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가장 창의적인 세대 앞에 놓인 오랜 경계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다.
2020년대가 디자인과 패브릭으로 성별을 나누는 것이 완전히 시대착오적인 시대라면 어떨까. 모든 것에 열린 마음을 가진 현 세대는 패션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세대라 볼 수 있다. 디올맨의 킴 존스는 이 현상의 리더다. 진주 귀고리, 로제트 장식이 달린 태피터 코트, 벨벳 오페라 장갑을 끼고 태연하게 걸어 나온 2020 F/W 시즌의 디올맨. 1950년대 오트 쿠튀르를 놀랍도록 우아하고 현대적인 피스로 회귀시킨 것은 킴 존스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독보적인 기술로 조율한 것이다. 이는 계급과 성별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시대를 여실하게 반영했다 볼 수 있다. 킴의 런웨이 이전에도 레드카펫에서 빌리 포터, 에즈라 밀러 같은 패션 아이콘들의 파격적인 행보가 있었다. 쿠튀르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빌리 포터의 드레시한 슈트, 전형적인 틀을 거부하는 에즈라 밀러, 센세이셔널한 오빌 펙의 카우보이 마스크, 메이크업도 서슴지 않는 루카 사바트 등. 우리는 이전과 달리 더없이 넓은 기준으로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지
- 아트워크
- 허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