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손, 원슈타인, 지올팍, 그리고 찬주씨. 2021년을 자신들의 해로 만들 레이블 단 하나를 말하자면, 뷰티풀 노이즈다.
No. 1 MOMMY SON 마미손
2018년 그가 자신이 누군지 뻔히 아는 사람들을 향해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는 마미손이다”라고 소개할 때, <쇼미더머니> 축하 무대에 올라 “한국 힙합 망해라”라고 소리쳤을 때, 사람들은 웃었다. 2019년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매드 클라운과 마미손을 동시에 섭외하는 시도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미손이라는 존재는 활동 연차가 쌓인 한 래퍼의 몸부림인가 싶었다. 그러나 마미손에게는 보다 큰 그림이 있었다. 그는 복면을 쓰기 전부터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재능 있는 뮤지션을 찾아다녔다. 이미 알려진 뮤지션과 신선한 재미를 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재밌는 친구들’과 조금이라도 반향을 일으키길 기대하며 그는 레이블인 뷰티풀 노이즈를 만들었다. 흑인 음악을 베이스로 한 아티스트가 속해 있지만 힙합 레이블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마미손은 뷰티풀 노이즈가 힙합 커뮤니티 안에서만 언급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포함해 원슈타인, 지올팍, 찬주씨 같은 아티스트가 문화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되길 바란다.
2018년에 등장한 마미손은 ‘소년점프’라는 첫 곡을 내놓으며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라고 외쳤다. 여전히 계획대로 되고 있나?
마미손 사실 나는 아무 계획이 없다. 계획이라기보다 지향하는 모토를 말하자면, 뻔하지 않고 읽히지 않을 법한 작업물을 계속 내놓는 것. 작업물을 만들 때마다 우리가 재밌게 놀자는 게 뷰티풀 노이즈의 철학이고, 계획이라면 계획이다. 뭔가를 하면서 재미가 붙으면 계획은 그때그때 알아서 생긴다.
뷰티풀 노이즈는 어떤 레이블인가?
음악 레이블이긴 하지만 음악만 하려는 곳은 아니다. 때로는 음악을 소품처럼 활용하며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려는 레이블이다. 재능이 충만한 아티스트들이 앨범 내고 뮤직비디오 찍고 공연하는 정도로만 활동하긴 아까우니까. 여러 채널과 여러 방식을 시도하려면 다른 장르와의 협업도 중요하다. 찰흙, 애니메이션, CG 작업 하는 분들… 관심 갖고 지켜보는 분야와 인물이 있다. 지난해 핼러윈 즈음 블랙핑크의 곡을 커버하는 단체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는 퓨어디라는 특수분장사와 작업했다. 해보니 아주 재밌다.
마미손과 뷰티풀 노이즈의 출발점이 같았나?
내가 구상한 레이블대로 가기 위해서 우선 마미손이라는 캐릭터가 필요했다. 아무리 인기 있는 뮤지션이라도 사이클이 있다고 생각한다. 뮤지션은 자신을 4~6년마다 리브랜딩해야 한다. 새로운 시도로서 레이블을 시작했는데, 잘 해보려면 시작 부터 신선하고 창의적일 필요가 있었다.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들을 통해 시장의 세대교체를 이루고픈 바람도 있었고.
레이블 수장을 해보니 체질에 맞나?
안 맞다. 나에겐 리더십이 없다. 좀 더 신뢰를 쌓기 위해 나도 배우고 있다. 예를 들어 애들에게 카카오톡 기프티콘을 보내준다든지… 환심 사려고 노력 중이다.
레이블 아티스트들 간 친목 도모를 위해 자전거 모임을 추진한 적이 있다던데.
한여름이었지. 자전거로 한강 길을 달리던 찬주씨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다들 별로 좋지 않았는데 나만 신났던 거 같다.
하지만 당신에게서 지략가의 기질이 강하게 드러난다. 원슈타인과 지올팍을 발굴했다는 점에서도 마미손을 헤드헌터급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내가 예전부터 그런 걸 좋아했다. ‘이건 어느 정도 차트에 오르겠다’, ‘이건 잘 안 되겠다’ 예측하고 실험하며 게임하듯 즐기는 것. 음악 스타일이든 가사든, 모자이크 만들 듯이 여러 요소를 새롭게 재조합하는 것. 여기저기서 따오는 걸 잘한다. 무심하게 현상을 바라보다가 확 꽂히는 게 있으면 늘 기억해놓고 적절히 섞어 사용한다. 이런 재조합이 현시대 예술가들에게 중요한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아티스트 마미손으로 사는 삶은 어떤가?
꽤 성공적인 등장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만이 아는 실패가 있다. 2018년 <쇼미더머니>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다. 안타까운 일을 당한 어떤 사람에 관한 곡을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그 곡을 발표할 수도 있었는데 결국 못했다. 내가 몸을 사렸다, 무서워서. 안타까운 일을 당했다는 그 사람의 주변인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다.
복면을 쓴다는 건 원래의 자신을 숨긴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생긴 변화가 있던가?
일단 헤어 메이크업을 안 해도 된다는 것. 이거 정말 큰 행복이다. 편하다. 그리고 캐릭터를 갖게 되니 할 수 있는 게 늘어난다. 캐릭터 때문에 제한적일 것 같지만 오히려 뭔가를 한 번 트위트스해서 결과물을 내놓기에 더 좋다. 나는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새로운 걸 시도하면서 거기서 시너지가 날 때의 즐거움이 크다. 좀 더 과감해지는 면도 있다. 아직까지 복면을 쓰고 일상생활을 해본 적은 없지만, 이제 좀 해볼까 한다. 밖에 장 보러 갈 때도 복면 쓰고 나간다거나.
그 꽃분홍색 복면은 몇 개나 가지고 있나?
10개 정도. 보기와 달리 주문 제작한 아이템이다.
복면은 조물조물 손세탁을 하나, 세탁기에 울 코스로 돌리나?
손세탁한다. 어쩔 수 없이 보풀은 계속 생긴다. 눈과 입 구멍도 점점 넓어지고 있어….
마미손이 결투를 신청하고픈 수장이 있다면?
음… 윤종신 선생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분이 한 말에서 영감을 받은 적도 있고. 매달 곡을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는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10년이나 꾸준히 해왔다니 믿기지 않는다. 추진력과 창의성에서는 비교할 사람이 거의 없는 듯하다. 주제넘지만, 결투를 신청한다면 그를 넘어보고 싶다.
2021년 뷰티불 노이즈의 포부를 말하자면.
우리는 올해부터 진짜 시작이다. 마미손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밑 작업 기간이 길었다. 원슈타인, 지올팍, 찬주씨 모두 각자의 특이함이 있고 희한한 친구들이다. 설명하기 어려운 아우라가 있는데, 그건 말보다는 작업물로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뷰티풀 노이즈와 관련한 굵직한 프로젝트를 매해 하나씩은 하고 싶다. 꼭 음원 발표가 아니더라도 단편영화나 광고가 될 수도 있고, 형식은 고정적이지 않다. 그러한 활동을 위해 각 분야의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일에 열려 있다.
No. 2 WONSTEIN 원슈타인
원슈타인은 약 두 달 전, 생애 첫 화보를 <더블유>와 찍었다. 순도 높은 소년 같은 그의 무해한 음악이 세상에 알려지고, 길가에 오소리가 지나다니던 시골집에서 혼자 음악 만들던 그의 이야기도 알려졌다. 요즘 그는 갤럭시폰 광고에 등장한다. 그 광고 속에 흐르는 ‘GOAT’는 작년 여름 발매된 디지털 앨범 <Zoo>에 수록된 노래다. 원슈타인의 작업물을 실물로 소장하고 싶은 팬이 늘어나자 그는 앨범 천 장을 찍었고, 앨범들에 6시간 동안 사인을 했다. 앨범 품절 속도에 감명받은 그는 사인 음반을 추가 발매하기로 마음먹었다. 원슈타인의 유명세는 분명 뷰티풀 노이즈가 본격적으로 세를 키워나가는 데 기폭제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의 평범하지 않은 머리카락을 보다 비범하게 부풀렸다. 어디에서도 드러낸 적 없는 스타일로, 그의 기세를 증명하듯이.
지난번에 만났을 때 원슈타인의 첫사랑에 관해 잠시 얘기 나눴지. 당시 원고에서 밝히진 않았다. 스무 살 때 만난, 열아홉 살 연상의 그 옛 여자친구. 혹시 당신이 유명해지니까 연락 왔던가?
원슈타인 전혀. 지금 40대 중반을 넘었을 테니까… 아마 주부일 수도 있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동안 유명해진 것 외에 사소한 일상에서 예전과 달라진 걸 체감했나?
원래는 지금 마시고 있는 이 스타벅스 커피를 사 먹으려면 좀 고민을 해야 했다. ‘더 걸어가서 저렴한 카페를 찾으면 되는데, 스타벅스에서 먹어도 될까?’ 하고. 이제 커피 정도는 그렇게 신경 안 쓰고 사 먹는다. 지하철은 잘 타고 다니는데, 곧 정산될 거 생각하면 전보다 수입이 더 좋겠지 싶어 택시를 이용하기도 하고.
그러던 어느 날, 삼성전자 갤럭시폰 광고에 원슈타인이 등장하는데… 그 말은 애플 광고에서 원슈타인을 볼 일은 없다는 뜻이겠다.
실제로 폰이나 컴퓨터 장비 중에서 애플 제품을 써본 적이 없다.
최근에 쇼핑한 아이템이 있나?
아직 과감한 쇼핑은 못해봤다. <쇼미더머니>를 하는 도중에 은갈치 빛깔의 운동화를 하나 산 거 정도. 늘 신던 신발의 신발창이 너덜너덜해졌길래. ‘적외선 카메라’를 가이드 녹음만 해둔 상태에서 산 건데, 제대로 음원 녹음하려고 그 운동화 신고 녹음실에 갔더니 기분이 업되어 있어서 간절한 목소리가 안 나왔다(웃음). 같이 작업하던 형들이 신발 하나에 사람이 이렇게 변하냐며 놀리고… 결국 음원은 가이드 녹음용으로 해둔 것을 썼다. 가사 처음 완성한 날 바로 녹음실에 들어가서 원 테이크로 불러봤을 때의 버전이 음원으로 나온 거다.
12월 말에는 싱글 ‘X (Butterfly)’를 발표했다. 초반 가사에서 ‘지금이 아니면 관심조차 없을 테니’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만약 내가 <쇼미더머니> 결승까지 간다면, 결승 무대에서 우승 욕심 포기하고 들려주고픈 노래였다. 말이 많은 노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진 않다고 생각했다. 청자 입장에서는 남이 푸념하는 걸 들어야 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제일 주목하는 순간에 공개하고 싶었다. 노래의 훅은 몇 년 전 친구가 알바하는 곳에 놀러 갔다가 새벽에 그냥 써둔 건데, 가사 내용은 <쇼미더머니>를 하는 도중에 정리했다. 그 곡의 목적은 열등감 있는 사람들에게 ‘들어봐, 나도 열등감 많을 때가 있었어’라고 전달하는 것이다. 열등감 많은 사람이라면, 예를 들어 악플러가 될 수도 있고.
제목을 알파벳 ‘X’ 옆에 괄호 하고 ‘버터플라이’라고 쓴 이유는 뭔가?
몇 년 전 편의점에서 가사를 대충 적었을 때 내용이 ‘나는 안 될 놈이야. 노답, 엑스’ 였다. 그날도 내가 열등감에 차 있었던 거지. 시간이 흘러 어쩌다 보니 내가 잘 풀리는 것 같았고, 그 기분을 어떻게 담으면 좋을까 싶었다. 그러다 ‘아, X가 알고 보니 나비 모양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 데뷔하며 만든 첫 싱글 제목이 ‘거미줄’이다. 내가 거미인 줄 알고 거미줄에 있다가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모습을 떠올렸다.
같이 작업하자고 연락하는 이들은 좀 있나?
꽤 있는데, 그건 내 작업물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그들이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 내가 언급하기는 조심스럽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쇼미더머니>에서 워낙 케미가 좋았던 릴 보이 형과 합작곡을 내기로 했다는 거! 그게 요즘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어제까지도 열심히 작업했지.
지난 <더블유> 인터뷰에서 당신에게 마미손은 ‘상장’ 같은 의미라고 했다. 아티스트 마미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마미손에 대한 확실한 마음 하나는 있다. 그냥 마미손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뭔가를 새로 쓰고 분출하기 위해 태어난 캐릭터라고 보는데, 그 안에서 풀어내고 싶은 걸 다 풀어내고 언젠가 ‘하고 싶은 걸 다 했다’ 하면서 행복해하길.
원슈타인이 스타로 떠오르면서 마미손도 날개를 달지 않았을까? <쇼미더머니> 이후 그와 미래에 대해 어떤 진지한 대화를 나눴나?
자주 대화했고, 내가 먼저 형에게 어떤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예전에 형이 SNS에 ‘내 계획은 아무것도 없는 게 계획이다’라고 썼을 때는 웃기려고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랑 대화할 때도 그랬다. ‘나한테는 계획이 없어, 그게 계획이야.’
원슈타인에게 뷰티풀 노이즈란?
이왕이면 ‘움직이는 성’이었으면 좋겠다. 이사 갈 때 우리는 살던 집을 버리고 가지만, 집이 곧 움직이는 성이라면 어떨까. 버릴 일이 없는 집. 아무도 미래를 확신할 수는 없다. 그저 서로 재밌고, 또는 필요해서 오래가길 바란다.
No. 3 ZIOR PARK 지올팍
지올팍은 자신이 ‘아트 디렉터’에 가깝다고 소개한다. 그는 음악을 하고, 영상 작업도 한다. 글쓰기도 좋아한다. 언젠가 만들 영화의 시놉시스도 써놓았다. 노래하고 랩을 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익살스러우면서 능청맞은 데가 있어서,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辯士)가 떠오르기도 한다. ‘Lonely Diver’ 뮤직비디오를 보면 스탠딩 코미디를 하는 연기자 같기도 하다. 어릴 적 그는 컴퓨터에 꽂힌 10대였다. 20대 초반에는 음악 스타트업을 도모하며 투자자들을 만나러 실리콘밸리에 간 적이 있다. 실리콘밸리의 꿈이 무산되고, 이후 음악도 접으려 할 즈음 그 앞에 음악계의 헤드헌터 마미손이 나타났다. 마미손은 지올팍이 전방위 아티스트라는 걸 알아봤다. 지올팍에게는 언젠가 미국의 음악 시장에서 자신이 살아남는 과정을 다큐 영화로 제작하겠다는 꿈이 있다. 잘되면 잘되는 과정이, 망하면 망하는 과정이 영화화될 것이다. 마미손은 지올팍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너는 회사에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다 주거나, 아니면 어마어마한 빚을 남기거나 둘 중 하나일 거야.”
최근 원슈타인이 알려지면서, 원슈타인에 대해 찾아보다가 같은 레이블의 지올팍에도 흥미를 느끼는 이들이 상당수다.
지올팍 작년에 <Thunderbird Motel>(썬더버드 모텔)이라는 믹스테이프를 발표 했을 뿐 나는 아직 정규 앨범이나 EP조차 낸 적이 없다. 그런데 가만히 있어도 갑자기 팔로어나 조회수가 늘었다. 별 작업물이 없는 공백기에 ‘원슈타인 효과’를 보게 되어 나쁘지 않다. 곧 내 앨범을 낸다.
유튜브에서 지올팍의 뮤직비디오를 찾아보는 재미가 크다. 영상이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데, 어떻게 하고 있나?
영상과 음악 작업을 두루 다 하는 내 크루가 있다. 캐나다에서 필름 스쿨에 다니다 온 친구, 유튜브 콘텐츠 회사에 다니는 친구, 사진 찍는 친구 등등. 대가 없이 지올팍이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집중해줘서, 내가 잘되면 보상을 해야 하는 친구들이다. 여러 문제를 떠나 다들 지올팍이 성공적으로 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데 흥미를 갖고 있다.
뷰티풀 노이즈의 단체곡 ‘Noise’와 당신의 뮤직비디오들에는 ‘척 블루먼’이라는 감독 이름이 화면에 뜬다. 음악을 할 때는 지올팍, 그리고 영상 작업을 할 때는 척 블루먼과 쳇 블랙이라는 두 가지 이름을 내세우는 것으로 안다.
원래 척 블루먼으로는 저예산 작업을, 쳇 블랙으로는 고예산의 웰메이드 작업을 하는 식으로 가려 했는데 지금껏 만든 결과물이 꽤 많고 다소 정신이 없는 느낌이라 척 블루먼이라는 이름은 버렸다. 이젠 지올팍과 쳇 블랙만 남았지. 쳇 베이커와 잭 블랙에서 따온 이름이다. 진지한 사람과 웃긴 사람의 이름 둘을 섞어봤다. 3월에 나올 앨범의 뮤직비디오 작업을 최근에 했다. 늘 저예산만 하다가 이번에 마미손 형님이 큰맘 먹고 지원해준 덕분에 처음으로 규모 있는 작업을 마음껏 해봤다. 시네마 카메라와 지미짚도 사용하고.
어떤 영화를 좋아하나?
지금 떠오르는 걸 말해보자면 웨스 앤더슨의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션 베이커의 <플로리다 프로젝트>.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 중에서는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좋은 게 매일 바뀌는데 지금으로선 그렇다. 팀 버튼 영화는 스토리보다 비주얼을 좋아한다.
원슈타인은 지올팍을 보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가 떠오른다고 한다. 허름한 모텔에서 일기장을 발견했다는 상상을 모티프로 믹스테이프의 이야기와 영상을 풀어가기도 했는데, 판타지는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판타지만큼 가치 있는 게 없지 않나? 꼭 동화적인 판타지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어른이 되어도 누구나 각자의 크고 작은 판타지가 있다. 윌리 웡카는 아이들에게 꿈과 판타지를 심어주고, 그건 영화 속 이야기니까 결국 판타지가 실현된다. 나는 꼭 실현되지 않을지라도 판타지라는 게 있어야 살맛 난다고 생각한다. 새 옷을 사서 입으면 나 스스로에게 젖어드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 남들이 들으니까 나도 듣는 음악 말고, 들으면 내 가치가 올라간다고 느끼게끔 하는 음악
10대 시절엔 어떤 음악을 많이 들으며 자랐나?
퀸, 미카 같은 브리티시 팝과 록 위주 로 들었다.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 마이클 잭슨도. 그들의 아이코닉한 사운드를 좋아했다. 내가 어릴 적부터 어떤 분야에서든 아이콘이 되고 싶었거든.
아이콘은 상징적인 동시에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존재다. 자신이 대중적인 음악관을 가졌다고 생각하나?
내가 하고 있는 음악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나는 멜론 차트 같은 게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른다. 세계 음악 시장, 그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시장에 존재할 법한 걸 대중적이라고 여긴다. 트래비스 스콧만 봐도 하나의 곡 안에서 곡의 형식이 바뀌거나 구성에 디자인이 있는 경우들이 있고, 그런 게 빌보드 1위도 한다. 그런 스타일이 좋다. 내가 영어로 가사를 쓰거나 때로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을 선보인다는 점 때문에 대중적이지 못하다고 한다면, 빌리 아일리시가 하는 건 뭘까?
뮤지션이 되기로 마음먹기 전, 실리콘밸리에서는 무슨 사업을 유치해보려 했나?
당시 국내에서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사운드 클라우드와 인스타그램이 이제는 예술가들의 포트폴리오 역할도 겸하고 있다. 그렇게 예술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앱과 웹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실리콘밸리에 가면 엔젤 투자자가 널렸다는 말을 믿고 무모하게 가봤는데, 다행히 두세 군데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계획서를 마무리해줘야 할 친구들 사이에 분쟁이 났지. 결국 와해됐다. 이후 매년 미국을 찾으면서 하고 싶은 일이 더 뚜렷해졌다.
화보 촬영 중인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데이비드 보위가 떠올랐다. 스타가 될 준비는 마쳤나?
글쎄.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채로 스타가 되기도 하지 않나? 아무도 모를 일이다. 될 대로 되라.
No. 4 CHANJUICY 찬주씨
스모키 아이를 하고 카메라 앞에 선 찬주씨와 갤럭시폰 광고 속에서 원슈타인과 마주 보며 노래 부르는 맑은 얼굴의 여성은 같은 사람이다. 아직 찬주씨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다. 그녀의 목소리를 한번 들으면, 상당히 감미로운 목소리의 소유자라 그 목소리로는 반드시 노래를 해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을 뿐이다. 찬주씨의 유튜브에는 ‘실리 심포니’라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Flowers And Trees’를 배경으로 그녀가 노래하는 영상이 하나 있다. 새가 지저귀고 꽃과 나무들이 나른하게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모티프로 쓴 곡을 부르는 모습이다. 시적인 찬주씨의 목소리가 그 영상 속의 식물처럼 어딘가에서 더욱 피어나길 기대하게 만든다.
갤럭시 광고가 나온 걸 처음 봤을 때 기분이 어땠나?
찬주씨 나야 그냥 나를 보는 거니까 별 실감이 안 났는데, 부모님께 1년 치 효도를 한 것 같다(웃음).
당신은 어떤 배경을 가진 뮤지션인가?
예고를 나왔고, 그때부터 노래를 했으니 노래한 지는 10년 정도 된다. 곡을 내고 싶어서 약 4년 전부터 작곡을 시작해 싱글 몇 개를 낸 적이 있다. 홍대 부근에 살면서 카페나 클럽에서 한 달에 두세 번씩 공연을 했다. 내 공연을 보러 찾아와주는 분들이 있었다. 신기한 건 인스타그램을 보면 게시물 저장수는 많은데, 댓글은 별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은 숨어서 좋아해주나 보다 한다. 낯을 가리는 것 같다, 나처럼.
마미손과는 어떻게 만났나?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나를 알게 됐다고 연락받았다. 처음엔 사기인 줄 알았다. 인스타그램 디엠으로 말을 걸어 왔는데, 그의 인스타그램을 봤더니 프로필 사진에 고무 장갑이 있고… 디엠에 대답했더니 바로 ‘내일 보실래요?’라고 하기에 긴가민가했다. 만나러 나가는 길에도 내가 장난에 낚이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갔다. 그러다 전화를 받았다. 그 첫 통화에서 목소리만 들어도 진짜 그분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왜 당신과 함께하자고 제안했는지 마미손에게 물어봤나?
안 물어봤다. 사실 내가 10대 때 아이돌이 되고 싶어 오디션을 보러 다닌 적이 있다. 어릴 때부터 계약을 앞두고 일이 어그러지는 경험을 했더니 어떻게든 음악 활동을 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다. 모르는 나에게 선뜻 제안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희한하게도 마미손과 다른 회사에서 동시에 연락을 받았다. 나는 마 사장님을 택했다. 첫 미팅 후 몇 개월간 가타부타 확실히 말이 없길래 내가 먼저 계약서 쓰자고 했다.
다른 회사를 버리고 마미손을 택한 이유는 뭔가?
음악 하는 사람들 중 그처럼 계획 있게 움직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감정과 기분에 따라 음악 작업을 하는 편이라고 들었는데, 이분의 행보는 칼처럼 맞아떨어지는 데가 있어서 멋있었다.
오늘 하루 동안 ‘마미손’과 ‘계획’에 대해 다양한 증언을 듣고 있다. 그는 ‘무계획이 계획’인 사람인 거로 결론 내리려던 참인데.
마미손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런데 비치는 모습이 똑똑한 사람이었다.
왜 아이돌이 되고 싶었나?
예쁜 옷 입고 춤추는 모습이 좀 부러웠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테크노 여전사 이정현, 김현정 같은 가수들을 TV로 보면서 꽤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들이 요즘 아이돌과는 다른 스타일의 여자 가수이긴 하다. 춤은 잘 추진 못하지만 좋아한다.
10대 시절엔 어떤 음악을 많이 들으며 자랐나?
다니던 영어 학원에서 금요일마다 팝송을 불렀다. 비틀스의 곡을 많이 불렀고, 잭슨 파이브, 마이클 잭슨, 카펜터스 등의 팝 명곡을 자연스레 접한 게 기억에 남는다.
찬주씨의 목소리로 비틀스의 ‘미셸’을 부르면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다.
미셸! 꼭 기억해두겠다.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장르를 안 가리고 여러 음악을 듣지만, 결국에는 코린 베일리 래에게 마음이 가는 듯하다.
가수로서 꿈이 뭔가?
모두가 아는 노래 한 곡은 남기고 싶다. 나를 수식 할 수 있는 평생의 한 곡. 나라는 사람을 말하면 떠오르는 한 곡이 생긴다면. 지금은 올해 안에 낼 첫 앨범을 좋은 결과물로 선보이기 위해서, 속도는 빠르지 않아도 여러 가지로 조율 중이다.
작년 여름, 뷰티풀 노이즈의 아티스트끼리 친목 도모를 꾀하며 마미손이 기획한 자전거 타기 프로젝트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
과호흡 증상 올 뻔했다. 나는 자전거를 타긴 해도 그렇게 네댓 시간을 달리는 건 생각 못해봤다. 들어보니 마 사장님과 원슈타인은 평소에도 그 정도 탄다더라. 잠원 한강지구에서 만나 아차산 즈음까지 달리는 코스였다. 나는 중도 포기하고 결국 택시를 타고 아차산으로… 그 이후 특별한 친목 모임이 없다.
찬주씨에게 마미손이란?
아직도 모르겠는 사람. 하지만 말에 힘이 있어서, 배울 수 있는 대상.
- 패션 에디터
- 김신
- 피처 에디터
- 권은경
- 포토그래퍼
- HYEA W. KANG
- 헤어
- 장혜연
- 메이크업
- 이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