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보이스

여성들이 모여 선배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 목소리가 지치지 않고 이어질 때 위대함의 가능성은 자랄 것이다.

지난 1월 말 공개된 나이키 캠페인 영상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는 좌우로 분할된 프레임을 통해 여성의 두 가지 모습을 나란히 보여주었다. 정적이거나 역동적인, 온화하거나 혹은 거칠어 보이는 다양한 이미지가 양쪽으로 흘러가며 그 위로는 보아의 서늘한 내레이션이 흐른다.

“넌 어떤 사람이 될래? 하나만 정답이라고? 둘 다 하면 안 돼? 보여지는 게 중요하다고? 남들이 정해 주는 대로 할 거야? 니 뜻대로 할 수는 없는 거야?” 2019 우먼스 저스트 두 잇 (2019 Women’s Just Do It, 이하 우먼스 JDI)’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며 공개된 이 영상이 온에어 되자마자 온라인에서 뜨거운 공감의 반응이 쏟아진 건, 많은 여성들이 실제 삶의 과정에서 매 순간 이런 질문과 부딪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성공과 스스로 쟁취하고 싶은 꿈이 다르다면? 긍지를 느끼는 나다움이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면?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자기만의 답을 찾아간다는 건,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우먼스 JDI 캠페인의 일환인 ‘위대한 보이스’ 는 이제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선택을 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실험하게 될 여자 대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복싱 챔피언 최현미, f(x)의 엠버, 개그우먼 박나래, 스트리트 댄서 헬레나, 나이키코리아의 박지영, 그리고 진행을 맡은 작사가 김이나가 2월 13일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 모였다.

자기 분야의 전문가인 패널들은 각자 자신의 꿈을 어떻게 발견하고 커리어로 이어갔는지, 어떻게 성공하고 인정받을 수 있었는지를 20대 후배 여성들을 위해 들려주었다. 그 솔직한 이야기에는 물론 여성에 대한 다양한 선입견과 치열하게 부딪치고 또 깨뜨려온 경험이 포함되었다.

키도 체형도 다른 패널들의 공통적인 언급은,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하면서 끊임없이 평가의 대상이 되어왔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관념을 주입 받고, 내 몸은 어디가 어떻게 그 기준에서 어긋나는지 지적당하는 경험은 여성들 누구나 자주 겪는다. 때로는 그런 기준이 내면화되어서 스스로를 계속 괴롭히기도 한다. 엠버도 그런 기준에서 자유로워지기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걸그룹 같지 않다’, ‘여자냐 남자냐’, ‘좀 여성스럽게 바꿔라’ 이런 반응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속상하기도 하고 정말 저를 바꿔야 하나 고민도 많았죠.” 엠버는 톰보이 스타일인 자신이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다들 알고 있다며, 보이쉬한 외모를 거칠거나 공격적인 성격과 결부시키는 선입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편 페더급과 슈퍼페더급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갖고 있는 최현미 선수는 복싱 선수들이 흔히 하는 레게머리에 대해서까지 ‘운동에나 집중하지 멋내는 데나 신경 쓰고 있다’는 악플을 받아봤다고 한다. 시합할 때 머리카락이 흘러내려서 방해되거나 부상당하지 않도록 고정하는 목적임에도 말이다.

“난 내 일을 잘 하기 위한 최적의 모습을 찾아온 거예요.” 스트리트 댄서 헬레나의 경우 ‘왜 다른 댄서처럼 날씬하지 않느냐’ 는 공격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내 몸이 춤추기에 가장 적합한 몸이라고 느껴요. 독특한 외모 덕분에 사람들이 나를 잘 기억하기도 하고, 현대 여성의 강한 모습을 표현한다는 이유로 섭외되기도 하구요.” 한편 박나래는 이렇게 외쳤다.

“140대에서는 내가 제일 커요!” 자신의 성형수술 경험에 대해서도 솔직한 농담의 소재로 삼은 그는, 외모를 바꾸려는 시도로는 인생의 큰 물결이 달라지지 않는다며 자신의 부족함을 의식하기보다 자기만이 잘 할 수 있는 독특함을 믿을 때 뭔가 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꾸준한 운동의 중요성은 자신의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패널들이 또 한 가지 입을 모은 이야기였다. 복싱과 춤, 필라테스나 러닝을 성실하게 해온 이들에게 운동은 활력을 얻는 수단이자 일에서 더 성과를 낼 수 있게 하는 기반, 보다 독립적이고 강하게 자신을 다잡는 경험, 자신감을 회복하는 근거, 스스로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기도 하다.

‘10년 전의 자신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면 뭐라고 쓸까?’ 라는 참가자 질문에 대해 김이나의 대답은 이랬다.

“운동 좀 하고 살라고 보내고 싶네요.  20대까지는 창작이 감성과 영감에서 오는데 30대 중반에서부터 체력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거든요.” 엠버는 축구도 육상도 좋아하던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치관에 혼란을 겪었다.

“‘근육이 붙으면 남자 같이 안 예뻐’ ‘여자는 50킬로가 넘으면 안돼’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운동도 못 하고, 잠도 줄이며 활동하니까 몸이 버티질 못했어요. 지금은 다행히 꾸준히 운동하면서 하프마라톤까지 문제 없이 뛰고 있구요.” 나이키코리아의 박지영은 스포츠에 대한 여성들의 접근성을 높여나가는 것이야 말로 JDI 캠페인의 목표라는 점을 언급했다.

“여성이 운동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기도 하고, 일상 생활 속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나 장소, 환경이 부족하기도 하죠. 나이키는 앞으로 더 많은 여성이 운동을 더욱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에서 부엌에 선 채 물을 끓이는 여성의 모습이 등장할 때, 누구나 자연스럽게 요리하는 모습을 연상한다. 하지만 냄비 속에서 끓고 있던 마우스피스의 소독을 마친 그가 야무지게 그걸 입에 물고서 링 위에 올라 펀치를 날릴 때 우리의 선입견도 그 주먹에 얼얼하게 한 대 맞는다.

영상의 시작처럼 마지막도 여자 아기의 돌잡이 장면이다. ‘위대한 보이스’ 패널들은 각자 10년 이상의 커리어를 거치는 동안 몸으로 부딪치며 자신의 길을 조금씩 넓혀왔다. 세상의 요구에 따라 스스로를 버리기보다는 세상을 설득하고 자신에게 적응시켜온 여자들의 이야기는 밝고 유쾌한데도 어딘가 뭉클했다.

다음 세대는 삶의 출발점부터 얼마든지 자유롭게 선택지를 고를 수 있을까? 아마 그 가능성은, ‘위대한 보이스’의 청중이었던 여자 대학생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자신의 자리에서 지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일에 달려 있을 것이다. 박나래가 한 이야기처럼, 위대함은 아주 작은 씨앗을 심고 가꾸는 데서 출발한다.

“너 스스로를 믿을 때, 네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거든.”

나이키의 우먼스 JDI 캠페인은 참가자들이 스포츠 과제를 수행하면 그 누적 공유 수에 따라 나이키 스포츠 브라를 기부하는 ‘#위대한챌린지’ 에 이어 여성들에게 러닝, 댄스, 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위대한페스티벌’로 3월초까지 이어지면서 여성들의 건강하고 주체적인 삶을 지속적으로 응원할 예정이다.

복싱 세계 챔피언 최현미

최현미의 도전
“지금 고려대에서 사회체육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박사과정까지 하고 싶어요. 운동을 하면서 공부하는 건 물론 힘들지만 삶의 모든 것이 도전이잖아요. 끊임없는 도전이 제 삶을 끌어가고, 이제 그게 저 자신 같아요.”

가수 엠버

엠버의 용기
“제가 겁쟁이라서 용기라는 단어를 골랐어요. 너무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 말을 듣고 살았으니까 이제 나를 위해 살아보고 싶어요. 용기를 내서 하나씩 시도하다 보면 건강이나 일, 친구들까지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엔터테이너 박나래

박나래의 위대함
“위대함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한 씨앗을 우리는 다 품고 있어요. 씨들은 다 작고 보잘것 없잖아요. 물도 주고 거름도 주고 영양제도 주면 그게 쑥쑥 자라서 위대함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심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없겠죠.”

스트리트 댄서 헬레나(좌)와 나이키 코리아 박지영(우)

헬레나의 긍정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제가 춤을 추면서 얻은 결론은 내가 무대에서 행복할 때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행복하다는 거예요. 내가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결국은 다른 사람들도 나를 인정하게 되거든요.“

박지영의 혁신
“혁신은 나이키의 지상 최대의 과제이면서 존재이유입니다. 모든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스포츠를 통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더 혁신적인 제품과 마케팅으로 여성들의 삶을 응원하겠습니다.”

작사가 김이나

김이나의 꿈
“반드시 꿈을 가지라고 얘기한 적은 없어요. 조급해하기보다 하루하루 재미를 느끼면서 하다 보면 좋아하는 것들이 쌓여갈 거예요. 꿈의 테두리를 크게 그려서 그 안에서 건강한 생명체로 오래 남아있으면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