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의 긴 터널을 지나 목놓아 기다린 지금, 이 순간. 페스티벌의 흥을 그대로 분출해줄 스타일 가이드.
데님 일지
웨스턴 룩과 캐주얼 룩을 동시에 섭렵할 수 있는 데님은 페스티벌 룩에서 빠질 수 없는 코드. 쉽고 편한 아이템일수록 자칫 평범하게 보일 수 있으니 아이템을 공들여 선택할 것. 비즈나 패치워크로 수놓은 슈트와 드레스, 팬츠로 멋을 낸 아이템을 고르거나 시스루 블라우스, 홀터넥 니트 등으로 드레시한 맛을 더하는 식이다. 늘 입던 평범한 데님의 새로운 표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심폐소생술
평범한 옷차림에 불어넣는 특급 처방전! 특이한 프레임의 선글라스와 눈에 띄는 커다란 주얼리, 두건과 마스크로도 연출 가능한 스카프, 여전히 유효한 글래디에이터 슈즈와 두 손이 자유로운 미니 크로스백과 힙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브라렛의 향연
브라렛 패션이 하이패션을 넘어 거리로 진출한 지금. 런웨이의 브라렛 패션을 참고해보는 건 어떨까. 90년대 세기말 트렌드를 소환한 가장 대표적인 스타일인 만큼 그 시대의 바이브를 그대로 이어가는 흐름이 중요하겠다. 코페르니, 이자벨 마랑, 페라가모, 미우미우에서 보여주었듯, 트레이닝 팬츠나 카고 스커트, 버뮤다 팬츠 등 그 어떤 아이템과 매치해도 좋지만 허리선이 배꼽 아래 느슨하게 내려가 있는 로라이즈 스타일에 열쇠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 것.
드레스 휘날리며
70년대 록 페스티벌 드레스코드의 중심에는 에스닉한 드레스가 자리했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사는 집시 여인에게는? 이국적인 프린트를 넘어 시스루와 레이스, 크로셰, 아일릿 등 현대적으로 가공한 여름 소재와 땅에 끌릴 정도로 길게 늘어뜨린 길이에 주목할 것. 앞섶을 배꼽까지 깊게 열어서 실루엣에 드라마를 더하는 게 핵심이다.
정원의 반란
매년 돌아오는 시즌 트렌드와 페스티벌 룩에 빠질 수 없는 보헤미안과 강렬한 히피 코드는 주춤한 가운데 도심의 세련미를 더한 꽃무늬 스타일이 이 시대에는 더 현대적으로 느껴질지 모른다. 실루엣이 풍성한 점프슈트나 Y2K 스타일을 반영한 타이트한 레깅스 스타일, 휴양지 스타일을 연상케 하는 실키한 셔츠와 글리터 팬츠가 안전하다는 뜻이다.
육지에서의 활보
표현력과 반응도는 물론이고 옷차림까지 소극적인 우리 민족은 땅 위에서 수영복을 입는 방식이 아직도 쑥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해외 페스티벌을 다녀본 사람들은 알 거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개성과 에너지에 집중하는 이들을 보는 것 역시 축제의 즐거움이라는 걸. 조금 더 과감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면 수영복이야말로 최상의 아이템이다. 우리네 정서에 맞게 수영복 위에 커버업 아이템을 두르거나 팬츠 위에 덧입거나, 카디건이나 니트웨어로 노출의 강약을 조절해보도록.
흔들어주세요
뛰고, 춤추고, 흔들고···. 역동적인 몸짓이 많은 축제 현장에서 프린지 장식은 움직임을 더 돋보이게 해준다. 메탈릭하거나 스팽글처럼 반짝이는 소재는 태양 아래 반사되어 화려함을 배가하고, 크로셰에 엮은 구슬 장식은 민속적인 무드가 강조되니 자신의 스타일 노선을 명민하게 선택할 것.
일상의 맛과 멋
등산복과 트레이닝복, 아웃도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고프코어 룩도 페스티벌 룩에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다. 그저 집앞에 나온 ‘추리닝’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실루엣과 소품의 적절한 리듬이 관건인데, 하의는 통이 넓거나 길수록, 상의는 타이트하게, 미래적인 선글라스와 헤드피스, 벨트 장식을 더하는 식이다.
핑크 머신
페스티벌 룩의 치트키는 블랙이라는 것도 이젠 옛말. 팬데믹 이후 컬러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것을 거리에서도 체감할 수 있듯이, 잔디 위 다채로운 컬러칩도 생동감을 더해줄 것이다. 특히 이자벨 마랑, 에트로, 블루마린, 자크뮈스 등의 핑크 룩 물결에서 힌트를 얻어도 좋다. 여유 있는 실루엣과 채도 높은 핑크에 저지나 실크 등 몸을 타고 흐르는 소재로 경쾌한 에너지를 더해볼 것.
- 패션 에디터
- 이예진
- 사진
- JAMES COCHR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