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는 저승사자들의 이야기, 드라마 <내일>에서 만난 김희선과 로운. 서로 다른 어제를 살아온 두 사람은 이제 누구보다 긴밀하게 오늘이라는 현재를 공유하고 있다.
<W Korea> 두 사람 다 오늘 이른 아침까지 드라마 촬영을 했다 고 들었다. 집에 몇 시쯤 들어갔나?
김희선 들어가니 6시쯤이었다. 내 촬영은 그렇게 길게 갈 일정이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로운 나는 7시 반, 8시쯤? 유튜브 조금 보다가 잤다.
그 피곤한 와중에 유튜브도 봤나? 동이 틀 때까지 드라마 촬영 마무리가 안 됐다는 연락을 아침에 받고 걱정이 컸는데, 우리 현장에서 텐션 높은 두 사람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로운 집으로 가는 길에 차 안에서 눈 좀 붙이기도 했고, 몇 시간 뒤에 이렇게 화보 인터뷰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금방 잠들진 못하겠더라. 위스키 한 잔 마시고 잠을 청할까 하다가 속으로 ‘안 돼!’ 하면서 참았다.
김희선 1시간 정도 잤지만 10시간 잔 것처럼 꿀잠이었다. 일어나야 할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일어나는데, 문제는 자고 싶어도 빨리 잠 못 들 때다. 1분 1초가 아까울 때 그러면 정말 힘들다.
요즘 두 사람은 4월부터 방영하는 MBC 드라마 <내일>을 한창 촬영 중이다. 아직은 추운데, 어젯밤에도 야외 촬영했다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로운 춥고 힘들 때 선배님이 가끔 주머니에서 핫팩을 쓱 꺼내 건네신다. 한번은 목 상태가 좀 안 좋고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텀블러에 차를 챙겨와 주셨다. 왜 그런 느낌 있지 않나? 누군가가 나에게 몇 번 예의상 호의를 베푸는 게 아니라 나를 정말로 챙겨주고 응원해주는구나 느낄 때. 평소에는 낯간지러워서 감사하다는 걸 매번 적극 표현하진 못한다.
김희선 요즘 로운이 때문에 내 양쪽 주머니에 핫팩이 가득하지. 그렇게 챙겨주는 거, 물론 다 내가 행복하려고 하는 일이다. 로운의 극 중 이름이 준웅인데 요즘엔 준웅이의 촬영 분량이 특히 많다. 그런데도 다음 날 쌩쌩하게 촬영하는 로운을 보면 놀랍다. 대견스럽다. 다들 얼마나 바쁘고 힘든 상황일지 짐작하면서 현장에 딱 도착했는데, 환한 기운으로 서 있는 걸 보면 예뻐서 안 챙겨줄 수가 없다.
<내일>에서 두 사람은 저승세계 독점기업인 ‘주마등’의 위기관리팀 소속 저승사자들이다. 김희선은 팀장, 로운은 계약직 신입사원. 설정을 보니 살짝 대립 관계라는 인도관리팀도 있다.
김희선 인도관리팀이 스스로 목숨 끊는 이들을 나약하다고 여기면서 가차 없이 데려가려 한다면, 위기관리팀은 사람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움직인다. 우리 팀이 생긴 이유는 이승에서 자살하는 이들이 늘어난 나머지 지옥에 더 이상 수용할 자리가 없어서다. 저승사자란 죽은 자를 인도하는 존재지만, 이제 그 수를 컨트롤하기 위해 죽고 싶은 사람을 살리려는 거다.
변화무쌍한 시대에는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핵심이니까, 관련 부서가 생긴 건가?
김희선 그렇지, 그렇지(웃음). 그런데 자살이 소재인 만큼 예민한 면이 있다. 자살까지 마음먹는 이들에겐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람도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에피소드에 따라 피해자를 낳은 가해자를 우리가 처벌하는 통쾌함도 펼쳐진다.
로운 죽음 외의 이야기에서는 희극적인 부분이 있다. 희비가 클 때 무언가 전달되기도 하니까. 그 간극을 벌리는 데 내 캐릭터의 역할이 있는 것 같다. 극 중에서 내가 제일 감성적인 인물이고, 팀장으로 나오는 선배님은 감성과 이성의 밸런스가 잘 맞는 캐릭터다.
<내일>은 여러 나라 언어로 해외에도 연재된 웹툰이 원작이고,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된다. 김희선은 웹툰의 주인공과 싱크로율을 맞추기 위해 20년 만에 단발 스타일을 선보이고 탈색까지 했다. 설정부터 특이한 이야기라 흥미를 느꼈을까?
김희선 대본이 나오기 전 웹툰만 보고서도 이 작품을 해야겠다 싶었다. 요즘엔 10대 중에도 안 좋은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와 함께 좋은 메시지의 드라마를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연예계에 오래 몸담은 만큼 주변에서 가슴 아픈 예를 종종 접하기도 했고… 우리 작품을 만나고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로운 연기하는 사람에게 결국 남는 건 캐릭터, 연기할 때의 카타르시스, 그리고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흥행 같은 대외적인 것 말고 내 속에 남는 것들 말이다. 나는 이 드라마가 시청자뿐 아니라 나에게도 좋은 메시지를 안겨줄 것 같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자살’이라는 단어가 세상에서 쉽게 쓰인다는 기분이 든다. 스스로 삶을 끊으려는 그 무게를 감히 누가 가늠할 수 있을까? 대중문화 예술인으로서 <내일> 같은 이야기에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어마어마한 단어는 개인의 문제이면서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드라마에 사회적이고 시대적인 은유가 있나? 시대상을 반영하는 작품인가?
로운 글쎄, 시대상이라고 한다면 우리 드라마가 꼭 현시대만의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현시점이든 지난 시대이든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삶과 죽음은 인간의 보편적인 이야기니까.
‘저승 오피스 휴먼 판타지물’이라는 드라마 소개 문구처럼 오피스물로 대입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그럼 그 기업의 회장도 있나?
김희선 옥황상제가 회장님이지. 김해숙 선생님이 연기하신다. 옥황상제가 회장이면 염라는 사장급 임원 정도 되려나?
로운 제우스가 있으면 하데스도 있는 것처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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