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된 멋과 강인한 우아함, 탁월한 기능성을 따뜻한 색상의 팔레트에 담아낸 로로피아나의 2021 F/W 컬렉션. 배우 현빈과 함께 가을의 낭만이 깊어간다.
로로피아나 최초의 앰배서더로 선정된 기분이 어떤가?
현빈 그동안 이 브랜드를 ‘지켜봐왔다’라는 표현을 쓰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 전통을 가진, 굉장히 훌륭한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Timeless’라는 키워드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을 가치를 전한다는 정신도 좋다. 앞으로 로로피아나의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쁘다.
로로피아나의 CEO가 말하길, 이 브랜드의 DNA는 탁월함, 편안한 우아함, 가족 전통과 같은 이탈리아의 핵심 가치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 대해서 당신은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나?
베니스에도 가보고 피렌체에도 가봤는데, 같은 이탈리아여도 지역마다 인상이 아주 달랐다. 이탈리아답게 작은 공방들이 많이 보여서 여러 군데 들르기도 했고. 벌써 몇 년 전 일이지만, 전통을 유지하면서 우아하게 사는 곳이라고 느꼈다. 좀 슬픈 순간도 있었다. 베니스의 수면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여행 중에 들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분명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못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최대한 곳곳의 모습을 눈에 많이 담으려 한 기억이 난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고 하면 ‘휴가’와 ‘가족’이 연관 검색어로 먼저 떠오른다. <아이 엠 러브>도 그렇고, 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나는 <대부> 시리즈를 워낙 좋아한다.
여러 의상을 갈아입으며 화보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빈의 드레스룸에서 가장 오랜 세월 보존되고 있는 아이템은 뭘지 궁금했다. 시간이 꽤 흘러도 변함없이 애정하고, 함부로 버릴 생각이 들지 않는 아이템 말이다.
코트류가 그렇다. 어떤 옷이든 튀거나 유행을 탈 만한 것보다는 기본적인 스타일을 좋아한다. 로고가 보이는 것보다는 감춰진 것, 요소가 복잡한 것보다는 심플한 것. 생각해보면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코트 중에도 그런 스타일이 많다.
혹시 코트만 쭉 걸어놓은 행어 쪽은 검정 코트가 지분을 많이 차지해서 시커먼 기운이 도사리나?
‘알록달록’까지는 아니지만 캐멀색도 더러 있다. 검정, 회색, 캐멀색 코트가 다수인 것 같다.
당신이 말수가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라는 정보는 사전에 입수했다(웃음). 하지만 현빈도 신이 나서 떠들 수 있는 대화 거리가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무엇이 당신의 말수를 많아지게 하나?
요즘엔 골프가 그런 소재 같은데…. 남자들은 결국 자기 취미 생활에 대해서라면 이야기를 좀 하니까.
골프의 어떤 점이 좋나?
일단은 공기도 풍경도 좋은 곳에서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걸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골프를 할 때면 머릿속의 잡생각이 사라진다는 점도. 고요하게 그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골프를 잘 치나?
그냥 남들과 즐길 수 있는 만큼?
그렇게 말하지만 왠지 출중할 것 같은 느낌이다. 몸을 만들어야 하는 PT가 운동이라면 골프는 당신에게 레저인 셈인가?
그렇게 두 가지를 구분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서로 좀 다르긴 하다. 골프는 내 머릿속을 비워주면서 어떻게 보면 웨이트보다 더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아주 잘하고 싶으니까(웃음). 웨이트에 대해서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은 없어서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 대신 그걸 하는 동안에는 훨씬 힘이 들지. 골프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긴 하지만, 웨이트든 골프든 나에겐 스트레스를 푸는 종류의 취미이자 나와 뗄 수 없는 요소들이다.
작년에는 영화 <교섭>을, 얼마 전에는 영화 <공조: 인터내셔날> 촬영을 마쳤다. 작품에 몰두하는 시간에서는 벗어났는데, 요즘 현빈의 뇌 구조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생각은 뭔가?
원래는 한 작품을 마치면 해외로 나가곤 했다. 나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서다. 좀 다른 것들을 눈에 담거나 듣고, 휴식도 취하면서 그 직전까지 매달렸던 프로젝트로부터 받은 영향을 털어내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그런데 몇 작품을 소화하는 동안 그 과정을 거치지 못했더니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계속 달리는 기분이다. 끝나도 끝나지 않은 듯한 느낌.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모든 면에서 나에게 도움이 될지, 요즘 그 고민이 가장 크다. 돌파구가 필요한데 아직까진 그게 뭘지 잘 모르겠다.
얼마 전에 인터뷰한 배우도 비슷한 표정으로 비슷한 말을 했다. 작품이 끝난 후 하다못해 모든 스태프들과 ‘쫑파티’라도 해야 마침표를 찍는 기분이 드는데, 그러지 못해 답답하다고. 당신의 루틴이 와해된 감이 있나 보다.
그렇다. 내 루틴이면서, 전 작품의 영향을 씻고 다음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건 배우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마침표와 쉼표가 불분명한 상태로 다음 작품을 맞이하면 비슷한 상황이 계속 연장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시간이 주어졌을 때 사소한 것이든 큰일이든 뭔가 방법을 찾아두고, 다음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새 작품과 새 인물을 받아 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착수하는 편인가?
우선 그 시나리오나 대본에 있는, 내가 연기할 캐릭터가 지닌 환경이 먼저 눈에 띈다. 집안의 특성이나 현재와 과거의 직업 등등. 예를 들어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북한 사람이니 북한말을 써야 하고, 피아니스트로 지낸 과거가 있으니 피아노를 칠 수 있어야 했다. 그런 데서 역할을 위해 준비할 것들이 일차적으로 나온다. 그다음으로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살펴본다. 그 관계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또 뽑아낸다.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것들에서 챙길 것을 챙긴 후에는 각 상황 속으로 조금씩 들어간다. 그러다 보면 이제 신별로 필요한, 내가 뽑아내야 할 것이 보이는 식이다.
<사랑의 불시착>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었다. 일본에서는 1년 가까이 시청률 상위권에 머물렀고,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어떤 피드백들을 들었나?
그냥 뭐, 이런저런 얘기를 전해 듣는 거지. 여러 나라에서 보신 분들이 꽤 많다고. 아, 올해 <공조: 인터내셔날>을 함께 촬영한 헤니한테서도 드라마가 인기 좋다는 말을 들었다. 헤니의 미국 친구들이 그렇게 나와 인증샷을 꼭 찍어 오라 했다고(웃음).
다니엘 헤니가 영화 촬영차 한국에 잠시 머문 동안 <더블유>와 화보를 찍어서, 나도 인증샷 미션은 들었다. 여러 인종의 사람이 모여 <사랑의 불시착> 리액션 반응을 담는 식의 유튜브 영상도 많다.
나는 대본을 볼 때부터 북한 주민들과 부대원들 사이에 일어나는 상황을 재밌게 봤는데, 한편으로 이게 다른 나라 시청자들에게도 통할까 싶은 마음이 있었다. 북한말이 자아내는 포인트 말이다. 그런 걸 모른 채로도 재미를 느낄까 했는데, 몰라도 딱히 상관은 없나 보더라. 그 점이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기도 하다.
파급력이 강한 작품이었다고 체감을 했나?
느끼지. 이렇게 로로피아나의 앰배서더가 됐으니까(웃음). OTT는 거의 동시간대에 여러 국가의 사람들이 한 작품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에 영향력이 상당한 듯하다.
그 이후 영화 두 편을 마쳤고, 언제 개봉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머지않아 만나게 될 거라 기대한다. 놀라운 건 임순례 감독의 <교섭>을 작년 하반기에 요르단에서 촬영했다는 점이다.
아주 운이 좋았다. 내가 알기로는 요르단 쪽과 의견을 조율하는 와중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 제작을 멈추지 않고 진행은 하되, 원래는 요르단 로케이션이 먼저였지만 국내 촬영분을 먼저 소화하는 것으로 순서가 바뀌었다.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킨다는 전제하에 들어갔다. 요르단에서 2주마다 검사를 했고, 외부에 나갈 때도 활동 반경이 정해져 있었다. 그렇게 두 달에 걸쳐 로케이션 작업을 마쳤다.
<교섭>에 대해선 ‘중동에서 납치된 한국인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의 이야기’ 정도만 알려져 있다. 임순례 감독은 <제보자>라는 추적극을 연출한 적도 있지만 아무래도 <리틀 포레스트>, <남쪽으로 튀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같은 작품이 먼저 떠오른다.
나도 <교섭>이라는 영화가 임 감독님이 여태까지 해온 이야기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차분하고 조용하면서도 굉장한 카리스마가 있다. <교섭>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책임지면서 현장에서도 차분하게, 모든 사람의 모든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다. 그분을 알게 되면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그냥 확 온다. 동물 구호 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내가 아는 감독님의 인간적 성향과 <교섭>의 이야기가 만났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나도 출연 배우지만 아주 기대된다.
<공조: 인터내셔날>은 어떤 경험이었나? <공조>가 성공했기에 속편이 제작된 것일 테지만, 속편이나 시리즈물 작업은 작품의 브랜드를 키워가거나 전작의 영광을 깎아먹거나 둘 중 하나다.
나도 2편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할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우선 시나리오가 1편보다 재미없다면 다시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거기에 1편의 출연진이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면 역시 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이야기의 소재는 바뀔 것이고, 전편과 같은 인물들이 그 바뀐 소재의 상황에 대처하면서 또 다른 재미를 보여주는 게 시리즈물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찍으면서 전보다 훨씬 재밌었다. 개인적으로는 힘든 점이있기도 했고.
뭐가 힘들었나? 몸을 쓸 일이 많아서?
아니, 그 점이야 내가이미 했던 거라 시작할 때부터 알고 있어서 괜찮았다. 그런데바로 그 ‘했던 것’에서 문제점이 생겼다. 나는 1편에서 특수 정예부대 출신의 북한 형사 철령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놨기때문에 이번에는 전과 다른 상황 속에 철령을 집어넣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보다 수월하고 편할 거라 생각했지. 판단 미스였다, 아니더라. 작품은 전편보다 발전해야 한다고 여겼으면서 왜 캐릭터는 발전시킬 생각을 안 했던 걸까?
같은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나?
플러스할 뭔가를 빨리 만들어내야 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내 역할과관계된 인물들 사이에서, 또 신마다 상황을 분석하면서 플러스 요소를 막 찾기 시작했다. ‘전편보다 철령의 계급이 올라갔으니 그 점에 따른 변화가 있겠지, 어떤 점이 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찾기도 했고. 그렇게 이것저것 찾아내서무사히 연기를 마쳤다(웃음).
현빈이 한국 남자 배우 중에서 극 중 북한말로 대사를 가장 많이 한 케이스일까?
내가 북한 사람으로 나온 작품이 딱 두개인 거 아나? <사랑의 불시착>과 <공조>뿐이다.
그런가? 당신이 인터뷰를 북한말로 한다고 해도 대화하기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그 두 작품이 다 잘됐기 때문에 그만큼 각인이 돼서 그럴 것이다. 내가 재벌 역할 전문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런데 재벌로 나온 작품은 오래전 <내 이름은김삼순>과 <시크릿 가든> 정도다. 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도세 개밖에 안 했다(웃음).
30대 이상 남자 배우 중 로코는 로코대로, 액션은 액션대로 찰떡처럼 맞는 옷으로 소화하는 인물이 국내에 딱 두 명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 하나가 현빈이다. 로코의 이미지가 굳어질 것 같으면 장르물을 택하는 식으로 흘러왔나?
딱히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나이 들어 여러 가지가 달라진 상태에서 다시 읽으면 또 다르게 다가오지 않나? 같은 대본이나 시나리오라도내가 그걸 어떤 나이에, 어떤 상황과 감정 상태일 때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읽힌다.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로코를 시작해서 한동안 그런 작품을 안 하다가 <시크릿 가든>을택한 게 5년이 흘러서다. 어느 정도 안 했던 성격의 작품이 문득 당길 때가 있고, 또 어느 때는 사회적인 현상에 나도 영향을 받으면서 내 머릿속에 그와 관련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을때 선택하게 되는 작품도 있다.
사극도 했다. 영화 <역린>의 정조. 2014년 봄, 개봉을 앞두고 <더블유> 인터뷰에서 당신이 한 말을 읊는다. ‘20대 때는 빨리 30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40대 초반이 궁금하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고, 그 나이가 될 때쯤에는 20대나 30대에 겪었던 변화보다 더 많은 변화를 겪었을 것 같다. 내 가 어떤 상황일지 궁금하다. 가정을 꾸렸을 수도 있고 애가 생겼을 수도 있다.’
마지막 언급은 결국 틀린 것으로 밝혀졌네(웃음). 물론 가정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변함없다.
궁금해하던 나이가 다가왔는데, 그래서 현재는 어떤 상황 같나?
그 말을 하던 시절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듯하다.
마흔의 현빈에게는 어떤 뿌듯함과 어떤 갈증이 있나?
뿌듯함은 그래도 쉬지 않고 계속 일한다는 것. ‘나의 선택들이 그렇게 잘못되진 않았구나’ 하는 뿌듯함이 있다. 갈증보다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한편으로 점점 내가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거다.
그건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가?
이 직업은 어떤 교집합이 있어야 계속 갈 수 있는 직업이 아닐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내가 충족시키면서 만들어지는 그 교집합 말이다. 기대를 100퍼센트 맞추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웬만큼 맞춰 사는 직업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이게 진짜 나일까,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진 나를 진짜 나라고 착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에게 속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누구일까’라고 물음표를 던진 적이 있다. 그때 약간 섬뜩하더라.
음. 언제쯤의 일인가? 최근에도 그런 의문을 가진 순간이 있나?
최근에도 물론 있다. 그런 질문은 꾸준히 한다. 간단한 예로 내가 어떤 액션을 해내면 그게 나라는 배우가 할 수 있는 액션의 기준점이 된다. 만약 다음 번에 그 기준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미스’가 생기고 뭔가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액션 연기뿐 아니라 모든 지점에 있어서 마찬가지다. 경험과 작품이 쌓이면서 내게 주어진 숙제가 늘어나고, 매번 어떻게든 그 수준에 맞추는 일을 하고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 나는 어딨지?’ 싶어 헷갈리기도 하는 거다.
알려진 존재로서의 자신과 자연인인 자신, 혹은 공적인 현빈과 사적인 현빈 사이에서 헷갈릴 때가 있다는 말로 들린다.
아까 말한 ‘뇌 구조’에 대한 이야기와 연결된다. 작품 사이의 공백기를 내 개인적인 삶으로 잘 채워놔야 이후 활동하면서 사람들의 기대치에서 미스가 덜 나고, 내 나름 가지고 있는 어떤 괴리감 역시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게 내 결론이고 판단이다. 밸런스의 문제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배우 현빈으로 사람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자연인 현빈의 시간이 어떤 현명한 방식으로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당신이 짊어진 바와 엄격함에서 조금은 벗어나 보다 자유로워지긴 힘든 일일까?
인생의 반을 이 일을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일과 관련한 걸 배제할 수는 없는 상태가 됐다. 두 가지 사이에서 적절하게 잘 맞춰보려고 노력한다. 요즘 그 길을 위한 방법을 계속 고민 중이라는 것이고. 내 성향상 공과 사를 많이 구분하며 살지만, 그 둘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직업이 나를 다 감싸버리지 않도록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는지가 관건 같다. 반대로 진짜 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개인적인 내 모습이 충족되는 시간을 가지면, 그게 결국 연기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바라고 그리는 미래의 자신은 어떤 모습인가?
직업적으로는 지금처럼 연기를 향한 열정이 식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내 직업이 평범하진 않지만 그래도 평범한 것들을 좀 느끼고 누리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누가 일부러 제약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제약들이 있으니까.
평범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편안하게 사적인 현빈을 좀 내보이는 것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가 작품에서 내 연기를 드러내듯 사적인 나를 ‘제 모습은 이래요’ 하고 드러내는 게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 물론 연기할 때 내 평소 모습에서 조금씩 조금씩 써먹는 부분은 있지만. 나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누군가 아는 것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있다는 것도 모두 작품을 통해서 가능해진 일이다. 그러니 나는 다시 작품을 통해 그들에게 가야 한다.
앞으로 공개될 <교섭>과 <공조: 인터내셔날>의 현빈에게 우리는 뭘 기대하고 있으면 되나?
기대하지 말고 그냥 계시면된다. 기대 같은 걸 뭘 하나, 그런 건 안 하는 게 좋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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