 통하는 축제. 영국 남부 도시인 리딩, 북부 도시인 리즈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두 축제 중 1971년 시작한 리딩 페스티벌은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 축제로 알려졌는데,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얼터너티브 록, 펑크, 메탈이 주요 장르였다. 1992년 리딩 앤 리즈 페스티벌에선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무대에 환자복을 입은 채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는데, 이때 공연은 커트 코베인 생전 마지막 영국 공연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올해는 페스티벌과 전성기를 함께한 랩 메탈 밴드 RATM을 비롯해 107개 팀이 참여한다.

Artists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악틱 몽키즈, 메건 더 스탤리언, 할시 등
For 이따금 추억에 젖어 유튜브에 우드스탁, 글래스톤베리 등 옛 록 페스티벌의 라이브 무대를 검색해 찾아보는 사람.

에디터ㅣ전여울 

피처 에디터
권은경, 전여울
아트워크
허정은
사진
COURTESY OF WARNER MUSIC KOREA, UNIVERSAL MUSIC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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