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메이커들의 각축전이 벌어진 ‘워치스 앤 원더스 2022’ 같은 시계 박람회의 특징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심가들의 혁신적인 시도, 한계를 의심하고 올라서는 기술력, 순수한 심미안만을 좇는 장인정신 등 각 분야에서 일어난 경합과 트렌드를 정리했다.
여행과 시간
가상세계, 지구, 천체를 여행하는 아름다운 디스플레이의 시계들.
1 Hermes 아쏘 르 땅 보야쥬
여행을 위해 탄생한 시계. 원형 디스크 안에서 돌아가는 위성이 전 세계 24개 주요 타임존을 가리키며, 조작법이 간단해 여행이 잦은 이들에게 용이한 독창적인 트래블 타임피스다. 다이얼의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상세계임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에르메스 점핑 대회를 위해 디자인된 실크 스카프에서 따온 것으로 에르메스 특유의 위트가 돋보이는 대목.
2 Jaeger-LeCoultre 마스터 히브리스 아티스티카 칼리버 945
별자리의 움직임을 파악해 손목 위에 천문 현상을 재현하는 특별한 칼리버의 탄생. 코스모투르비용은 1항성일에 다이얼을 한 번 회전하고 메종의 보금자리 발레드주에서 바라본 밤하늘과 매 순간 변화하는 북반구 별자리의 위치를 보여준다. 그리자이유 에나멜 기법으로 천체를 표현한 탁월한 기술력이 발현된 독보적인 아트피스.
3 Jaeger-LeCoultre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칼리버 948
플라잉 투르비용과 24개 타임존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월드타임 메커니즘을 메종 최초로 결합한 칼리버 948이 새로운 다이얼과 만나 독특한 시너지를 낸다. 푸른 바다에 떠 있는 듯한 플라잉 투르비용은 지구처럼 24시간 주기로 360도 회전하고, 도시명을 가리키는 닻 형태의 부품, 샹르베 에나멜 기법 지도는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얇게 더 얇게
워치메이커들의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는 울트라 씬 워치 분야. ‘누가 누가 더 얇은 시계를 만들었나’는 매해 시계 박람회 초미의 관심사다.
1 Vacheron Constantin 트레디셔널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그간 흔치 않았던, 여성용 기계식 컴플리케이션 워치. 큰 다이얼 창을 통해 가독성을 높였고, 문페이즈 기능까지 탑재했다. 기능과 우아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 워치의 두께는 8.43mm.
2 Vacheron Constantin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스켈레톤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탑재했음에도 8.1mm에 불과한 두께.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통해 바쉐론 콘스탄틴의 묵직하고 장엄한 시계 미학을 감상할 수 있다.
3 Bvlgari 옥토 피니씨모 미닛 리피터
두께 6.61mm의 가장 얇은 차이밍 워치 미닛 리피터. 보통 차이밍 워치는 골드 소재를 사용하는데, 티타늄으로 색다른 음향을 제공한다. 차이밍 워치 중 현대적인 디자인이다.
4 Piaget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피아제는 울트라 씬 분야의 마스터다. 보통 시계는 네 층의 구조를 가지는데, 이를 합쳐 동전보다 얇은 단 2mm라는 두께를 실현했다. 올해는 피아제 매뉴팩처가 위치한 라 코토페 마을 상공의 별을 모사한 슈퍼루미노바를 코팅해 모던한 워치에 한 끗 화려함을 더했다.
장인정신의 추구
‘메티에다르’는 워치메이킹의 경이로움, 고귀한 소재, 전통적인 노하우 그리고 뛰어난 상상력까지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만 뛸 수 있는 영역이다.
1 Cartier 롱드 루이 까르띠에
메종의 상징 팬더가 다채롭게 반짝이며 시선을 맞추는 팬더 상감 세공 워치. 빛의 반짝임을 위해 120개 이상의 미세한 재료를 상감 세공하고, 골드 그리드와 기하학적 메시를 만들었다.
2 Vacheron Constantin 레 흐와욤 아쿠아티크 플라잉 더치맨
바그너 오페라 ‘네덜란드인의 비애 ‘의 바다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 미니어처 에나멜 페인팅과 그리자이유 에나멜을 조합한 진귀한 기술로 번개가 내려치는 가운데 폭풍우를 뚫고 항해하는 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3 Van Cleef & Arpels 레이디 아펠 에르 플로럴
1751년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가 출간한 책 <필로소피아 보타니카> 속 가상 정원 계획에서 꽃들은 하루 중 특정한 순간만 열리고 닫히는 규칙을 갖고 있다. 이 원칙을 적용한 주얼 워치로 1시간 단위로 12개의 3차원 화원이 열리고 닫힌다. 화사한 에나멜과 젬스톤이 만발한 정원의 아름다움은 잠시 시적 시간을 갖게 해준다.
4 Van Cleef & Arpels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앙샹떼
8시 방향의 푸셔를 누르면 발레리나의 튀튀에서 페티코트가 올라가며 시와 분을 표시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메종의 아이콘인 발레리나와 함께 서정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감상할 수 있다.
5 Vacheron Constantin 레 흐와욤 아쿠아티크 그리자이유 터틀
캐비노티에 부서에서 선보이는 또 다른 바다 시리즈. 진귀한 에나멜 기법을 사용했으며, 산호 바다를 유영하는 거북이를 구현했다.
녹색지대
파란 다이얼 시계는 유행을 넘어 클래식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그 공석은 녹색 시계의 차지가 됐다. 아직도 그 트렌드가 유효한 녹색 시계를 모았다.
1 Rolex 오이스터 퍼페츄얼 GMT-마스터 II
롤렉스 최초의 왼손잡이용 정식 제품. 현행 GMT-마스터 II 모델과 스펙은 동일하며, 케이스 지름은40mm, 최상급 크로노미터 인정을 받은 셀프와인딩 매뉴팩처 칼리버 3285를 탑재했다. 단, 블랙 & 그린(VTNR) 투톤 베젤은 GMT-마스터 II에서 처음 시도하는 조합이다.
2 Rolex 오이스터 퍼페츄얼 에어-킹
출시 6년 만에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한 에어-킹. 가장 큰 변화는 크라운 가드의 등장으로 얼굴을 입체적으로 다듬었고, 항공 계기판에서 영감을 얻은 다이얼은 3, 6, 9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를 강조해 안정적인 다이얼로 진화했다. 롤렉스를 상징하는 초록색으로 쓴 브랜드명과 황금빛 왕관이 블랙 다이얼과 대비를 이룬다.
3 Patek Philippe Ref. 5205R 애뉴얼 캘린더 인 올리브 그린
파텍 필립의 또 다른 명작 ‘블루 선블라스트 5205G가 ‘올리브 그린 선블라스트’ 컬러 버전으로 새롭게 돌아왔다. 다이얼에는 문페이즈가 자리하고, 선버스트 타입으로 제작되어 보는 각도에 따라 다이얼에 검은빛이 돈다. 투명 케이스백에서는 수많은 부품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4 Patek Philippe Ref. 5270P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인 라커드 그린
2011년 출시된 5270은 플래티넘 케이스 및 라커드 그린 컬러 다이얼로 재탄생했다. 새로운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는 크로노그래프와퍼페추얼 캘린더를 탑재했음에도그 두께는 12.4mm에 불과하다. 제조 과정에 혁신적인 6가지 특허 기술이 적용됐다고.
대담한 시도
시계업계가 전통적일 거라고만 예단하지 말자. 관객을 놀래키기 좋아하는 워치메이커들의 초현실적이고 아방가르드한 시도가 적잖이 펼쳐졌다.
1 Tag Heuer 까레라 플라즈마
태그호이어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파격적인 모델 까레라 플라즈마. 랩그로운 다이아몬드(합성 다이아몬드)라는 최첨단 소재를 사용해 과감한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케이스 옆면에 터프하게 세팅하고 크라운 전체를 다이아몬드로 만들었다. 소재적 혁신뿐만 아니라 워치의 아방가르드한 정신이 더욱 강조되는 대목.
2 Roger Dubuis 엑스칼리버 원탁의 기사 모노투르비용/X
아서 왕의 전설에서 영감을 얻은 엑스칼리버 원탁의 기사 모노투르비용/X는 이름처럼 원탁 중앙에 투르비용을 설치했고, 6mm에 불과한 12명의 기사 미니어처는 모두 다르게 생겼다. 투르비용을 둘러싼 화려한 원탁 역시 웅장하게 구성되어 3차원으로 보이는 광경 자체가 압도적이다. 8점 한정.
3 Hublot 스퀘어 뱅 유니코
배럴, 라운드, MP까지 모든 형태를 마스터한 위블로가 사각 디자인에 도전했다. 보통은 숨겨야 하는 둥근 무브먼트를 그대로 드러내기로 결정했고, 모듈러 구조를 바꾼 끝에 100m 방수 기능까지 확보했다. 깊이감 있는 샌드위치 구조로 유니코 무브먼트를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데, 마치 뛰고 있는 시계의 심장을 바라보는 듯한 경이감을 준다.
4 Chopard L.U.C 풀 스트라이크 사파이어
전체 케이스, 크라운 및 다이얼도 사파이어 덩어리에서 커팅한 L.U.C풀 스트라이크 사파이어. 더 놀라운 점은 비금속 시계 최초로 제네바 품질 인증 마크를 받았다는 것이다. 각각 이름난 바이올리니스트와 첼리스트이자 고도의 기교를 자랑하는 두 형제 르노와 고티에 카푸숑이 인정한 크고 영롱한 음향은 기량이 뛰어난 수행을 보여준다.
한계는 없다
예부터 워치메이커들은 익스트림 스포츠와 시계의 상관관계를 즐겼다.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스포츠 정신은 워치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다.
1 Panerai 섭머저블 쿼란타콰트로 루나 로사
지난 아메리카컵 요트 대회에서 프라다 컵을 차지한 루나 로사 팀의 스폰서가 된 파네라이. 요트 레이스를 비롯해 어떤 혹독한 환경에도 견딜 수 있도록 고안된 쿼란타콰트로의 기능에 이탈리아의 감각적 디자인을 더했다.
2 Montblanc 1858 지오스피어 크로노그래프 제로 옥시젠 LE290
이 시계의 가장 큰 특징은 무브먼트 내 산소를 제거한 것이다. 고도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하는 온도로 인해 발생하는 김서림을 없애고, 산화 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산소가 없으면 구성품이 더 오래 유지되고, 높은 정밀도를 제공하기도 한다. 산악인 님스다이 푸르자가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에서 시 테스트할 예정이다.
3 Tag Heuer 아쿠아레이서 프로페셔널 1000 슈퍼다이버
더욱 강인하고 대담하게 재정비하고 돌아온 아쿠아레이서 에디션. 딥 다이브 워치 중 15.75mm 두께는 슬림한 편이지만, 수심 압박에도 강하도록 설계되었다. 슈퍼루미노바를 부착한 최상의 가시성을 제공하며, 베젤 위 오렌지 포인트는 보편적인 감압 타이밍을 강조한 것으로 심해를 지배할 최고의 럭셔리 워치다.
4 Panerai 섭머저블 쿼란타콰트로
300m 방수 가능, 파네라이 특허의 크라운 보호 장치, 잠수 경과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잠수 시간 단방향 회전 베젤과 슈퍼루미노바 부착, 극대화한 가독성은 다이버에게 없어서는 안 될 다이버 워치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지
- 사진
- COURTESY OF BVLGARI, CARTIER, CHOPARD, HERMES, JAEGER-LECOULTRE, MONTBLANC, PANERAI, PATEK PHILLIPPE, PIAGET, ROGER DUBUIS, ROLEX, TAG HEUER, VACHERON CONSTANTIN, VAN CLEEF & ARP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