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의 난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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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기사들이 물밀듯이 쏟아지는 요즘, 우리에게 유용한 건 실사용자들의 목소리다. 여기 10가지 소감과 분석은 당신이 구독하지 않는 OTT의 세계가 어떠한지 탐험하게 해줄 것이다. 

넷플릭스 NETFLIX 

 60대 시청자들도 <오징어 게임>을 이야기한다. 전통의 시청률 최강자인 KBS 주말 연속극보다 더 큰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TV 편성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작품. 순식간에 대한민국의 전 연령층, 그리고 거짓말처럼 전 세계 대중들 사이에서 화제의 중심이 된 그 콘텐츠를 어디서 보았고 어디서 볼 수 있는가. 넷플릭스는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관객을 현혹해 ‘투둠’의 세계로 입장하게 만든다. 말 그대로 강력한 미끼 상품을 진열한 콘텐츠 쇼핑몰인 것이다. 대신 개별 결제는 없다. 구독이라는 상호간의 약속하에 지금 화제의 중심에 오른 콘텐츠 시청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 2017년 칸 영화제가 초청 자격을 놓고 갑론을박하게 만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K-좀비의 위용을 전 세계에 알린 <킹덤>이, 베스트셀러 소설을 이경미 감독이 드라마 시리즈로 만든 <보건교사 안은영>, 그리고 텐트폴 영화의 OTT 입성으로 화제를 모은 <승리호>가 넷플릭스 코리아의 오리지널 미끼였다. 가입자들이 구독 종료를 망설일 때마다 넷플릭스는 이렇게 ‘오리지널’이라는 카드를 꺼낸다. K-콘텐츠에 국한한 것은 아니다. 스페인의 <종이의 집>과 미국의 <기묘한 이야기>는 국내 미드 시청자층의 폭을 한껏 넓혔고, <로마>, <결혼 이야기>, <맹크>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는 극장 상영을 하지 않는 온라인 스트리밍 작품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를 비롯해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수상 행진을 이어갔다.

2021년 10월 현재 넷플릭스 코리아의 오리지널 콘텐츠 개수는 30여 개 남짓이다. 회차당으로 카운트하는 클립 수는 2만여 개로 추정된다. 토종 OTT인 시즌과 웨이브가 30만여 개의 클립을 보유한 것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숫자지만, 이 시점 국내 넷플릭스 가입자는 710만 명이다. 2위 웨이브의 319만 명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콘텐츠의 절대적 양은 적지만 넷플릭스의 전략은 비교적 명확하다. 가입자들을 콘텐츠의 망망대해에서 헤매지 않게 하는 것. 넷플릭스 구독자들은 기다렸던 물건만 사서 나오는 쇼핑처럼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이곳으로 향하는 것이다. 2021년 하반기 <D.P.>와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 이어, 10월 공개된 <마이 네임>과 11월 출격을 앞둔 <지옥>은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의 열띤 호응 속에 영화제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넷플릭스는 이제 거대 OTT 서비스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콘텐츠 투자 제작사로 거듭나는 중이다.  글 | 진명현(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  월드 클래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해지할 수 없는 매력. 

👎 생각보다는 깊지 않은 콘텐츠의 바다, 파고 또 파기엔 조금 심심하다. 

디즈니+ DISNEY+ 

11월 12일, 드디어 디즈니+의 문이 열렸다. 2019년 같은 날짜에 미국에서 출시된 지 2년 만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2000년대에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고, 몇 년 전 20세기 스튜디오(20세기 폭스라는 명칭으로 더 익숙한 그 제작사)를 인수하기까지 묵직한 회사들을 인수합병했다. ‘꿈과 환상’ 의 동의어였던 그 많은 고전 만화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이곳은 그야말로 막대한 오리지널 IP를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왕국인 것이다. 디즈니+ 가 내세우는 경쟁력도 그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에 있다. 남의 것이 아니라 자기네 것들로 채운, 한국 상륙을 앞두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여러 플랫폼에서 자사 작품을 거둬들이며 자연히 존재감을 드러낸 양과 질의 왕국. 여기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아우르는 작품, <스타워즈> 에피소드 전편, <토이 스토리>와 <라이온 킹> 등의 애니메이션,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질 좋은 다큐멘터리, 그 밖에도 이미 잘 알려진 시리즈물이 포진해 있다. 미키 마우스, 칩&데일 등의 귀여운 캐릭터를 감상할 수 있는 1940년대의 빈티지 디즈니(한 편당 몇 분 정도라 아쉽긴 하지만), <심슨 가족> 시리즈 같은 이름도 반갑다. ‘디즈니’, ‘마블’, ‘픽사’, ‘스타’ 식의 핵심 브랜드명이 카테고리로서 눈에 띄게 배치되어 유용한 점도 있다. 이 브랜드명들은 콘텐츠를 분류하는 체계이면서 ‘유명한 브랜드를 이렇게나 많이 보유한 디즈니’라는 인상을 준다.

그런데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들에선 딱히 특별한 매력이 감지되진 않는다. 마블 캐릭터가 드라마판으로 확장된 경우인 <완다비전>, <팔콘과윈터솔저>, <로키>가 정말 디즈니+에서밖에 볼 수 없는 오리지널의 역할을 해낸다면, 디즈니+가 발표한 7개의 한국 콘텐츠 라인업 중 강다니엘의 드라마 도전작인 <너와 나의 경찰수업>, 이수연 작가의 <그리드>등의 소재나 모양새는 지상파나 케이블 채널에서 자주 봤을 법한 드라마들과 별다르지 않은 듯하다. 강풀의 웹툰이 원작인 액션 히어로물 <무빙>은 기대작으로 꼽히지만, 2022년 4분기에나 공개될 예정이다. OTT 생존 경쟁의 시대에서 지금 결정적 카드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기획에서부터 뾰족한 매력이 와닿지 않는 한국 콘텐츠라면, 디즈니가 이미 보유한 명작들을 두고 눈길이 갈지 모르겠다. 그 명작들 중엔 이미 아는 것과 본 것도 적지는 않은데 말이다. 글 | 권은경(<더블유> 피처 에디터)

👍  그 이름 자체가 지닌 매력과 신뢰감. 

👎 그 외의 어필 요소를 찾기 위해선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는 점. 

웨이브 WAVVE 

가끔 웨이브를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왓챠에 입성한다며 왓챠가 ‘난리 부르스’ 떠는 마케팅을 한 일을 기억하는가? 그런데 웨이브에는 <해리포터> 시리즈는 물론 <빽 투 더 퓨처>,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있다. 다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를 뿐이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 다시보기 서비스 푹(POOQ)에 뿌리를 둔 플랫폼으로 시
작했기 때문에 지상파 콘텐츠를 주로 공급한다는 인식이 아직 남아 있다. 사실은 <상견니>, <진정령> 등 중국 드라마, <롱 베케이션>, <러브 제너레이션> 같은 옛날 일본 드라마까지 폭넓은 콘텐츠를 보유한 곳이다. 올해 7월부터 계약을 맺은 HBO의 <왕좌의 게임>, <체르노빌>, <섹스 앤 더 시티>, <유포리아> 등 유명 시리즈물도 1년 동안 공급한다. 왓챠와 HBO의 계약이 끝나는 12월이 지나면 <왕좌의 게임>과 <체르노빌>은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다. NBC 유니버셜과 계약을 맺어 그들의 OTT 플랫폼 ‘피콕’의 오리지널 콘텐츠도 독점 공개한다. 마케팅상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웨이브만의 강점이 있다. 역시 <무한도전>만 한 예능은 없다고, 옛날 시트콤처럼 재미있는 방송이 왜 요즘엔 나오지 않느냐고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에게는 웨이브는 마르지 않는 샘 같다. 지금의 지상파 3사 콘텐츠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아카이브에는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웨이브에는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같은 시트콤만 하루 종일 틀어주는 ‘레전드 시트콤’, 오로지 KBS 사극만 틀거나 <무한도전>, <맛있는 녀석들>만 내리 방영하는 채널도 있다.

웨이브는 지난 5월 인하우스 프로덕션이 가능한 자체 제작사 ‘스튜디오 웨이브’를 설립했다. <미생>, <시그널>, <도깨비> 등을 만든 이찬호 전 스튜디오 드래곤 책임 프로듀서가 스튜디오를 이끌 대표로 임명됐다. 그동안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지상파 드라마에 투자하고 판권을 가져오는 형태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 나올 임시완, 손현주 주연의 <트레이서>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웨이브에서 시즌 전체가 선공개된다. 2025년까지 1조원 규모로 콘텐츠를 수급하고 제작하겠다는 플랜을 지킨다면 앞으로 웨이브는 무조건 성장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사실을 좀 더 젊은 층이 알 수 있게 브랜드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마지막으로, 스피디하게 ‘몰아보기’나 ‘배속 재생’을 선호하는 요즘 세대를 위해 오프닝 건너뛰기나 다음 회차 자동 재생 기능, 일부 콘텐츠라도 한글 자막 지원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주기를! 글 | 임수연(<씨네 21> 기자)

👍 공격적인 콘텐츠 수급. 

👎 젊은 층 대상 마케팅이 절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PRIME VIDEO 

한 달을 꼬박 기다려 <에반게리온>의 마지막 극장판 <에반게리온 디카포>를 봤다. 팬데믹으로 극장 개봉 대신 프라임 비디오에서 공개된 덕분에 전 세계 덕후들과 실시간으로 교감할 수 있었다. 구독한 지 만 2년, 이렇게 기쁠 수가. 사실 나는 프라임 비디오 외에 넷플릭스와 왓챠, 웨이브와 티빙도 구독 중이다. 그런 내게 왓챠는 ‘다시보기 서비스’,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점’이라면, 프라임 비디오는 ‘동숭동이나 안국동에 있는 전용관’에 가깝다. 작품 수도 많지 않고 홍보도 딱히 안 하는 데다 오리지널 시리즈도 적지만 실망할 일도 없다. 넷플릭스에 킬링타임용 비디오 영화를 뒤지는 재미가 있다면, 아마존 프라임은 믿고 찾는 OTT다. 특히 골든글로브와 에미상을 받은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즐>과 괴랄한 영국식 페미니즘 농담을 잔뜩 버무린 <플리백>은 두 번 이상 보고 또 봤다. 아닌 게 아니라 아마존 프라임은 은근히 마니악한 작품을 선호하는 인상이다. 아무래도 서비스의 입장 때문일지 모른다. 넷플릭스가 오직 구독료로만 먹고살아야 하는 (거대한) 자영업자의 올인원 메뉴판이라면, 프라임 비디오는 (거대한) 아마존 생태계의 구독자를 위한 웰컴 드링크 같기도 하다. 그 점에서 쿠팡플레이와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SNL 코리아>에서도 ‘인턴 기자’ 말고는 볼 게 없는 쿠팡플레이와 또 비교할 수 있나 싶고. 프라임 비디오의 강점이라면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아메리칸 갓>, <멋진 징조들> 같은 닐 게이먼 원작의 작품들, 앤 해서웨이, 티나 페이, 알 파치노, 올랜드 블룸, 존 크래신스키, 한효주 같은 멋진 배우들이 출연하는 완성도 높은 작품들, 그리고 등장한 배우와 흐르는 음악 같은 부가 정보를 쉽게 찾아보는 ‘엑스 레이’ 기능이다. 이런 장점들이 거의 알려지지 않아서 소개에 소개를 거듭한 지 벌써 2년, 일단 국내 가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로 시작해야 하는 건 좀 귀찮지만, 이렇게 또 좋은 작품을 소개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글 | 차우진(문화 평론가, 뉴스레터 <TMI. FM> 발행인)

👍 드라마든 SF든 여운이 남는 작품이 많아서 굳이 해지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 오리지널 시리즈의 수가 적고, 다른 OTT와 겹치는 작품이 많아서 자주 안 들어간다. 

애플TV+ APPLE TV+ 

미국 현지 서비스 개시 2년 만에 국내에 상륙(11월 4일)한 애플 TV+의 차별점은 둘로 요약된다. 첫째, 고품질 오리지널 콘텐츠. 둘째, 화질과 가성비. ‘1시간 동안 스크롤만 하다 그냥 잤다’는 체험담이 익숙한 넷플릭스에 비하면 애플 TV+의 메인 화면은 심심하리만큼 단출하다. 영화 <핀치>, 드라마 <닥터 브레인>, 다큐멘터리 <빌리 아일리시: 조금 흐릿한 세상> 같은 애플 TV+ 독점 콘텐츠만 진열했기 때문이다. 뭔가 허전하다. 그러나 물량 채우려 허투루 박아 넣은 콘텐츠는 찾기 힘들다. 에미상을 휩쓴 시리즈 <테드 래소>, 중독성 강한 <더 모닝 쇼> 외에도 참 애플다운 것이 있으니 바로 양질의 음악 다큐멘터리다. <1971: 음악이 모든 것을 바꾼 해>가 대표적. 마빈 게이, 존 레넌, 폴 매카트니의 귀한 영상을 모은 1편만 봐도 축복받는 느낌이다. <마크 론슨과 들여다보는 사운드의 세계>, <비스티 보이즈 스토리>, <벨벳 언더그라운드> 등도 힙한 라인업 선정에 날렵한 관점과 감각적 편집이 거드는 수작들이다. 물론 애플은 청각적 허세가 뭔지도 안다. 귀가 사치스러운 자들이여, 복 받았다. 에어팟만 있으면 수백만원짜리 사운드 바 없이 돌비 애트모스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애플 TV+의 장점이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음악감독 라인업마저 화려하다. <인베이전>은 막스 리히터, <더 모닝 쇼>는 카터 버웰이 음악을 맡았다. 19세기 작가 에밀리 디킨슨을 다룬 판타지 퓨전 사극 <디킨슨>은 목장 풍경 위로 빌리 아일리시, 에이셉 라키의 트랩 비트를 덧칠한다.

가성비는 또 사과답지 않게 높다. 프리미엄 따위 없는 일괄 구독료 월 6500원에 4K 화질까지 즐긴다. 애플 기기만 사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단, 비(非) 애플 기기에서 웹(tv.apple.com)으로 접속할 경우에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모바일 시청 환경은 좀 아쉽다. 넷플릭스의 경우, 휴대폰이 세로 잠금 모드일 때도 콘텐츠를 재생하면 전체화면 모드로 알아서 바뀐다. 반면 애플 TV+는 세로 잠금 모드를 해제해야 전체화면으로 가는 데다, 한 번 터치해 화면 아래에 메뉴 바를 띄운 다음 좁쌀만 한 15초 버튼을 정확히 콕 짚어야 빨리감기나 되감기가 된다.

애플 TV+는 연간 수십억 달러의 제작비 예산을 집행 중이다. 디즈니+의 4~5배 수준으로 추산된다. 향후 라인업을 기대할 만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하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조엘 코언의 <맥베스의 비극>, 윤여정과 이민호 주연의 <파친코> 등이 개봉박두다. 글 | 임희윤(<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 화질과 때깔, 그 고품질의 정갈함. 사과는 썩지 않는다. 

👎 아직은 부족한 콘텐츠 물량, 누군가는 불편할 사과 장수만의 깍쟁이 맵시. 

시즌 SEEZN 

시즌은 올레TV 모바일이 전신인 KT의 OTT 서비스다. 2019년 1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즈음만 해도 초고화질, 초저지연, 슈퍼사운드 등의 시청 환경으로 차별점을 제시했지만, 지금은 여느 OTT들의 전략과 마찬가지로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듯하다. KT 통신사의 특정 요금제를 쓰는 고객은 가장 기본에 해당하는 이용권인 ‘시즌 플레인’을 자동으로 제공받아 200여 개 채널 및 일부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무비팩’이라는 이용권은 타 OTT의 구독 요금제와 같은 형태다. 가정에서 올레 TV를 이용한다면 시즌에서 구매한 콘텐츠를 큰 TV 화면으로 볼 수 있고, 반대로 올레TV에서 구매한 콘텐츠를 시즌을 통해 집 밖에서 볼 수 있다.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이어보기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시즌은 손바닥만 한 화면보다 TV를 애용하는 KT 고객에게는 포터블한 시청 수단이 되고, 곧 뛰어난 매체의 유동성이 생긴다.

시즌은 올해 영화 <랑종>과 <셔터>를 단독 공개했고, 10월 28일에는 신세경을 주인공으로 ‘시네마틱 리얼 다큐멘터리’ 를 표방하는 김종관 감독의 <어나더 레코드>를 오리지널 영화로 발표했다. 그러나 오리지널 콘텐츠는 경쟁사인 티빙과 웨이브에 크게 밀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올해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출연하는 <더블패티>, <박화영>을 만든 이환 감독의 <어른들은 몰라요>를 내세웠지만, 시즌에서 볼 수 있는 다수의 콘텐츠는 다른 OTT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앞으로 더 늘어나겠지만, 온전한 독점 콘텐츠를 찾기란 어렵다. 시즌은 작년 연말부터 통신사의 OTT로는 처음으로 라이브 커머스(‘쇼핑 Live’)를 선보였다. 현재까지의 특징을 볼 때 IPTV에 친숙한 시청자라면 몰라도 OTT다운 면모를 기대하는 이는 타 서비스와 비교해볼 것을 권한다. 올레TV가 오랜 시간 서비스를 해온 만큼 별의별 영화가 다 있기는 하지만, 여기 있는 영화 중 다수는 웨이브와 티빙, 네이버 시리즈온에서도 만날 수 있다.  글 | 블럭(음악 칼럼니스트)

👍 TV 사용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편리하며, ‘무비팩’을 이용하면 꽤 훌륭. 

👎 이게 폰으로 쓰는 IPTV인지 OTT인지 헷갈릴 수 있다. 

티빙 TVING 

넷플릭스라는 골리앗 앞에서 과연 티빙의 돌팔매질이 가능할까 싶었다. 모회사인 CJ의 상업 영화인 <서복>과 <샤크>, <미드나이트> 등이 차례로 공개됐지만 기대를 밑도는 반응을 얻었다. 경쟁 토종 OTT인 웨이브의 물량 공세마저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티빙의 고전이 꽤 길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넷플릭스와 웨이브의 캐치프레이즈인 ‘오직 넷플릭스에서’와 ‘모든 K-콘텐츠는 웨이브에 있다’ 사이에서, 티빙의 활로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환승연애>가 찾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연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의 콘텐츠 시상식 <2021 AACA(Asian Academy Creative Awards)>에서 ‘최고의 OTT 오리지널 콘텐츠’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또 한 번 화제에 오른 <환승연애>는 <하트 시그널>이 남겨놓은 불씨를 제대로 타오르게 만든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헤어진 연인들이 한 숙소에 모여 생활하며 진짜 이별과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을 펼치는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6월부터 약 3개월 동안 방송했고, 10월 초 기준 네이버와 유튜브의 누적 조회수가 4300만 회를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1회당 방영 시간이 2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숏 폼 콘텐츠들과는 정반대 길을 걸은 <환승연애>는 특급 스타와 막대한 제작비 없이도 대중의 몰입을 유발하는 전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남기기도 했다. 티빙은 최근 CJ의 케이블 채널인 엠넷이 낳은 또 하나의 스타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스페셜 비하인드 영상을 독점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채널 유입을 독려했다. 다른 OTT들에 비해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는 예능 콘텐츠의 연이은 화제성이 과연 티빙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지속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글 | 진명현(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 예능 맛집이 보유한 IP 세계관의 풍성한 메뉴판. 

👎 상대적으로 개성이 떨어지는 영화 큐레이션. 

왓챠 WATCHA 

왓챠를 이용하다 보면 ‘배운 덕후’들이 만들었다는 인상을 자주 받곤 하는데, 실제로 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모여 만든 벤처 그룹에서 출발했다. 처음엔 IMDB 같은 사이트를 지향하며 머신 러닝(인간의 학습 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술 및 기법)과 딥러닝(사물이나 데이터를 군집화하거나 분류하는 데 사용하는 기술)을 이용한 개인 맞춤 추천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시작했으나, 기업이 성장하면서 OTT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가 수천 개의 취향 클러스터(시청 패턴을 근거로 비슷한 취향을 가진 그룹에 포함시키는 것)에 따라 추천작을 제시한다면, 왓챠는 실제 영상을 클릭하거나 감상하지 않아도 왓챠와 연계된 왓챠피디아 앱에서 10~30개의 별점만 남겨도 개인화된 취향을 파악해 작품을 다양한 테마로 추천해준다. 볼수록 앱을 참 잘 만들었다.

왓챠가 수급하는 콘텐츠를 보면 왓챠 직원들은 왕년에 미드 · 중드 · 일드 마니아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덕후의 취향을 잘 아는 콘텐츠가 많다. <와이 우먼 킬>과 <콩트가 시작된다>, <산하령>을 다 가져오는 곳이라니! 한영 동시자막 서비스도 왓챠에만 있다.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가짜 사나이>를 일찌감치 수급했고, 웹드라마 <좋좋소>에 투자해 확장판을 독점 공개한다. 영화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단편영화나 다양성 영화들도 알차게 들여왔다. 그래서 체감상 넷플릭스보다 왓챠에 볼 만한 작품이 더 많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있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단위로 사업을 하는 넷플릭스가 단매(작품이 발생시키는 실매출과 무관하게 계약 기간 동안 일정 금액으로 판권을 사오는 방식)로 콘텐츠를 구입하고, 아직 국내 시장 중심인 토종 OTT는 매출을 공유하는 수익배분제(RS·Revenue Share) 계약으로 주로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서 오는 차이이기도 하다. 훌륭한 개발자들이 만든 왓챠는 기존 콘텐츠의 조회수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에 어느 정도 비용을 투입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알고리즘이 잘 짜여져 있다. 기업 규모에 비해 알짜배기 투자가 가능한 이유다.

하지만 왓챠의 이용자수(151만 명, 올해 7월 시장분석기관 와이즈앱 기준)는 아직 넷플릭스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웨이브나 티빙보다도 적다. 아직은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대규모 통신사나 포털사이트와의 연계 상품이 불가능하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왓챠는 그들만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중요한 넥스트 플랜으로 삼은 듯하다. 먼저 배우 이제훈, 박정민, 최희서, 손석구가 연출자로 참여한 영화 <언프레임드>를 12월 공개할 예정이며, 적극적으로 다양한 콘텐츠 제작자들과 만남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글 | 임수연(<씨네 21> 기자)

👍 덕후 취향 저격하는 알고리즘과 콘텐츠 수급. 

👎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 규모. 

쿠팡플레이 COUPANG PLAY 

월 2900원.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전쟁 속에서 미디어와 그 어떤 접점도 없어 보였던 쿠팡이 선보이는 OTT, 쿠팡플레이를 이용하는 대가다. 이 요금은 정확히는 OTT 구독료가 아니라 쿠팡의 ‘로켓와우’ 멤버십 비용이다. 매월 2900원을 내는 멤버십 회원이 되면 별도의 배송비 없이 빠른 배송 서비스를 받고, 덤으로 쿠팡플레이도 이용할 수 있다. 쿠팡이 OTT를 내놓은 이유는 놀랍게도 이 멤버십 회원들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태생부터 여느 OTT와 달랐기 때문인지, 작년 12월 론칭 이후 한동안 눈길을 끌 만한 콘텐츠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7월부터 선보인 <SNL 코리아>는 존재감 없던 쿠팡플레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첫 호스트인 이병헌은 물론 NCT를 호스트로 섭외한 건 영리한 시도다. ‘사회 초년생’의 실수나 태도를 표현하려 했다는 캐릭터인 ‘주현영 인턴 기자’ 역시 화제에 올랐다. 최근 마지막 회의 한 코너엔 대권주자 이재명이 등장했다. 이재명에게 밸런스 게임을 요청한 주 기자가 묻는다. “다음 중 휴가 때 보고 싶으신 영화는? 말죽거리 잔혹사 VS 아수라.”

엔터테인먼트 쇼로 바이럴에 성공한 쿠팡플레이의 특화 콘텐츠라면 단연 스포츠다. 손흥민의 토트넘을 시작으로 이강인의 레알 마요르카, 황의조의 FC 보르도, 황희찬의 울버햄튼, 최근엔 김민재의 페네르바체 SK에 이르기까지 한국 선수들이 뛰는 팀들의 경기를 디지털 생중계 해준다. 생중계 중 랙 현상이 생기는 점, 토트넘과 울버햄튼을 제외한 EPL 경기는 하이라이트로만 볼 수 있다는 점은 아쉽지만, 국가대표 경기를 중계하는 케이블 TV 채널도 유료화된 마당에 쿠팡플레이가 기민하게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2025년까지 축구 국가대표 경기들을 생중계로, 또 국내에선 비인기 스포츠인 NFL(미국 미식축구리그)을 해설까지 곁들인 상태로 볼 수 있는 곳도 쿠팡플레이다. 애초 쿠팡플레이가 ‘나의 단 하나의 OTT’가 아닌 ‘보조적인 OTT’라는 생각 때문에 기대가 크지 않아서인지, 웬만하면 너그럽게 보인다. 볼수록 귀엽다고 느끼는 건 큐레이션 방식이다. ‘20세기의 낭만’이라는 타이틀 아래 <스트리트 파이터>, <천장지구>, <델마와 루이스>, <대부> 같은 영화들을 묶어놓는 발상이 그렇다. 드라마 <연애시대>를 아무리 다시 보고 싶어도 SBS 웹사이트나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회당 2200원에 구매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쿠팡플레이에서 정주행할 생각은 있다. 종편 프로그램들의 포스터와 오은영 박사의 얼굴이 메인 화면에 곧잘 떠 있고, EBS 맞먹는 교육 콘텐츠들이 실하며, TV만화 <슬램덩크> 101부작과 <원피스> 극장판이 어우러진 불균질함은 이 OTT의 사용자가 쿠팡 회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2900원에 이 정도면, 됐다. 글 | 권은경(<더블유> 피처 에디터)

👍 OTT계의 가성비 갑. 

👎 쿠팡 멤버십의 플러스 알파가 아닌 단독 OTT로서는 아무래도 아직 콘텐츠가 약하다. 

무비 MUBI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인 무비의 본사는 런던에 있다. 한국을 포함해 190개 국가에서 무비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상업영화는 없으며, 대신 영화 애호가라면 반길 수밖에 없는 예술영화, 독립영화는 물론 고전영화까지 다수 제공한다. 과거에는 검색하기도 어렵고, 하루에 영화 한 편씩을 오픈하고서 30일만 서비스를 했으나, 요즘은 그보다 긴 기간 동안 서비스하는 영화가 많이 생겼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HD로 볼 수 있고, <미나리>의 리 아이작 정 감독이 2007년에 발표한 <무뉴랑가보>도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자비에 돌란의 <마티아스와 막심>을 독점 공개하기도 했다. 무비는 영화 배급을 직접 하는 곳으로 나름의 오리지널 콘텐츠도 보유하고 있다. 검색은 가능하지만, 결과로 나오는 모든 영화를 감상할 수는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검색 결과 섬네일에서 플레이 버튼이 보이면 감상 가능한 작품이다).

이렇게 불편한 서비스를 쓰게끔 만드는 것은 역시 양질의 영화다. 처음부터 무비는 필름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곳이었고, 그러다 보니 타 OTT와는 분위기부터 감상 방식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한국어 자막이 없기에 감상에 어려움이 크지만, 그나마 영어 자막은 다수 제공한다. 무비에는 세계 각국의 영화들이 있기 때문에 영화마다 사용 언어도 천차만별, 따라서 영어 자막은 필수에 가깝다. 검색 키워드를 알지 못하면 메인 화면에서 추천하는 영화 위주로 볼 수밖에 없는데,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도전 정신과 공부할 과제를 안겨준다. 일부 작품은 관련된 꽤 길고 양질인 글도 제공하므로, 큐레이션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 좋은 영화는 물론 그 외의 자료들도 접할 수 있다. 국내 OTT에서 유저들에게 댓글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무비도 유저에게 코멘트를 남길 수 있게 공간을 제공하는데, 가벼운 감상평은 달기 어려운 분위기다. 현재 가입자는 8백만 명 정도.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확실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진성 유저’만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OTT라면 접근성이 어려울 것만 같지만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아이패드는 물론 웹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며 안드로이드 TV, 크롬캐스트, 플레이스테이션, 아마존 파이어 TV는 물론 삼성과 LG의 스마트 TV와도 호환 가능하다고 한다.  글 | 블럭(음악 칼럼니스트)

👍 시네필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 

👎 예술영화, 고전영화에 대한 애정이나 사전 지식이 없다면 힘든 곳. 

피처 에디터
권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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