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층 음악’이라는 꼬리표를 뗀 트로트의 매력.
<미스터 트롯>이 종편 예능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무려1000만 명이 목요일 밤 TV앞에 앉아 이 흥미로운 음악 경연을 시청한다. 이에 질세라 MBN은 <트로트퀸>, MBC every1은 <나는 트로트 가수다> 로 유행에 편승했다. SBS는 <트롯신>이라는 예능을 준비 중이다. 반짝이 옷을 입은 유산슬의 인기, 중 장년층에게 파급력 1위라는 송가인의 저력, 트로트 예능 열풍 등 대체 트로트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은 트로트에 열광할까?
<미스터 트롯>의 힘
원조 맛집 <미스 트롯>의 후속 프로그램이라는 화제성, 비범한 참가자들, 가창력, 1:1 데스매치 등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 등이 <미스터 트롯>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홍잠언, 정동원, 남승민 등의 어린 참가자가 간드러지는 트로트를 부른 것도 한몫했다. 보통 부모가 보면서 그들의 자녀도 같이 애청자가 되는 수순. 젊은 층을 유인할 수 있었던 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장치 덕분이다.
경기 침체
‘레트로’, ‘뉴트로’ 등 몇 년 전부터 복고 열풍이 분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복고 열풍이 그만큼 불경기라는 걸 나타내는 지표라고 말한다. 풍요롭던 시절,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기 위해 복고를 소비한다는 것. 트로트는 물론, 을지로의 노포, 경양식집, 모나카, 양갱 등의 인기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트로트의 힘
트로트 본연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트로트가 많이 불리는 <가요무대>, <전국 노래자랑>이 30년이 넘도록 이어졌던 건 그만한 소비층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트로트를 누가 들어?’라며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할 때도 우리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는 트로트를 열창했다. 관광버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 대한민국 중장년층의 인구는 약 2천만 명으로 총 인구의 40%나 된다. 이들의 상당수가 트로트를 즐긴다.
단순하고 직접적이다
트로트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오빠 한 번 믿어 봐’, ‘사랑의 초인종을 눌러주세요’ 직진이다. ‘보람 따윈 됐으니 돈으로 달라’며 거침없이 말하는 요즘 세대들의 화법과 유사하다. “싹 다 갈아엎어주세요. 나의 가슴에 재개발해주세요. 내 맘에 전철역을 내어줘요.”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 가사다. 요즘 핫 이슈인 부동산 재개발을 가사에 녹이다니. 이 얼마나 시대상을 담은 서정적인 표현인가.
네 박자
트로트는 미국의 ‘폭스트롯(foxtrot)’장르와 일본의 엔카에서 유래했다. 두 장르가 혼합되어 우리나라의 트로트라는 장르가 탄생한 것. 트로트는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한다. 이 네 박자가 편한 이유에는 여러 가설이 있다. 그중 가장 신빙성이 있는 건 두 발로 걷기에 짝수 박자에 익숙하다는 것.트로트는 이 네 박자에 인생의 희로애락까지 담기니 더 마음이 갈 수밖에.한국인이 트로트가 친숙할 수밖에 없는 이유. ‘애국가’도 4분의 4박자다.
송가인과 유산슬
아주 뛰어난 아티스트가 음악시장의 판도를 바뀌기도 한다. 레드제플린, 비틀스는 로큰롤을 유행시켰고 마이클 잭슨, 서태지와 아이들이 90년대를 댄스 부흥기로 만들었다. ‘송가인’이라는 아티스트가 가진 스타성을 무시할 수 없다. 가창력은 물론 예능에서 보여준 예의 바르고 가식 없는 모습에 전 국민의 며느릿감으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유산슬, 홍진영, 지원이, 설하윤 등의 지원사격까지. 이제 트로트는 20대까지 향유할 수 있는 장르가 됐다.
허세가 없다.
트로트에는 구찌, 베르사체, 샤넬이 등장하지 않는다. 벤틀리, 로렉스를 샀거나 행사로 1억을 벌었다는 SWAG이 없다. 카드값 메꾸고 적금 붓느라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사는 서민들에게 트로트가 친근한 이유다.
- 프리랜스 에디터
- 박한빛누리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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