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뮤의 찬혁과 수현은 24년을 함께했다. 그중 10년을 함께 무대에 올랐다. 시간이 흐르며 이들의 성향도, 악뮤의 음악도 바뀌었다. 다가올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서는 같이 음악 하는 이 듀오의 현재가, 어떤 틀이 없이 자유롭게 성장 중인 남매의 바이브가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다.
<W Korea> 무대가 아닌 화보 촬영 현장은 오랜만이죠? 오늘 어땠어요?
수현 색달랐어요. 클로즈업 사진을 찍을 때는 서로의 얼굴을 손으로 만져줘야 해서 당황스럽기도 했고요. ‘요즘 오빠의 피부 상태가 이렇구나’, ‘피부 관리 열심히 하더니 많이 부들부들해졌네?’ 싶었죠.
찬혁 아이디어가 재미있는 촬영이었다고 할까? 저도 수현의 피부 질감이나 그립감을 오랜만에 체크한 것 같아요(웃음).
나이 먹고 누군가의 볼을 만지기는 쉽지 않죠. 어쨌든 ‘좋은 경험이었다’ 정도?
수현 좋은 경험이었나? 그냥, 경험이었다(웃음)!
악뮤는 5월 27일부터 3일간 열리는 ‘제14회 서울재즈페스티벌(이하 서재페)’에 공연 아티스트로 참여해요. 28일 무대에 서죠. ‘서재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요?
수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잖아요. 2019년에 이하이 언니가 무대에 오를 때 보러 간 적도 있어요. 제가 구경하러 간 페스티벌은 서재페가 유일해요.
사실 악뮤는 2020년 서재페 때 공연하기로 했는데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됐죠. 공연장에서 다른 아티스트의 무대를 보는 것과 직접 무대에 서는 건 또 다른 느낌이겠죠?
수현 무대는 어쩌면 저에게 가장 익숙한 곳이잖아요. 근데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건 낯설게 느껴졌어요. 아티스트가 잘하면 잘할수록 ‘나도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막 뛰어 올라가고 싶더라고요.
인터뷰 중인 오늘 기준으로 공연일까지 한 달쯤 남았네요. 서재페 2022에서 어떤 무대를 보여줄 거예요?
찬혁 큰 틀은 나왔는데, 세부적인 건 더 고민하고 있어요.
수현 아직 서로 이야기는 안 했어요. 제가 재즈를 들은 지 얼마 안 됐어요. 최근에 들어본 재즈곡을 커버하고 싶은데. 어때?
찬혁 수현이는 재즈를 부르고 싶은가 봐요. 그때 난 잠시 빠져 있을게.
수현 괜찮네. 그럼 오빠는 관객석으로 내려가 있어(웃음).
혹시 야외무대에서 공연할 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세트리스트에 꼭 넣는 노래가 있나요?
수현 ‘Dinosaur’, 그리고 ‘낙하’.
찬혁 그 곡들이 페스티벌에서 호응이 좋아요.
수현 ‘Dinosaur’ 공연 때면 중간에 잠시 음악 소리가 끊기는 구간이 있거든요. 거기서 우리가 “뭐라고?” 하면 관객들이 “다이노소어!”를 외쳐요. 그때 기분이 진짜… ‘누가 곡 썼지? 참 잘 썼다’ 싶죠.
찬혁 하하!
찬혁 씨가 만든 곡이죠?(웃음) 아티스트 입장에서 실내 공연과 야외 공연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찬혁 실내 공연 때는 라이브에 더 세심하게 신경 쓰고, 야외 공연 때는 모두가 그 분위기에 취해 있기 때문에 음정 같은 것에 신경 쓰기보다는 ‘즐기자’는 마인드가 돼요.
분위기가 한창 달아오르면 관객이 가수의 음이탈, 애드리브 등등을 웬만하면 너그럽게 받아들이죠. 그런 건 잘 들리지 않기도 하고.
수현 맞아요. 특히 페스티벌에서는 관객들이 ‘뭐든 던져봐라 웃어줄 테다’ 이런 마인드여서. 물만 마셔도 소리를 질러주세요. 그런 때는 왠지 물도 예쁘게 먹어야 할 것 같고(웃음).
서재페 2022는 올림픽공원 내 가장 큰 무대인 잔디마당에서 열려요. 이와 비슷한 야외 공간에서 공연했을 때의 기억과 에피소드가 있을지 궁금해요.
수현 저는 어떤 특정한 날이 기억난다기보다 야외 공연은 항상 다 좋았던 느낌이에요. 노래를 부를 때 머리카락, 옷이 바람에 날리는 느낌. 제가 지난 2년간 제일 그리워한 게 야외무대의 바람이었을 거예요.
찬혁 제가 입대하기 이틀 전에 페스티벌 무대에 선 적이 있어요. ‘군대 가기 전에 기억에 남는 무대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있었고, 무대를 그저 즐기기보다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1절을 그 무대에서 선공개했죠. 2년 후에 그 곡이 음원으로 나왔고요.
입대 이틀 전이라면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슬플 때잖아요. 공연하면서 울컥하지는 않았어요?
찬혁 현장 반응이 좋았어요. 환호성이 들렸지만 저는 거기에 심취하지 않으려고 일관되게 평정심을 유지한 듯해요.
그때 수현은 당분간 오빠와 공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프지는 않았나요?
수현 저는 그냥 즐거웠어요. 그날 제 친구들도 왔거든요. 친구들은 아직도 “찬혁 오빠 입대 이틀 전에 한 무대 있잖아. 그 표정을 잊을 수 없어.” 이런 이야길 해요.
찬혁 그날 내가 딱히 어떤 표정을 짓진 않았는데…(웃음).
공연 때 나도 모르게 즉흥 행동을 할 정도로 분위기에 취하거나 신난 적도 있겠죠?
찬혁 초기에 많이 그랬어요. 저희가 보고 배운 게 많아서(웃음).
수현 에픽하이 선배님들 무대를 너무 많이 봤어! 해보니까 물도 잘 뿌려야 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물을 잘 뿌릴 수 있죠? 노하우가 생겼어요?
수현 물을 흩날리게 뿌려야 관객이 물벼락을 안 맞아요. 한번은 오빠가 물을 뿌렸는데, 한 사람만 물에 빠진 쥐처럼 흠뻑 젖은 거예요(웃음).
찬혁 <해리 포터>에서 지팡이로 마법을 쏜 것처럼 물줄기가 일직선으로 날아갔습니다.
수현 노래가 끝나자마자 바로 사과드렸어요. 그 뒤로도 물을 몇 번 더 뿌렸거든요? 계속 비슷한 일이 있었고… 결국 앞으로는 물을 뿌리지 않기로 했어요(웃음).
라이브 공연할 때, 각자가 좋아하는 최고의 환경, 분위기, 날씨 등의 조건은 뭐예요?
찬혁 우선 관객이 많았으면 좋겠고 미세먼지가 없었으면 해요. 저는 애매하지 않은 게 좋아요. 해가 쨍쨍 화창하던가. 비가 오려면 확 내리든가. 바람이 분다면 쌩쌩 불어도 괜찮아요. 그럼 재미라도 있으니까(웃음).
수현 90%는 관객에게 달려 있어요. 관객의 텐션에 따라 저희 노래 느낌도 달라져요. 그래서 페스티벌이 좋아요, 그들은 놀기 위해 온 사람들이니까.
찬혁 저는 좀 달라요. 호응이 없으면 오히려 특별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무대에 몰입하고 있는 내가 특별해지는. 마치 ‘너희는 아무것도 몰라’ 이런 느낌으로.
수현 와, 충격… 예술가네. 그렇구나. 오빠한테는 역시 예술가적인 면이 있어요. 이거 지금 비꼬는 거 아니야(웃음).
작년 연말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을 때 ‘프리스타일로 무대를 즐기는 것 vs 프로답게 서로 합을 맞추는 것’에 대해 계속 고민 중이라고 했어요. 서로 어떤 합의에 이르렀나요?
찬혁 지금도 딱히 합을 맞추지는 않아요. 제가 춤을 추고 수현이가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표정도 어쩌면 우리의 퍼포먼스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걸 관객도 좋아하고요.
수현 그렇다고 제가 일부러 특정 표정을 짓지는 않아요. ‘오빠가 왜 저러지?’ 싶으면 그냥 그런 표정이 나오고, 무대 위에 같이 있었는데 오빠가 안 보여서 순간적으로 ‘어디 갔지?’ 생각이 들면 그 표정이 나오는 것뿐. 사실 저는 오빠가 뭘 하든지 상관없어요(웃음).
악뮤의 음악에는 작곡, 작사, 프로듀싱까지 모두 찬혁의 손길이 닿잖아요. 그런데 작곡은 원래 수현이 먼저 시작했다면서요?
수현 어릴 적 저희가 몽골에 살 때, 동네에서 작곡이 유행이었어요. 아이들 모두가 피아노를 잘 쳤거든요. 사실 그때 만든 건 세상에 내놓을 수준은 아니에요. ‘작사, 작곡이라는 놀이나 행위를 수현이 먼저 시작했다’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돼요 (웃음).
2016년부터 수현의 자작곡이 하나씩 공개되고 있는데. 수현이 쓴 곡과 악뮤의 음악은 어떤 점이 달라요?
수현 오빠와 저는 감성이 달라요. MBTI로 이야기할게요. 오빠는 N 같은 가사를 쓰고 저는 S 같은 가사를 써요.
무슨 의미죠?
수현 N은 감성적. 오빠의 음악은 들을수록 여운이 남아요. 그래서 자꾸 생각나고 떠올리게 만들어요. S는 현실적. 저는 직관적인 가사를 써요. 제가 겪거나 느낀 것을 통해서만 곡을 쓸 수 있어요. 느꼈던 그대로를 표현하기 때문에 제 가사는 어렵지 않기도 하고요.
설명도 S답네요. 찬혁이 <쇼미더머니 10> 무대에서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라고 했던 순간과 그 가사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돼요. 그래서 요즘은 무엇이 안 멋진가요?
찬혁 유행. 빠르게 변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 거기서 멋있는 걸 찾기가 힘들어요. 멋진 건 줏대 있고 솔직한 거예요. 흔히 ‘왜 이렇게 쿨하지 못해?’라고 하잖아요. ‘쿨하면 멋있고, 쿨하지 못하면 안 멋있다’ 식의 접근이 저는 싫어요. 저는 쿨보다 핫한 게 좋아요. 화나면 표정에 드러날 정도로 감정에 솔직하고 뜨거운. 그게 더 멋있어요.
그래서 요즘 찬혁의 행보가 핫한가 봐요. 작년에 찬혁은 사진가 임재림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세이 투셰’를 론칭했죠. 얼마 전에는 <에일리언>이라는 그림책에도 참여했고요.
찬혁 가수라고 꼭 음악에만 갇혀 있을 이유는 없잖아요. 사람이 한 번 사는데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살아야죠. 계속 일을 벌이고 있어요.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한 크루를 만들었다는 정도?
수현 저도 크루를 만들었어요.
수현도요?
수현 네. 저도 제 친구들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루를 만들었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자’, 그래서 이름도 ‘우하한 필름’이에요. 첫 프로젝트는 완성을 했고, 올해 안에 한두 개 프로젝트를 더 진행할 예정이에요. 저는 연기, 제작, 기획을 맡아요. 이걸 하면서 삶의 의욕이 생겨서 좋아요.
이제 배우의 길을 걷는군요(웃음).
수현 내가 아닌 다른 캐릭터로 사는 게 재미있어요. 또 여기서 받는 영감과 감정을 노래에 녹일 수도 있으니까. 아까 말했잖아요, 저는 제가 경험한 것만 곡으로 쓴다고(웃음).
혹시 두 사람은 서로 모든 걸 다 터놓고 이야기하나요? 서로 말하지 않거나 굳이 묻지 않는 영역이 있다면 어떤 거예요?
찬혁 중요한 이야기는 다 해요. 대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안 해요. 친구들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해도 중요한 이야기는 안 할 때가 있는데, 그 반대예요.
수현 일, 가족 관련 이야기는 꼭 해요. 저희는 일할 때도 만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이 교회에 가거든요. 오빠랑 같이 차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하는데 그때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최근에 두 사람이 꽤 오랫동안 나눈 이야기의 주제는 뭐였죠?
수현 그건 말할 수 없어요(웃음).
찬혁 그렇죠, 중요한 이야기인데…. 남매의 프라이버시, 지켜주세요(웃음).
음악을 하는 데 있어 ‘악뮤의 고집’은 뭐예요?
찬혁 계속 틀을 깨고 어딘가에 갇히지 않는 것.
수현 고집, 딱히 없어요. 우리가 같이 노래를 부른 지 10년이 됐어요. 10년 동안 저희가 바뀐 만큼 음악도 바뀌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바뀔 거고요. ‘우리는 이걸 지켜야지’ 다짐하는 게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냥 그때의 감정, 메시지에 충실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찬혁과 수현이 서로에 대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줄래요? 보이는 것과 다른 ‘의외의 면’을 중심으로요.
찬혁 수현이는 의외로 밝지 않아요. 물론 밝은 사람이죠. 원래는 더 밝았어요. 그게 대중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엄청난 매력 포인트였어요. 하지만 이제 인정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수현이가, 생각보다는 밝지 않다는 걸.
수현 오빠는 생각보다 밝아요. 또 심플하고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깐깐해 보이지만 다루기 쉬운 남자랄까(웃음). ‘찬혁 사용법’ 을 모르면 헤맬 수 있지만, 몇 가지 방법만 알면 괜찮습니다. 이찬혁에게 관심 있는 분은 저에게 연락을 주세요. 제가 찬혁 사용법의 핵심을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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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빛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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