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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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전 지구가 일시 멈춘 순간, ‘앤트로포즈(Anthropause)’. 강이연 작가는 모든 존재가 유한하다는 진실을 망각한 채 끝없이 팽창하기만 해온 인류가 결국 맞이한 일시 정지의 순간을 주목했다. 그 정지가 소모적이거나 무의미하게 사라지 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 멈춤’으로 치환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이 담긴 전시 <앤트로포즈>가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열린다.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가면 첫 번째 마주하게 되는 설치 작업 ‘무한’은 정밀하게 설계된 스크린에 빛을 표현한 영상이 투사되는 작업으로, 이는 150년간 대기 중에 증가한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시각화한 것이다. 작가는 인류의 행위와 기후 변 동의 인과 관계를 작업을 통해 드러내며, 그 상호 작용 속에 인간이 위치한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한편, ‘유한’은 전시장을 가 득 채우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영상, 사운드 작업으로 타오르는 숲을 덮는 고층 빌딩,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산맥 등을 디지 털 공정으로 제작해, 숲의 파동, 도시 소음, 제1·2차 세계대전 당시의 소리와 현악 이중주를 통해 강렬한 현장감을 더했다. 

작지만 거대하게 느껴지는 이 공간에서 강이연이 창조한 두 인공 환경, 아름답고 압도적으로 제작된 ‘무한’과 ‘유한’을 공감각 적으로 체험하는 것은 인류의 일시 정지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또 다른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사유하게 한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사진
COURTESY OF YIYUN KANG, PKM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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