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누구나 사용 가능한 제품을 선보인 자라 뷰티 컬렉션. 이를 구현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이엔 켄달과 나눈 이야기.
얼마 전 조 말론 CBE 여사와 협업한 향수로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자라가 이번에는 메이크업 제품과 도구를 포함한 브랜드 최초의 뷰티 컬렉션을 론칭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자라 립스틱을 바를 수 있게 되다니! 이 두근거리는 파트너십의 주인공은 4대 패션위크는 물론 캘빈 클라인, 톰 포드와 같은 유명 패션·뷰티 브랜드의 광고 캠페인, 내로라하는 잡지 화보 등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다이엔 켄달(Diane Kendal)이라고 했다. ‘정형화된 아름다움은 없다, 다양한 아름다움만 있을 뿐이다(There is No Beauty, only Beauties)’라는 모토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니, 조만간 세계 여성들의 화장대를 점령할 자라 뷰티 컬렉션은 어떤 모습일까? 전 세계 동시 론칭을 앞두고, <더블유 코리아>가 비밀리에 그녀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라 뷰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소감이 어떤가?
협업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 두말할 필요 없이, 자라이지 않나! 자라 매장은 엄마와 딸,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방문해 경험을 공유하는 장소다. ‘포괄성’과 ‘대중성’으로 대표되는 브랜드이니만큼 그러한 콘셉트를 자라 뷰티에도 적용했다. 또한 자라는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의식 있는 브랜드이다. 기업의 책임을 다하는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제품의 포뮬러, 컬러, 텍스처를 만드는 건 무척 즐거운 작업이었다. 결과적으로 깨끗한 공정으로 만든 개성 있고 혁신적인 제품들이 탄생했고, 제품 하나하나가 자랑스럽다.
그동안 맥, 마크 제이콥스 뷰티 등 다양한 브랜드와 일해왔다. 오랫동안 자라와 커뮤니케이션하며 자라라는 브랜드에 대해 무엇을 느꼈나?
모든 방면에서 앞서가는 브랜드, 전 세계 트렌드를 리딩하는 선두주자! 자라와는 이번 뷰티 컬렉션을 만들기 전부터 다양한 광고 캠페인을 함께해왔다. 대략 10년은 된 것 같다. 자라 뷰티 컬렉션 개발에 앞서 내게 조언을 구했을 때, 운명처럼 ‘내 일’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라와 일하는 모든 과정은 그동안 그래왔던 대로 판타스틱했다.
자라 뷰티 컬렉션을 위해 스티븐 마이젤, 데이비드 심스, 마릴린 민터 등 이름만 들어도 ‘헉’ 소리가 나는 사진가들과 작업했다. 그것도 9명씩이나! 특히 한국인 모델 최소라가 등장한 화보는 에디터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크레이그 맥딘(Craig McDean)의 작품이다. 그런지한 사진에 독보적인 그답게 90년대 룩을 기획했고, 강렬한 아이라인의 최소라는 더없이 어울렸다. 하이패션 포토그래퍼로 대표되는 스티븐 마이젤(Steven Meisel)은 60년대 레트로 이미지를 만들었다. 맨얼굴인 듯 내추럴한 느낌을 살린 조 거트너(Zoe Ghertner)의 화보와 컬러와 재미의 측면을 강조한 나딘 리에웨레(Nadine Liewere)의 화보를 비교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모델의 감정과 표현력에 집중한 올리버 해들리 피치(Oliver Hadlee Pearch)의 사진은 가장 젊고 생기발랄하다. 유리 표면에 물을 묻혀 연출한 마릴린 민터(Marilyn Minter)의 왜곡된 아름다움은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으로 아방가르드한 느낌을 극대화한 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심스(David Sims), 스트리트 감성을 살린 마리오 소렌티(Mario Sorrenti), 무대 위에 선 연극 배우를 연상시키는 파비안 바론(Fabien Baron)까지, 모든 사진가들은 각자의 시각으로 아름다움을 해석했다.
무려 130가지 이상의 컬러 제품이 5월 12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시된다. 아시아인으로서 해외에서 먼저 출시되는 제품을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에 동시 론칭 소식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이는 다양성과 공존을 위한 메시지인가?
앞서 말한 대로다. 인종,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전 세계 동시 출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하나 공개하자면, 처음에는 팬데믹 상황으로 호주가 이번 론칭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왜 호주는 항상 늦냐는 연락을 받았고, 동시 론칭을 위해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 론칭 2주 전 매장용 제작품을 보냈을 정도다.
특히 다양성을 강조하는 브랜드가 이를 드러내고자 수십 가지 컬러의 파운데이션을 선보이곤 하는데, 이번 컬렉션에 메이크업의 기본 바탕이 되는 파운데이션이 포함되지 않은 점이 의외다.
고백하건대, 완벽한 포뮬러의 파운데이션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퀄리티의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서 좀 더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제품을 개발하려면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한다. 어떠한 포뮬러로 만들지, 어떠한 케이스가 어울릴지 수많은 고민 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늦어도 겨울에는 파운데이션, 틴트 등을 추가로 론칭할 예정이니 너그럽게 기다려주기 바란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뷰티가 트렌드인 상황에서 동물 테스트를 배제하고, 리필 가능한 케이스로 만든 제품이 이렇게 저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기획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하우스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비재 기업의 강점을 십분 발휘한 셈이랄까? 그리고 자라 로고의 Z에서 영감 받아 제품을 기울여 디자인한 커스텀 패키지도 또 하나의 재미 요소다. 뉴욕과 파리를 기반으로 하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바론&바론(Baron&Baron)과 함께한 덕분이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제품을 딱 세 개만 꼽는다면?
세럼처럼 매끈하게 발리지만 매트하게 마무리되는 스틸레토 데미 매트 립스틱은 입술 위에 선명하게 발색되고 지속력도 탁월하다. 마스크를 착용해도 제 기능을 십분 발휘할 것이다. 덧칠하는 정도에 따라 발색이 조절되는 아이섀도는 컬러 조합이 압권이다. 무엇을 섞어 써도 서로 잘 어우러질 것이다. 또 39가지 컬러의 네일 폴리시는 히어로 제품으로 등극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처음에는 12가지 컬러로 기획했는데 네일 숍에 가기 어려운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컬러를 추가했다. 한국에서는 공식 온라인 스토어(www.zara.com/kr)와 자라 강남점에서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더블유 코리아>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해줄 수 있나?
립, 아이, 페이스, 네일 폴리시, 메이크업 브러시 등 모든 제품은 우수한 제품력을 갖췄다. 그러니 부디 자라 뷰티 컬렉션을 온전히 즐기고, 다양하게 시도해보길 바란다. 메이크업 팁이나 방법에 너무 구속받을 필요 없다. 메이크업에 한계는 없으니까!
- 뷰티 에디터
- 천나리
- 사진
- COURTESY OF Z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